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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8일 '쇄신·재창당' 로드맵을 발표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한 질문에 "나는 21만 명의 투표로 당선됐다.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책임있게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대안을 만들 때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홍 대표가 자랑스럽게 말한 7월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는 그에 이어 유승민, 나경원, 원희룡, 남경필 의원 순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홍 대표는 21만 명의 투표로 당선됐다고 했지만, 정확히는 당원·청년선거인단·대의원 선거인단이 20만3518명이었고 이중 25.9%인 5만2809명이 투표했다. 이 결과를 70%로 하고 여기에 국민대상 여론조사 30%를 더해 최고위원들을 뽑았다. 홍 대표가 밝힌 것과 숫자 차이가 크기는 하지만, 당원들과 국민의 투표로 한나라당 지도부가 구성된 것은 분명하다.

 

이들 중 2, 4, 5위를 차지했던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의원이 홍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최고위원직을 동반 사퇴했다. 나경원 최고위원이 있지만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최고위원 업무에는 손을 놨고, 복귀할 생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그를 만난 한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그의 최고위원 복귀가능성은 0%"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선출자 중 홍 대표 혼자 남아... "이런 최고위 결정이 권위 있겠나"

 

결국 당원-국민투표 선출자 중 홍 대표 홀로 남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부가 유지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홍 대표는 "선출직 최고위원은 5명이 아니라 7명이다. 그 답변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선출직이기 때문에 7명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한나라당 의원 총회에서 뽑힌 '당연직 최고위원'이라는 점에서 전대에서 선출된 최고위원들과는 그 위상이 다름에도 이렇게 강변한 것이다.

 

한나라당 최고위는 이들 7명에 홍 대표가 지명한 김장수, 홍장표 최고위원을 합쳐 총 9명으로, 홍 대표는 자신을 포함해 남은 5명으로 최고위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이다.

 

당장 "선출직은 1명만 남은 이런 최고위원회에서 나온 결정이 권위가 있겠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홍 대표가 자신의 재신임을 의원총회에서 물은 것도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당직자는 "홍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원내대표도 아닌데 왜 의원총회에 재신임을 묻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대표사퇴 문제를 놓고 표결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면 큰 망신을 당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대표라는 점에서 의총은 재신임을 묻기에 부적절한 자리라는 지적이다.

 

그는 "의총에서 169명 의원 전원이 홍 대표의 대표직 유지를 지지했다고 해도, 전당대회 투표자 5만여 명 중의 극소수일뿐"이라고 덧붙였다.

 

"표결했다면, 큰 망신 당했을 것"... "어차피 물러날텐데 추한 모습 다 보여"

 

"그게 납득이 되는 일이냐, 그게 무슨 재신임이냐"는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인명진 목사의 비판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인 목사는 8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상도입니다' 인터뷰에서 "중진의원들이 재신임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중진들은 국민이 한나라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고, 또 어떻게 공천을 얻어 자기 자리를 지킬까 하는 것 때문에 재신임을 한 것으로 국민이 판단하고 있다"며 이렇게 꼬집었다.

 

한 친박(박근혜계) 의원은 "나는 가급적이면 홍 대표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최고위원 대부분이 사퇴했는데도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끌어가는 상황을 밖에서 어떻게 볼지는 뻔하지 않느냐"고 말했고, 한 재선 의원은 "탈당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런 당에 있어야 하는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사람은 물러날 때 진면목이 드러나는 법"이라며 "어차피 물러날 분인데, 온갖 추한 모습을 다 보이며 한나라당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우리 홍 대표"라고 독설을 날렸다.

 

한나라당의 진로를 둘러싼 갈등의 전개양상은, 홍 대표의 의지와는 달리 여전히 그의 거취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의 한 의원은 "홍 대표가 계속 자리를 유지하면서 자신이 재창당을 주도한다고 나설 경우 진짜로 탈당하는 의원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한나라당,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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