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펠리스에 1-2로 패한 맨유.

크리스탈 펠리스에 1-2로 패한 맨유. ⓒ Mtu

칼링컵(영국) 4강 남은 두 장의 주인공을 가리는 경기에서 챔피언십(영국 2부리그) 소속의 카디프시티와 크리스탈 펠리스가 블랙번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나란히 꺽고 결승진출을 다투게 되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최하위를 다리고 있는 블랙번의 패배(0-2)는 그렇다 치더라도 맨유의 크리스탈 펠리스전 패배(1-2)는 다소 의외였다. 1.5군에 가까운 선수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패배는 이변의 희생양으로 단순하게 치부할 일은 아닌 듯 싶다.

 

중앙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박지성은 12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두 번의 실점 모두 좋지 않게 관련되면서 주전 경쟁에서 다소 힘겨워 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날 맨유는 최전방에 디우프와 베르바토프, 중앙미드필더에 깁스와 박지성, 측면공격수에 발렌시아와 마케다를 선발출장시켰다. 오랜 부상 끝에 돌아온 측면의 하파엘은 파비우와 함께 맨유의 측면수비수로 나서며 형제라인을 구성했다.

 

다수의 선수들이 새롭게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맨유는 경기시간 내내 답답한 경기흐름을 이어갔다. 크리스탈 페리스는 센터라인 이후부터 강력한 압박을 펼치며 맨유의 공격전개를 힘겹게 만들었고, 최종수비와 미드필더간 간격을 촘촘히 유지하면서 패스를 받거나 슛을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맨유의 공격은 겉돌았다. 상대 진영에서 연결되는 패스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진영에서 연결되는 패스의 정확도도 떨어지면서 상대의 역습을 허용했다. 여기에 동료간호흡의 문제를 드러내자 몇몇 선수들의 개인돌파에 의존하는 단순한 공격을 이어갔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좋지 않은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만 것이다.

 

반면, 크리스탈 펠리스의 공격은 유기적이고 위력적이었다. 맨유가 다소 헐겁게 상대 미드필더진을 수비하다 보니 양측면과 공간으로 자유롭게 패스가 연결되었고, 크리스탈 펠리스의 최전방 공격수인 이스터와 자하에게 여러번의 슈팅기회를 열어주곤 했다.

 

전반전의 경기만 놓고 본다면 맨유는 챔피언십소속팀, 크리스탈 펠리스는 프리미어리그 소속팀이라고 할 만큼 경기내용에서 맨유는 답답하기만 했다.

 

이런 양상은 후반에도 크게 변화가 없었다. 결국 65분 대런 암브로스에게 벼락골을 허용하면서 맨유의 위기가 시작된다. 중앙미드필더에서 측면 수비로 포지션을 변경한 박지성의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이었다. 중앙쪽으로 볼을 드리블 하던 암브로스가 맨유 수비가 다소 헐거워지자 다소 먼거리에서 득달같이 슛을 날려버린 것이다.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상대공격수를 수비하던 박지성이나 미드필드 선수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다행히 4분후 크리스탈 페리스 수비수 맥카시에게 끌려 넘어지면서 마케다가 패널티킥을 얻어냈고 자신이 성공시키면서 1-1, 승부의 추를 맞추는데 성공한다.

 

동점골로 인해 맨유의 경기력이 살아나는가 싶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측면의 마케나와 발렌시아는 상대 밀집수비에 막혀 돌파다운 돌파를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 출전기회를 많이 얻지 못하면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발렌시아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전·후반 1-1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려야 했다. 연장 8분이 채 지나기도 전 크리스탈 펠리스가 추가골을 성공시키면서 2-1로 앞서간다. 측면에서 박지성의 반칙으로 얻어낸 프리킥 찬스를 머레이가 헤딩골을 성공시키면서 이변을 완성한다.

 

이후 맨유는 적극적인 공세로 상대를 몰아 붙였지만, 결정적인 순간 슈팅이 빗나가거나 불필요한 드리블을 지속하면서 찬스를 무산시키고 만다. 루니, 나니, 에르난데스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느낄 수밖에 없었던 순간이었다.

 

중앙미드필드 자원 영입이 절실한 맨유!

 

칼링컵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된 맨유,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시티를 추월해야 하고 챔피언스리그에서 지난해 바르셀로나에 패한 복수를 해야 하지만 현재의 전력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취약해 보이는 중앙미드필더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인 영입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맨유의 중앙 미드필드 가용 자원은 캐릭, 플래처, 긱스, 안데르손, 클레버리, 깁스, 박지성 정도다.

 

캐릭과 안데르손, 클레버리를 제외하면 전문적인 중앙미드필드 자원이라기보다는 멀티플레어에 가깝다. 스콜스의 은퇴로 그 공백은 더욱 커졌지만,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자원은 현실적으로 부족했다. 그나마 가능성을 보였던 클레버리와 안데르손은 부상으로 전력에 이탈해 있다 보니 박지성과 깁스 조합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날 선발 명단은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퍼거슨의 배려도 있었지만, 중앙 미드필더의 경우는 다양한 옵션의 가능성 실험의 장이 되고 있다.

 

패배를 지켜봐야 했던 박지성, 답답하긴 그도 마찬가지다!

 

이날 맨유의 경기력은 누구 하나를 더 넣고 빼고 한다고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은 절대 아니었다. 다수의 선수들이 새롭게 호흡을 맞추다 보니 조직력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무리한 드리블로 공격의 흐름마저 깨뜨리며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박지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플레이스타일이 아닌데다 상대의 압박에 밀려나면서 패스길을 찾기 어려웠고, 간간히 보여주던 폭풍 드리블도 여의치 않았다.

 

이번 경기가 박지성에게 좀 더 아쉬운 것은 한 골은 자신의 눈앞에서 또 한 골은 자신의 파울로 인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포지션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경기결과는 맨유에게나 박지성에게나 후유증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중앙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를 오가는 포지션 변경속에 박지성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보인다. 함께 발을 맞추는 동료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그의 경기력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왜 이런 경기내용이 나왔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팬들에게 미안할 뿐이다'는 퍼거슨의 경기 후 인터뷰처럼 맨유는 올 시즌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다. 그래서 이번 패배는 단순한 이변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이다.

2011.12.01 15:41 ⓒ 2011 OhmyNews
칼링컵 맨유 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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