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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는 일은 종종 모험이 뒤따른다. 서울은 교통이 무척 복잡한 곳이다.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와 같은 교통 약자를 보호하거나 길을 양보하는 경우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사고는 둘째치고, 공해로 가득 찬 도로 위에서 코와 입을 벌려 숨을 쉰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도로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데 왜 이런 무리를 해야 하는 걸까?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자전거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자동차 중심의 도로 정책에 있다. 서울의 도로는 교통 약자를 충분히 고려한 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자동차들을 '더 빨리' 굴러다닐 수 있게 할 것인지를 궁리하느라, 자동차 아닌 다른 교통 수단이 도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이런 문제는 단지 인도에 줄 몇 개 그어놓고 그 위에 자전거도로 표지판을 꽂아놓는 걸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서울의 교통 시스템을 교통 약자를 우선하는 형태로 바꾸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자동차들의 큰 양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일이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그냥 '자전거도로' 하나만 놓고 봐도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화랑로, 인도 겸 자전거도로를 점거한 자동차들. 자전거는 물론, 사람도 지나다니기 어려운 지경이다.
 화랑로, 인도 겸 자전거도로를 점거한 자동차들. 자전거는 물론, 사람도 지나다니기 어려운 지경이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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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이용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자전거도로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로나 인도 위에서 발생하는 온갖 교통 문제를 그대로 놔둔 채 여기저기 자전거도로를 개설하는 건 자전거에게 도로 위에서 자동차들이 야기하는 혼란에 동참하라고 부추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태로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자전거도로를 주차장 대용으로 사용하는 현상이 일반화 되고, 자전거가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를 무시한 채 갑자기 자전거 앞으로 핸들을 꺾고 들어오는 자동차들이 있는 한 자전거도로는 무용지물이다. 그런 문제들을 도외시하고 4대강에 자전거도로를 개설해 놓고 드디어 자전거도로를 이용한 전국일주가 가능해졌다고 호들갑을 떠는 건 그냥 난센스다.

어쩔 수 없이,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는 데는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서울에서 자전거여행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각오를 할 필요가 생긴다. 어느 정도는 모험을 감수해야 하고, 때에 따라서 어느 정도는 스릴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월릉교에서 내려다 본 중랑천, 그리고 자전거도로.
 월릉교에서 내려다 본 중랑천, 그리고 자전거도로.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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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 넘치는, 복잡한 도시 속 자전거여행

이번 여행의 최종 도착지는 태릉이다.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태릉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이 방법은 어디까지나 여행자가 성북구 길음동에 살고 있다는 걸 전제로 한 것이다). 하나는 자동차들이 지나다니는 일반 차도를 이용해 다녀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강과 중랑천을 잇는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다녀오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조금 위험하기는 해도 단시간에 가장 가까운 거리를 왕복하는 이점이 있고, 두 번째 방법은 멀리 돌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반면 안전하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어떤 방법을 택할지는 그날의 몸 상태와 날씨에 의해 좌우된다.

이번 여행에서는, 몸은 그런 대로 괜찮은데 날씨가 몹시 안 좋다. 밤새 영하로 떨어졌던 기온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아침나절엔 잠깐 비까지 내렸다. 게다가 바람이 무척 심하게 불고 있다. 방법은 결국 차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결정된다.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여행을 마쳐야 한다.

길찾기는 비교적 간단하다. 정릉로를 지나가다가 화랑로로 건너타면 된다. 4호선 길음역에서 내부순환로 아래를 지나가는 정릉로로 올라선다. 이후로 길은 계속해서 북부간선도로 아랫길인 화랑로로 이어진다. 정릉로를 타고 가다 정릉천을 가로지른 다음에 6호선 월곡역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나타나는 큰길이 화랑로다.

 정릉천 자전거도로 진입로.
 정릉천 자전거도로 진입로.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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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만약에 정릉천으로 내려가 자전거도로로 올라타면, 바로 청계천을 지나 중랑천 자전거도로로 진입할 수 있다.

그 지점에서 다시 한 번 망설인다. 북부간선도로 아래로 햇빛도 잘 들지 않는 6차선 도로 위를 자동차들과 함께 달리는 일이 만만치 않아서다. 그렇다고 갑자기 몰아닥친 매서운 겨울바람을 이길 재간도 없다. 결국 천변 자전거도로를 순순히 포기하고 다시 차도를 달린다.

차도를 달릴 때 가장 성가신 일은 갈림길에서 차선을 바꿔 타야 할 때다. 계속 직진을 해야 하는데 맨 바깥쪽 차선을 달리다가 우회전하는 차들을 피해 왼쪽 차선으로 바꿔 타는 일이 쉽지 않다. 차선을 옮겨 타지 못하면 우회전한 다음 신호를 기다려 보행자들과 함께 건널목을 건너서 이동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때마다 직행인 줄 알고 탄 차가 완행으로 바뀌는 것을 보게 되는 것과 같은 당혹감을 느낀다.

 북부간선도로 진입로. 진입로 방향 자동차와 오른쪽에서 튀어나오는 자동차를 피해 차선을 바꿔 타야 한다.
 북부간선도로 진입로. 진입로 방향 자동차와 오른쪽에서 튀어나오는 자동차를 피해 차선을 바꿔 타야 한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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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당혹감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얼마 못가 북부간선도로로 진입하는 도로 앞에서 고가도로로 올라가려는 자동차들과 진행 방향이 교차한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앞둔 자동차들은 성격이 몹시 과격해진다. 마치 투우사를 들이받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투우소처럼 격렬하게 달려온다. 그때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차도에서는 우회전하는 차들이 가장 위험하다. 멀리서 깜빡이를 켜고 회전하는 차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뒤따라온다 싶었던 차가 갑자기 앞서 나가 우회전을 시도할 때는 온몸이 바짝 오그라든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면서,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이제는 충분히 알게 됐다고 생각하다가도 이런 일을 당할 때는 매번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때 사고를 피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다. 가까이에서 함께 달리고 있는 차들이 언제든 내 앞을 가로질러 우회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교차로 앞에선 항상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화랑로는 거의 직선에 가깝다. 그나마 이리 저리 복잡하게 방향을 틀어야 하는 일이 없어서 좋다.

 어딘가 모르게 황량한 풍경을 보여주는 의릉.
 어딘가 모르게 황량한 풍경을 보여주는 의릉.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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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청와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석계역에 닿기 전 돌곶이역이 있는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는다. 멀지 않은 곳에 조선시대 왕릉 중에 하나인 의릉이 있다. 의릉은 경종과 그의 계비인 선의왕후 어씨의 능이 있는 곳이다. 경종은 숙종과 장희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어렵게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던 탓에 겨우 4년여 왕좌를 지키다가 36세 되던 해 세상을 떠났다. 장희빈이 사약을 마시면서까지 지켜낸 왕권은 그렇듯 허망하게 사라졌다. 선의왕후 역시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옛날 중앙정보부 강당 및 회의실로 쓰던 건물. 왕능 안에 이런 건물을 짓고 능역 안에서 만찬을 즐기곤 했던 사람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옛날 중앙정보부 강당 및 회의실로 쓰던 건물. 왕능 안에 이런 건물을 짓고 능역 안에서 만찬을 즐기곤 했던 사람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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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역사를 간직해서인지 능역 안에 어딘가 모르게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능 주변으로 한국종합예술학교와 주택가가 들어서 있다. 그나마 능 뒤의 나지막한 산 위로 산책로가 걸쳐져 있어 동네 주민들의 왕래가 잦은 편이다. 능 오른쪽 가까이에는, 과거 중앙정보부에서 강의실과 회의실로 쓰던 회색 시멘트 건물이 남아 있다. 이 건물은 박정희 독재정권이 남긴 몹쓸 유산 중에 하나다.

의릉을 떠나서 다시 화랑로로 올라선다. 이 도로를 따라 석계역 굴다리 밑을 지나 태릉까지 곧장 갈 수도 있지만, 죽어라 차도만 달리는 것도 너무 재미가 없다. 석계역을 지나 월릉교를 건너 중랑천을 넘는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오른쪽에 천변 자전거도로로 내려가는 샛길이 나온다. 하천 왼쪽 길은 산책로이고, 징검다리 너머 오른쪽 길은 자전거도로다.

이 자전거도로를 타고 가다 화랑대역이 있는 곳에서 먹골교 위로 올라간다. 먹골교에서는 다시 태릉까지 차도를 이용할지 자전거도로(인도 겸용)를 이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자전거도로는 도로 건너편에 있다. 먹골교에서 태릉까지는 지척이다. 길가에 하늘 높이 솟은 소나무숲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곳이 이번 여행의 최종 도착지인 태릉이다.

 태릉. 두 그루 향나무 사이로 능이 살짝 올려다 보인다.
 태릉. 두 그루 향나무 사이로 능이 살짝 올려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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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궂은 날, 왕릉을 찾아가는 사람이 자전거 여행자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자전거여행은 최종 목적지가 어디냐에 연연하지 않는다. 자전거여행은 목적지에 가닿는 것을 포함해 여행을 하는 과정 중에 겪은 일 모두가 여행 목적에 포함된다. 여행을 하고 나면, 고생했던 기억은 잠깐이고, 그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난 뒤에 다가오는 성취감이 온몸을 지배한다.

태릉이라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곳은, 사실은 '태릉'과 '강릉'이 함께 들어서 있는 곳이다. 태릉은 중종의 제2계비인 문정왕후 윤씨가 잠든 곳이며, 강릉은 문정왕후의 아들인 명종과 그의 왕비인 인순왕후 심씨가 함께 잠들어 있는 곳이다. 어머니와 아들이 가까이에 있어 그들이 모두 편안히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조선왕릉전시관 내부.
 조선왕릉전시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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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역으로 발을 들여놓기 전에 먼저 조선왕릉전시관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전시관은 크지 않지만, 왕릉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과 조선 왕들이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중종과 명종이 살았던 시대도 지극히 극적인 데가 있다. 그 짧은 기간에도 왕권을 둘러싸고, 왕족과 신하들 사이에서 심각한 권력 투쟁이 벌어졌다.

문정왕후는 어린 왕을 대신해 수렴청정을 하면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그의 동생인 윤원형은 그런 왕후의 권세를 등에 업고, 을사사화를 일으켜 '윤임'으로 대표되는 대윤 일파를 사사케 했다. 정적을 제거한 것이다. 그는 형인 윤원로와도 권세를 다퉈, 그를 유배지로 보낸 다음 사약을 먹여 죽게 했다. 윤원형은 또한 뇌물을 받고 관직을 팔아넘기는 일을 밥먹듯이 했을 뿐만 아니라, 첩을 얻은 뒤 조강지처를 독살하는 패륜까지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왕조와 관련한 이야기가 재미있게 읽히는 부분도 있지만,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다 보면 한편으론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당시 권력투쟁에 혈안이 되어 있는 권력자들 밑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살다간 백성들의 고초가 어떠했을지는 상상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의릉도 그렇지만, 태릉과 강릉 역시 능역이 상당히 비좁다. 전체 능역이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이 역시 권력에 희생된 결과다. 태릉과 강릉은 원래 주변에 있는 태릉사격장, 삼육대학 등의 부지 대부분을 능역으로 한 광활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후손을 잘못 만나 지금은 왕릉이라는 모양새만 갖춘 상태로 남아 있게 됐다. 그러니 태릉에 가서 뭐 어디 앉아 있을 데도 없다고 투덜대지 마시기 바란다. 비공개 지역인 강릉은 그보다 더 좁다.

 태릉 가는 길의 천변 자전거도로.
 태릉 가는 길의 천변 자전거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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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에서 돌아오는 길 역시 교통이 몹시 혼잡하다. 정치가 혼란스러운 것과 마찬가지로, 도로 위의 교통이 혼잡한 것도 확실히 특정 주체가 '권력'을 일방적으로 사용하거나 남용하는 데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도로 위에서 자동차가 행사하고 있는 권력이 지나치게 크고 비합리적이다.

그 권력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도록 만드는 데 자전거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더 많은 자전거들이 도로 위로 쏟아져 나와야 한다. 그러면 언젠가는 자전거를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온다. 그 날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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