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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 얼어붙은 마음까지 녹여주는 크리스마스 선인장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종편채널 개국 공동축하쇼가 열렸다. 왼쪽부터 유재홍 채널A 사장, 오지철 TV조선 대표, 김재호 채널A대표이사,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박희태 국회의장, 김황식 국무총리, 홍석현 중앙일보.JTBC 대표이사 회장, 남선현 JTBC 대표이사, 이서례 정진기언론문화재단이사장, 윤승진 MBN대표, 임태희 대통령실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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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1일, 한국에서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이 이 소식을 착잡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을 테지만, 나의 암담함은 더욱 심했다.

 

시계를 약간 뒤로 돌리면 2006년 가을이라고 기억된다. 노무현 정부에서 한참 한미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고, 다음 대통령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될 것이라는 게 명확해 보였던 시점이었다. 정권이 바뀌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한나라당의 집권을 5년 단임으로 마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가을, 나 혼자 '경제 대장정'이라고 부르는 12권의 책을 디자인했다. 그다음 해 여름, 1권인 <88만원 세대>가 우여곡절 끝에 출간되었고, 지금은 9권까지 낸 상태다. 그리고 그 12권이 <정당과 언론의 경제학>(가제)이고, 내년 여름을 즈음해 언론을 다루면서 이 대장정을 마칠 생각이었다.

 

한국은 대체로 내가 예상한 범위 내에서 움직였고, 그때 설정해놓은 12권 체계를 바꾸어야 할 큰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상당히 고심하면서 이번 정권의 움직임을 큰 주제별로 설정한 것 중에서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종편'의 등장이었다.

 

처음 종편이 시작할 때, (아마 <조선일보> 사장이 했던 얘기로 기억하는데) "방송을 안 하면 서서히 망하지만, 방송을 하면 빨리 망한다"라는 게 내 시각이었다. 공중파를 기준으로 하면, 2008년 이후 중남미 지역을 제외한 세계 전역에서 광고가 줄어들고 있다. 정부나 친정부 기관에서 뭐라고 얘기하든, 1990년대 이후 '워싱턴 컨센서스'가 진행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신빈곤'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일본식으로 말하면 '격차사회', 한국식으로 말하면 '양극화', 이런 새로운 현상을 '신빈곤'이라고 부른다.

 

TV 광고는 일반적으로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다. '1%를 위한 명품', 그런 광고도 가끔 TV에 나오기도 하지만, 진짜 1%를 위한 상품은 TV 광고를 하지 않는다. 일단 TV 광고에 나오면, 중산층이나 쓰는 물건, 럭셔리 산업의 현장 용어로는 "개나 소나 쓰는 물건"으로 인식된다. 럭셔리의 대명사인 샤넬도 광고비를 많이 쓰지만, TV에서 샤넬 광고를 본 적 있으신가? 광고는 다 같은 광고인 것 같지만, 매체별로 철저하게 '세그먼트 마케팅'(고객층의 성향에 맞게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방법 등을 다양화하는 마케팅 기법)이 움직이는 곳이다.

 

광고만으로 방송국 운영? 이제는 어렵다

 

종합편성채널 4사 공동 개국 축하행사가 열린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조중동방송퇴출무한행동 등 언론·시민단체의 규탄 기자회견 및 집회에 대비해 경찰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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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현실을 보면,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그리고 한국에서는 더욱 빠른 속도로 중산층이 붕괴하는 중이다. 경영학 용어로 하면, 지난 10년간 '마케팅 사회'가 전개되었는데, 이제 중산층의 실질 구매력의 전반적 하락으로 마케팅 자체가 약화되면서 분화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예상이다.

 

더 비싼 럭셔리 제품은 패션지와 직접 마케팅 쪽으로 나갈 것이고, 그 반대편은 '대할인 마케팅'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공중파를 비롯한 TV 광고는 이 가운데에 어정쩡하게 끼어들어가서, 더 상급의 럭셔리 마케팅의 대상도 아니고, 광고비를 최소화하는 저가형 제품이 경쟁하는 곳도 아니다. 일단 이게 기본적으로 내가 방송과 언론의 광고 시장을 보는 시각이다.

 

조중동의 사업계획서를 진짜로 검토할 기회는 없었지만, 유사하게 종편을 준비하던 한 일간지의 사업계획서에 대해서는 좀 건너들을 기회가 있었다. 결국 내부 사정으로 종편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다른 방송국의 사업계획서도 대동소이하다고 들었다. 그 보고서에 의하면 3년이면 '자본잠식'인 계획서였다. 광고를 직접 수주한다고 해도, 방송국을 그렇게 광고만으로 운영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온다는 게 내 예상이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덧붙여진 요소는, 4개 방송사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생겨난 자기들끼리의 과당경쟁이다. 정확한 액수를 포함한 사업 보고서 같은 것을 볼 수 있다면 좀 더 명확하겠지만, 불행히도 그런 자료는 확보할 수 없었다. 다만 출연진이나 제작진에게 지급된 엄청난 계약금 등을 통해서 내가 추정해본 것으로는, 3년간 경영 목표가 막상 출범 단계에서는 1년간 목표로 수정되었을 것이다. 당장 망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3년씩 길게 볼 여유가 없어서 일단 1년 내에 쓸 수 있는 돈을 다 쓰는 게, 내가 종편 개국 준비를 지켜보면서 가졌던 가설이다.

 

죽어라고 광고 수주를 한다는 가정 하에서 3년 정도 버틸 수 있다고 본 건데, 그걸 1년 내에 다 쓰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광고가 아닌 별도의 추가 투자를 받거나 차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중앙일보>의 경우(JTBC)는 버티지 않겠느냐? 이것도 어렵다고 보았다. 방송과 신문이라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현대그룹이 결국 <문화일보>를 독립시킨 이유가 그거였다. 자신을 잘 대변해주는 언론이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매체를 제외한 나머지 매체들이 자신을 적극적으로 공격하게 된다. 삼성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원래 그룹 홍보를 위해서 쓰는 돈이면 방송국 하나 정도는 충분히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삼성의 계산이지만, 막상 바뀐 언론 상황에서 그렇게 하나만 가지고 자신을 방어할 수 없게 된다.

 

자, 이 정도가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정당과 언론의 경제학'을 준비하면서 일차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론적 프레임이다.

 

반MB 정서의 클라이맥스에 종편 개국...'최악의 시점' 

 

1일 오후, 종편 개국 축하행사장 앞 언론노조 규탄집회에서 한 언론노조 조합원이 "조중동 방송은 반칙왕"이라는 글자가 적힌 마스크를 쓴채 종편출범을 규탄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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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돌발 개입했는데, 대부분의 TV가 '채널 감춤'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홈쇼핑 채널 같은 것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위해 채용된 기술인데, 종편의 가장 큰 적은 민주당이나 야당도 아니고, <한겨레> <경향신문>으로 상징되는 진보적 언론도 아니다. 바로 이 리모컨의 '채널 감춤' 기능이다.

 

만약 종편이 정권 초에 바로 시작했거나 아니면 다음 정권 초에 시작했다면 지금과 같지는 않을 테지만, 지금은 '반MB'라는 흐름이 '나꼼수'나 SNS를 타고 클라이맥스로 가는 시점이다. 내년 총선을 거치면서 대선으로 가는 동안에 이 클라이맥스가 훨훨 타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오랫동안 여러 회사의 경영자문을 했던 내가 그냥 객관적으로 본다면, "보고 싶지 않다, 종편", 이 목소리가 역사적으로 가장 강한 클라이맥스로 가는 시점에 사업을 시작한 것은 최악이다.

 

아무리 앞쪽에 채널을 배정받아도 시청자들이 그냥 감추어 버리는데, 이거야 대할 길이 없지 않은가? 지금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대통령은 대통령, 종편은 종편, 시민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4대강 홍보방송이나 하고,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나 만날 볼 것으로 이해하는 방송을 아예 보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이다.

 

나의 개인적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학자로서, 특히 언론의 경제학을 '경제 대장정'의 마지막 책으로 6년째 준비하고 있던 내가 종편을 안 보고서 과연 이걸 쓸 수 있을까?

 

처음으로 'TV조선'을 틀었는데, 마침 뉴스 시간에 피겨스케이터 김연아씨가 출연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이걸 마지막으로 홈쇼핑들이 들어있는 감춤 채널에 4개의 종편을 집어넣었다. 내년 6월에는 언론 환경이 어떨까? 급박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방향은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온갖 편법과 강행에도 불구하고 종편 여건이 좋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최악의 경우, '정당과 언론의 경제학'에서 언론을 빼고, '정당의 경제학'만으로 마지막을 마무리할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시민들의 채널 감춤에서 종편들이 어떻게 풀려날 것인가? 기준은 간단하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 정도가 '종편이 활성화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발전에 저해가 되지 않는다'거나 혹은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정도가 되면, 오늘 감추어진 채널에서 종편들이 풀려나올 것이다. 50대 이상과 손을 잡고 정치가 미래로 갈 수 있을까? 어렵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50대 이상과 함께, 종편이 미래로 가기는 어렵다.

 

억지로 황금채널을 손 비틀어 뺐었듯이, 채널 감춤 기능을 뺀 케이블이나 IPTV를 출시하도록 하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텐데, 그건 역시 좀 어렵다고 본다. 언론 역시 수많은 회사들 중 하나일 뿐인데, 다른 기업 위에 군림하는 기형적 행태를 영원히 계속할 수는 없다.

 

자, 나는 종편 채널을 감추었다. 그리고 이럴 수밖에 없는 비극적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우석훈씨는 타이거픽처스 자문이자 경제학 박사입니다.

생태문제, 환경-자원 문제에 대한 전문가. 경제학 전공. 기후변화협약 UNFCCC 기술이전 전문가그룹 아시아지역 대표 이사 현대환경연구원 연구위원, 에너지관리공단 팀장 역임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창립회원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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