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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점령'(Ocuupy Wall Street) 시위대의 공정무역 워킹그룹을 담당하고 있는 아담 와이스맨(34)은 "이명박 대통령은 1% 기업만을 위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점령'(Ocuupy Wall Street) 시위대의 공정무역 워킹그룹을 담당하고 있는 아담 와이스맨(34)은 "이명박 대통령은 1% 기업만을 위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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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분노를 느낀다. 우리가 오바마 대통령을 배반자라고 느끼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 국민들을 배반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월스트리트 점령'(Occupy Wall Street) 시위대의 공정무역 워킹그룹을 담당하고 있는 아담 와이스맨(34)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한국 국회에서) 한미FTA 비준안을 통과 시킨 것은 오로지 1% 기업들의 이익만을 보호하려는 대통령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국 의회에서 '한미FTA 비준안'이 통과된 후 찬성투표를 한 의원들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찾아가서 항의하고 모욕을 주고 유권자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있다"면서 "마찬가지로 한국 국민들도 찬성투표를 한 151명의 국회의원이 어떤 식으로 국민을 배반했는지 모두 기억하고 창피를 주고 계속해서 지적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뒤로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99%는 '한미FTA'에 반대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1%만을 사랑한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는 30여 명의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2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한미FTA 비준한 날치기 처리는 무효'를 주장하며 뉴욕 맨해튼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2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한미FTA 비준한 날치기 처리는 무효'를 주장하며 뉴욕 맨해튼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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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는 배반자... 미국 금융위기, 한국에도 올 것"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는 22일 낮 12시(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당초 '한미FTA' 반대를 위한 시위로 계획됐지만, 전날 한국에서 '한미FTA 비준안'이 통과되면서 항의 집회로 성격이 바뀌었다.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탐욕과 경제적 불평등에 저항하기 위해 2개월 이상 시위를 벌이고 있는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한미FTA' 문제로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위대측은 뉴욕 외에 호놀룰루,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휴스턴, 시카고 등에서도 '한미FTA' 반대 및 비준안 처리에 대한 항의 시위가 열렸다고 밝혔다.

뉴욕 총영사관 앞에 모인 시위대는 "우리는 99%다, 1%를 위한 한미FTA를 중단시킬 것이다", "노동자 농민들도 한미FTA 반대, 서울과 월스트리트에서도 한미FTA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한미FTA' 문제로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현지시각) 뉴욕 한국총영사관 앞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 모습.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한미FTA' 문제로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현지시각) 뉴욕 한국총영사관 앞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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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스맨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환경을 해치고, 노동자를 착취하고 국민의 건강 문제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한미FTA'를 통과시켰기 때문에 우리들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서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에서 평화스럽게 시위하는 사람들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서 실명되거나 고막이 터지는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서도 분노한다"고 덧붙였다.

"한미FTA는 우리들의 법, 모든 주권까지 침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환경과 노동자의 권리,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 만든 법을 모두 침해하는 조약이다. 특히  투자자정부제소권의 경우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고 기업을 돕기 위해 악법화 시킨 것이기 때문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조항도 마찬가지다. 에이즈 등 특별한 질병을 가진 사람들의 약을 먹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조항이다."

그는 이날 한국 국회에서 '한미FTA 비준안'이 한나라당에 의해 날치기 통과됐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비준안이 통과됐지만) 한국 국민들도 계속 싸울 것이고 이 조약이 사람들의 모든 부분에 위협이 되는 한 계속 싸울 것"이라며 "특별히 이명박 대통령은 가장 큰 배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한미FTA는 금융시장 규제를 완화시킨다"며 "기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구제를 받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겠지만, 미국의 경제 위기가 똑같이 한국에서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한국 국민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식량주권연합'에서 활동하는 크리스티나 스키어보니(31.왼쪽)는 "'한미FTA'는 식량 주권의 문제뿐 아니라 모든 인간에 대한 권리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식량주권연합'에서 활동하는 크리스티나 스키어보니(31.왼쪽)는 "'한미FTA'는 식량 주권의 문제뿐 아니라 모든 인간에 대한 권리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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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량주권연합'에서 활동하는 크리스티나 스키어보니(31)는 지난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WTO 무역협상'에 반대하면서 분신한 고 이경애씨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들은 'WTO 협상이 농민들을 죽인다'고 말한 뒤 분신한 이경해씨의 용감하고 힘 있는 투쟁을 절대 잊지 못한다"며 "그 행위 자체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을 자극하고 고무해서 그 죽음이 절대로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한미FTA'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한미FTA'를 기업의 부패와 착취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한국에서 실망스러운 투표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것이 한국 국민들의 투쟁을 멈추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긍정적인 생각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우리들에게 지속적인 투쟁을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몇몇 언론은 미국의 농민들이 '한미FTA'를 찬성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완전히 허구다. 한국의 농민들과 노동자들이 반대하고 있는 '한미FTA'는 여기에 있는 농민, 노동자에게도 여전히 나쁜 협상이다. 이 조약은 식량 주권의 문제뿐 아니라 거주지에 대한 권리, 공정한 임금을 받을 권리, 청정한 환경에 살 권리 등 모든 인간에 대한 권리를 파괴하는 것이다."

대형 물총 쏘던 MB, 시위대에 '진압' 당하다

이날 시위에서는 한국에서 '한미FTA'를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서고 있는 정부와 경찰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물대포를 맞고 있거나 물대포를 맞아 눈을 다친 한국 시위대의 사진을 들고서 "시위대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이명박 대통령의 가면을 쓴 사람이 나타나 시위대를 향해 대형 물총을 쏘다가 시위대에게 '진압' 당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 물총 쏘는 MB, 월가 시위대에 '진압' 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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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니콜슨(25)은 "한국에서 엄청난 경찰의 폭력이 있다고 들었다, 평화적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의사를 표현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며 "정부가 아무리 탄압을 해도 사람들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를 향한 미국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해서도 "경찰이 법 위에 서서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그들은 시민들이 아니라 1%의 대기업과 금융자본가를 보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한국총영사관은 경찰에 시위가 열릴 것 같다는 소식을 전달했을 뿐 특별히 경호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한미FTA'에 대해 찬반 입장이 있을 수 있고, 표현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월가 시위대가 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한 것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힐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대는 "우리는 다시 이곳에 올 것이다", "우리는 '한미FTA' 반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구호를 외친 뒤, 약 2시간 동안의 평화적인 시위를 마치고 본거지인 로어 맨해튼 자유광장(주코티공원)으로 돌아갔다. 

2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뉴욕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한미FTA' 반대 시위를 벌인 것은 처음이다. 한국 언론은 물론 로이터 등 외신들도 취재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뉴욕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한미FTA' 반대 시위를 벌인 것은 처음이다. 한국 언론은 물론 로이터 등 외신들도 취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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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시위에는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측 미주 한인들도 참석, '한미FTA 비준 날치기는 쿠데타이고 무효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동균 목사가 낭독한 성명서는 "'뼛속까지 친미, 친일'인 대통령과 '검은머리 미국인' 통상관료들이 만들어낸 최악의 매국 협정이 기어이 날치기되고야 말았다"고 비판했다.

성명서는 또 "이번 비준안 날치기는 이명박 정권의 1% 부자만을 위한 99% 서민들을 짓밟는 행위이며 나라의 운명을 위기로 몰아넣을 매국행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지금부터 이 정권을 심판하고, 날치기에 동참한 의회 쿠데타 세력, 반민주 세력을 내년 총선에서 전원 낙선시키기 위한 전면적 투쟁에 돌입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태그:#한미FTA, #날치기, #월스트리트 점령, #뉴욕 한국총영사관,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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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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