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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철 회장의 '검찰관련 비망록' 1쪽.
 이국철 회장의 '검찰관련 비망록' 1쪽.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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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구명로비를 받은 검찰 고위층 인사들이 수명 더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오마이뉴스>와 MBC < PD수첩 >이 공동으로 입수한 '이국철 비망록-검찰편'에서, 이 회장은 최초 언급한 '4명'보다 더 많은 총 '9명' 정도의 검찰 고위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구명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의 구명로비 대상에 전·현직 검찰 최고위층 인사들까지 포함돼 있으며, 구명로비 과정에서 일부 인사들에게 거액의 돈은 물론이고 고가의 명품시계까지 건네졌다는 주장도 나와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게다가 이 회장은 이 비망록에서 자신의 구명로비 과정에 현 정권 실세의 측근들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비망록에 적시된 검찰 고위층 인사들은 대부분 "이 회장을 잘 모른다"거나 "한두 번 만나긴 했지만 구명로비 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대검은 최고위층 인사의 연루 의혹과 관련해서는 "현재 수사중인 사안이어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MBC < PD수첩 >은 이러한 비망록에 담긴 진실뿐만 아니라 SLS그룹 해체 과정을 추적해 오는 29일 방영할 예정이다.  

구명로비 대상 최초 '4명'에서 '9명'으로 늘어날 듯 

최근 <오마이뉴스>와 MBC < PD수첩 >은 이 회장쪽으로부터 '이국철 비망록-검찰편'을 입수했다. 이 회장은 이 비망록 1쪽에서 '검찰관련 비망록(5권째, 마지막)이라고 썼다. 그가 구속되기 전 작성했다는 '5권의 비망록 가운데 마지막'이라는 뜻이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신재민 관련 비망록'과 '혜인 스님 폭로 중단 회유 비망록(관련기사 : "더이상 폭로 말라...구속 안시킬테니 덮자")' 등 2권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비망록은 지난 2009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다. 이 회장과 SLS그룹이 창원지검 특수부로부터 수사를 받던 때부터 이 회장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MB실세 스폰서 의혹'을 폭로하기 전까지의 시기다. 이 회장은 검찰 로비스트들, 검찰 고위층 인사 등과 만난 장소는 물론이고, 이들에게 전달했다는 명품시계 모양까지 자세하게 그려놓았다. 

이 회장은 이 비망록 1쪽에서 "검찰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검찰의 사유화, 권력화, 뇌물과의 관계가 이루어져 검찰이 움직인다"며 "(이 비망록은) 검찰과 법무부의 검사장급 이상 11명에 대하여 있는 사실을 적시했다"고 서술했다.

실제 이 회장은 '이국철 비망록-검찰편'에서 신재민 전 차관과 재벌 조카사위인 사업가 김씨 그리고 현 정권 실세 측근들이라는 문아무개씨(대영로직스 대표)와 박아무개 보좌관 등을 통해 검찰 고위층 인사들에게 구명로비를 벌인 정황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이 회장이 비망록 1쪽에서 "SLS사건의 시작과 끝, 진실을 밝히는 데에는 전부 권력의 힘 남용, 권력의 사유화가 이루어진다"고 지적한 것도 이러한 로비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이 회장은 "검찰, 법무부 검사장급 이상 11명"과 관련된 사실을 적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이 비망록을 검토한 결과, 이 회장이 구명로비를 한 것으로 보이는 검찰 고위층 인사는 이 회장이 처음 언급한 4명을 포함해 약 9명(이 회장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1명 포함)에 이른다. 

'이국철 비망록-검찰편'의 일부. 검찰 로비스트는 물론이고 검찰 고위층 인사들을 만난 장소는 물론이고 이들에게 전달했다는 명품시계까지 그림으로 그려놓았다.
 '이국철 비망록-검찰편'의 일부. 검찰 로비스트는 물론이고 검찰 고위층 인사들을 만난 장소는 물론이고 이들에게 전달했다는 명품시계까지 그림으로 그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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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지난 16일 구속되기 전 신재민 관련 비망록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신 전 차관과 사업가 김아무개씨를 통해 구명로비를 벌인 '전·현직 검찰 고위층 인사'는 총 4명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 가운데 1명은 청와대 사정라인 고위인사, 2명은 법무부 고위인사로 재직하고 있고, 나머지 1명은 국내 유명 로펌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국철 비망록-검찰편'을 통해 여기에 5명 정도의 인사가 이 회장의 구명로비 대상에 추가되는 셈이다. 이들은 대부분 법무부와 대검,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현재 대검과 A지역 검사장 등으로 근무하고 있다. 특히 여기에는 전·현직 검찰 최고위층 인사들까지 포함돼 있다. 이 회장은 전직 검찰 최고위층 인사인 K씨를 고급 레스토랑에서 두 번이나 만났다고 주장했다. 현직 검찰 최고위층 인사는 신 전 차관 등에게 "SLS사건을 수사하면 정권이 많이 부담스러워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최초에 언급한 '4명'의 경우 주로 창원지검 특수부 수사와 관련돼 있고, 추가된 '5명'은 부당한 검찰수사와 그룹 해체의 진실을 밝혀 달라는 이 회장의 진정과 연결돼 있다. '이국철 비망록-검찰편'에 따르면 후자와 접촉하는 데는 현 정권 실세로 알려진 문아무개씨와 박 보좌관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들이 청와대와 검찰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자의 '4명' 가운데 현재 법무부 고위인사인 L씨(당시 B지역 지검장)는 사업가 김씨와 신재민 전 차관은 물론이고, 문씨와 박 보좌관으로부터도 구명로비를 받았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또다른 정권 실세인 P씨를 통해 그의 고교후배인 L씨에게 접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국철 회장은 신세계 백화점 본점 지하에 위치한 한 명품시계점에서 까르띠에 등 명품시계를 구입해왔다.
 이국철 회장은 신세계 백화점 본점 지하에 위치한 한 명품시계점에서 까르띠에 등 명품시계를 구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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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억 원에 이어 명품시계와 상품권도 오가고

현 정권 실세의 측근들이 이러한 구명로비 과정에 개입했다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과정에서 거액의 '금품'이 오갔다는 의혹이다.

이미 신 전 차관으로부터 소개받은 사업가 김씨가 이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은 수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 회장쪽은 대부분 '검찰 로비자금'이라고 주장하지만, 김씨는 개인 사업자금으로 빌린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자신이 직접 김씨에게 건넨 '1억 원'과 관련 "한달도 채 안되는 동안 1억 원이라는 돈을 술 먹고 밥먹는 데만 썼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지난 10월 3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는 이국철 SLS그룹 회장
 지난 10월 3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는 이국철 SLS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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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문 대표가 'L의원쪽에 선을 대야 한다'며 돈 액수를 저한테 제안했는데 처음에는 30억 원이 나왔다"며 "문 대표에게 건너간 돈은 총 60억 원 정도 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회장이 구속되기 전인 지난 14일 MBC < PD수첩 >에 증언한 내용이다.

"보통 2억 원씩, 3억 원씩, 2주일에 한번씩 계속 줬다. 주로 현금이었는데 수표도 줬다. 내가 직접 전달하기도 하고, 우리 가족들이 여행용 가방에다 전달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120억 원짜리 선박(담보제공)과 차량 80대를 넘겨받은 데 그치지 않고 이렇게 수차례에 걸쳐 거액의 현금까지 받아갔다는 것이 이 회장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이국철 비망록-검찰편'에서 "검찰(창원지검) 수사중, 수사 후 (당시 검찰 최고위층 인사였던) K씨와 (현 D지역 지검의 고위층 간부) L씨, 기타 등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해서 5억 원을 문씨에게 주었다"고 주장했다. 비망록에는 이렇게 검찰 고위층 인사들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이 많이 등장한다.

"2010년 11월, 문씨가 J씨에게 전달한다며 박 보좌관이 움직일 자금과 함께 1억 원을 요구해서 금호역 앞 H마트 앞에서 1억 원을 전달했고, 이후 같은 장소에서 5000만 원을 추가로 전달했다."

"2011년 8월께 문씨가 큰 누님집으로 와서 검찰 고위층 ◯◯◯(이 회장이 기억하지 못하는 검찰인사.... 기자주)에게 인사해야 한다며 9만 불(1억 원)을 가지고 갔다. 이를 큰누님과 매형은 물론이고 문씨와 함께 다니던 김아무개도 보았다. ◯◯◯이 돈을 잘 받았다고 연락해왔다."

돈만 건너간 것이 아니었다. 이 회장은 명품시계 4개를 문씨에게 건넸다고 주장했다. 1000만 원 대 오메가 시계는 D지역 지검 고위층 간부인 L씨에게, 수백만 원 대 까르띠에 시계는 대검 고위인사인 J씨와 박 보좌관에게 건너갔고, '프랑크 뮐러'라는 명품시계는 문씨가 직접 찼다는 것이 이 회장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J씨에게도 잘 전달됐다고 했고, 박 보좌관도 저하고 통화하면서 만족해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명품시계를 주로 신세계 백화점 지하에 위치한 한 명품시계점에서 구입해왔다. 까르띠에와 오메가 등을 주로 취급하는 이곳의 한 관계자는 "어디에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회장이 300만 원에서 500만 원 하는 까르띠에 시계를 자주 구입해갔다"며 "하지만 이곳에서는 프랑크 뮐러 시계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이 회장은 "문씨가 2010년 추석 때 청와대와 검찰에 인사해야 한다고 해서 2000만 원 어치 상품권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이 청와대와 검찰 등에 진정서를 내는 과정에서 상품권까지 문씨에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검찰 인사들 "얼굴 한번 봤다고 안다고 할 수 있나?"

이국철 회장이 검찰 고위층 인사와 식사를 했다고 하는 강남 소재 한 빌딩.
 이국철 회장이 검찰 고위층 인사와 식사를 했다고 하는 강남 소재 한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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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은 지난 25일 대변인실을 통해 대검 고위층 인사들의 구명로비 연루 의혹과 관련해 "질의하신 내용은 현재 수사중인 사안으로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밝혀왔다. 대검의 J씨는 "개인적으로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대변인실을 통해 질의하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으로부터 명품시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D지역 지검 고위층 간부 L씨는 "문아무개 사장을 만난 적도 없고, 이국철이란 사람 자체를 모른다"며 "(당연히) 시계를 받은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이 회장은 "사업가 김씨는 L씨와 친한 친구인 한 대학교수를 L씨에게 보내 구명로비를 벌였다"는 새로운 주장을 폈다. '이국철 비망록-검찰편'에 따르면, 당시 김씨는 이 회장에게 "그 교수가 룸살롱에서 L씨를 접대하면서 충분히 설명했다"며 "검찰이 쉽게 영장을 못 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서울 고검에서 근무하고 있는 J씨는 "문아무개씨는 선배를 통해서 안면 정도는 있는데 그걸 가지고 안다고 할 수 있나"라며 "그걸 가지고 나를 안다고 하면 그 사람 천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J씨는 서울 송파구 소재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문아무개 대표와 이 회장을 만났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가락시장에서 친구들과 밥을 먹고 있는데 (문 대표가) 이국철 회장과 같이 왔다고 해서 10분 정도 만났다가 일어났다"며 "술자리도 아니었고, 밥값도 내가 냈다"고 해명했다.

J씨는 "SLS사건도 신문 보고 알았다"며 "그런데 그걸(가락시장에서 만난 것을) 가지고 날 안다고 하면 진짜 나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두 번 만났다고 주장한 전직 검찰 최고위층 인사 K씨는 현재 미국에 체류중이어서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이 회장은 '이국철 비망록-검찰편' 마지막에다 "1만 명의 검찰 식구들은 거의 다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데 1%의 정치검사들에게 문제가 있다"며 "나도 이들과 같이 행동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썼다.


태그:#이국철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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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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