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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제3기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제3기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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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0세부터 5세 아이들에 대한 보육을 반드시 책임진다는 자세로 당과 잘 협의해서 예산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라. 보육문제는 고령화 사회 속에서 국가 성장잠재력,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국가의 운명이다."

누구 말일까요? '가카 말씀'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기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지당하고 참 옳은 말씀입니다. 보육문제는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심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조선일보>가 '신씨족사회'라며 육아문제 때문에 한동네로 이사해 몰려 사는 가족들의 애환을 써댔겠습니까.

대통령은 이처럼 좋은 말씀을 하시는데, 우리가 딛고 선 현실은 어떨까요?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의 사례를 말씀드리지요.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중 추진한 사업으로 최근 이 지역 사정이 어떤지 대통령께 직접 전해드릴 겸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SH공사는 현실을 무시하고 오직 '법대로'

지난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에는 제2지구 아파트 단지 2800세대가 들어섰습니다. 이곳은 서울시내 최초로 지어진 복합단지로 임대아파트, 장기전세 SHIFT, 일반분양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지어졌지요. 무려 2800세대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동네입니다.

SH공사는 법률이 정한대로 아파트와 부속 건물들을 차곡차곡 지었습니다. 2006년 이후부터는 300세대 이상의 아파트가 들어설 때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55조 5항에 의거, 주민도서관을 짓도록 했기 때문에 작은 도서관을 의무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지역주민들에 따르면, 이를 알고 이용하는 사람들은 몇 안 된다고 합니다.

어린이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암2지구 전체 2800세대 중 영유아는 합쳐서 모두 1300명, 그중 영아(650명)와 유아(650명)가 각각 절반씩 됩니다. 마찬가지로 SH공사는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55조 4항에 따라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는 상시 21명 이상,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는 상시 40명 이상의 영유아 보육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에 따라 어린이집도 지었습니다. 그런데 수급률은 50%밖에 안 됩니다.

1300명의 어린이 가운데 절반 수준만 전체 9개의 가정 및 민간보육시설에서 돌봐주고, 나머지 50%의 어린이들은 다른 지역으로 어린이집을 찾아 떠난다는 것입니다. 동네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마포구의 어린이들은 아침마다 엄마의 손을 잡고 가양대교 건너 강서구로, 수색 지나 은평구로, 심지어는 경기도 고양시로 어린이집을 찾아 떠난다고 하더군요.

설마? 서울 마포구청 가정복지과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구립어린이집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조진남씨는 3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SH공사가 처음 아파트 단지를 지을 때 공문을 보내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어린이집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법정 기준에는 어긋남이 없지만 단지 내 어린이집 규모가 형편없이 작아 많은 어린이들이 타 구로 어린이집을 찾아 떠난다"고 말했습니다.

어린이집 신설을 원하는 주민의 요구는 빗발치지만 이 민원을 다 수용하기는 어려운 처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 분개하지 않을 부모는 없을 것 같습니다. 동네 어린이들의 50%가 다른 동네로 어린이집을 찾아 떠나는데 도대체 마포구청은 뭘 하는 것인가? 궁금하시죠. 이 문제를 묻고 따지기 위해 민간보육시설 담당자와도 통화를 했습니다.

민간보육시설 신규 인허가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이봉구씨는 "설치기준에 맞는 적당한 장소가 없기 때문에 구립어린이집을 확대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 지역 어린이들의 대기자들이 하도 많아 가정 어린이집 같은 경우에는 베란다를 확장하면 모집인원을 늘릴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건축물 대장상 1인당 4.29㎡가 늘어나면 인원을 더 모집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베란다를 확장하면 아파트 1층 가정어린이집 원장들이 아이들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심각한 어린이집 태부족난에 시달리는데도 왜 공공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이랬습니다. "장소가 없다." 정말일까요?

오진아 의원 "어린이집 확충 요구하면 그놈의 예산타령"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구립홍은어린이집을 방문한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 박원순 야권단일후보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영아반 어린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 12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구립 홍은어린이집을 방문한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영아반 어린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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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아 마포구의원은 30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상암2지구의 어린이집 태부족 사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날마다 민원접수를 받고 있지만 아무런 대책마련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답답증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마포구청에 구립어린이집 신설에 대해 요구하면 늘 돌아오는 답은 돈이 없다는 예산타령"이라며 "임대아파트나 장기전세 주택 거주자들의 민원이 날마다 끊이지 않는 상황인데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 지역 구의원으로서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고백했습니다.

심지어 오 의원은 "정부는 저출산 문제로 무조건 아이를 많이 낳으라 독려하지만 현실이 이런데 어떤 사람들이 아이를 맘 놓고 낳을 수 있겠느냐"며 "엄마들이 맘 놓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공공보육시설 확충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일갈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동네마다 2곳 이상의 공공보육시설을 짓겠다고 했지만 그것이 언제 확정될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의 임기 중에 공공보육시설 확충이 현실화 될 수 있을까요? 민간보육시설원장협의회가 적극 나서면 공공보육시설 확충은 쉽지 않겠지요.

날마다 민원이 제기되니 마포구청도 대안모색에 돌입한 모양입니다. 상암2지구 근처에서 제일 가까운 지역에 새로 구립어린이집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위탁업체 공고에 들어갔습니다. 이 공문에 따르면, 2012년 3월 개원을 목표로 새로 신설되는 구립어린이집의 수용인원은 45명입니다. 1300명 중 650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650명의 아이들이 타 구로 다니는데 고작 45명? 애걔…

채근하니, 하나 더 지을 계획이라고 말합니다. 상암1지구 인근에 50~60명 규모의 어린이집을 하나 더 확충한다는 것입니다. 또 여기에 조만간 사회복지종합센터가 들어서는데 여기에도 구립어린이집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언제 지어지느냐고 물었더니, 한 3년 걸린다고 합니다. 3년? 아니, 지금 당장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엄마들에게 '3년 뒤'라니, 이걸 대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대통령은 "보육문제는 고령화 사회 속에서 국가 성장잠재력,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국가의 운명"이라고 했습니다. 현실은 방금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이러고도 국가의 운명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요? 그리고 이것이 비단 서울 상암2지구만의 문제일까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서울시 보육포털서비스에 가보면 한국 보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질 좋은 보육환경을 담보하는 것으로 소문난 국공립 보육시설의 대기자는 줄잡아 1000명이 넘습니다. 그만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태부족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복지 포퓰리즘 운운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현실 앞에서도 보육문제는 국가경쟁력과 직결된 국가의 운명이라고 하는 건 새빨간 거짓말인 것이지요. 늘 예산타령만 하는데, 진짜 돈이 없어서 제대로 된 공공보육시설 확충을 안 하는 것인지, 예산을 자꾸 엉뚱한 곳에 써서 그런 건지, 아니면 진짜 어린이는 표가 안 되니 관심이 아예 없는 건지 궁금합니다. 진실은 대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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