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 드라마 <브레인> 한 장면 ..

▲ 월화 드라마 <브레인> 한 장면 .. ⓒ 한국방송


"이 바닥이 실력만으로 돼?" 한국방송 월화 드라마 <브레인>의 주인공 이강훈(신하균 분)은 그렇지 않다고 믿는 사람이다. 지난 11월 14일 첫 전파를 탄 <브레인>은 최고 실력자가 되기를 갈망하는 신경외과 의사 이강훈의 이야기다.

이강훈은 명문 천하대학교 신경외과 펠로우 2년 차 의사다. 최고 실력자가 되기를 갈망하는 그는 우선 수술의 일인자가 되기로 했다. 하지만 오로지 하나만 아는 사람들이 그렇듯 그는 주위를 돌아보지 못한다. 그에게 가족과 동료, 환자는 결코 우선순위가 아니다. 만족을 모르는 '아귀'처럼 그는 잘 웃지도 않는다. 아니, 웃는 법을 기억하기나 할까?

중요한 건 최고 실력자가 되기를 바라는 이강훈이 어리석게도 사방에 적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분명히 노력하는 사람이고, 촉망받는 의사이자 신경외과의 '대세'로 불리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노골적으로 그를 무시한다. 인간 이강훈에 대한 무시, 그건 이해할 수 있는 거다.

그가 밉상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미운 데는 장사가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의 전문가로서 식견과 '오더'조차 무시되는 상황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 2회에서 이강훈이 전문의 윤지혜(최정원)에게 말한다.

"내가 제일 불쾌한 게 뭔지 알아? 너나 서준석(조동혁 분)이 둘 다 니들 판단만 믿었다는 거야. 내 말은 무시하고... 감히..."

그의 지적은 정당한 것이었다. 맨 마지막 붙은 '감히'라는 말 한마디만 빼면. 바로 그 오만함 때문에 이강훈은 동기인 서준석, 전문의 윤지혜, 수간호사(임지은 분) 등에게 그의 전문가적인 소견과 '오더'마저 무시당하곤 한다.

문제는 이강훈이 좀처럼 그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설득할 능력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화하는 법을 모르는 그의 말은 대부분 상대에게 '윽박지르기' 또는 '깔고 뭉개기'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 결과가 사방의 적이다.

<브레인> 그간 메디컬 드라마와 차별화될 수 있을까

 촬영현장에서의 신하균의 모습

촬영현장에서의 신하균의 모습 ⓒ KBS

이강훈의 오만함은 어쩌면 철저한 방어기제인지도 모른다. 약한 자는 여지없이 물어뜯기고 마는 '정글의 법칙'이 득세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그가 강자로서 살아남기 위해 택한 고육책일지 모른다는 얘기다.

2회에서 살짝 나온 회상 장면이나 어머니(송옥숙 분)와의 애증 관계 등을 미루어보면 그가 성장기에 겪었던 어떤 사건이 지금의 그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회에서 이강훈이 교수 김상철(정진영 분)에게 "왜 저는 안 됩니까?"라고 물을 때 그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고, 김상철을 원망하는 마음은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는 소년의 그것으로 보였다.

그 때 성공을 향한 그의 갈급이 마치 '가지지 못한 자'의 슬픈 인정투쟁으로 보였다는 얘기다.

이강훈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의사가 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정작 그 자신이 적절한 해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를 싫어하거나 오해하고 있는 주변 인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그의 앞날이 순탄치 않아 보이는 이유다.

'인술'을 중시하는 김상철은 고집불통에다 오로지 그것 하나만 아는 의사라는 점에서 이강훈과 공통점이 있는 사람이다. 환자에겐 더없이 친절하지만,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동료나 제자에겐 여지없이 '독설'을 던진다.

책임을 회피하고 자신의 뜻을 거슬렀다는 이유로 이강훈을 '투명인간' 취급하던 김상철을 보라. 2회에서 이강훈은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그에게 비굴한 웃음을 팔았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김상철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동기인 서준석은 한술 더 뜬다. 이른바 혼내는 시어머니 옆에서 말리는 시누이 캐릭터다. 전형적인 '엄친아'인 그는 이강훈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다. 교수들에게 순종적이고 항상 웃고 다니는 사람이라 인기가 많지만 그의 미소는 어쩐지 '이미지 관리'의 혐의가 짙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는 1, 2회에서 이강훈의 뒤에서 그의 '염장을 지르는' 일을 여러 번 했다.

 KBS 월화드라마 <브레인>에서 최정원(왼쪽)과 조동혁의 모습.

ⓒ KBS

덕분에 이강훈을 보는 김상철의 눈이 더 곱지 않아졌지만 그는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을 하거나 이강훈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지 않았다. 물론 그것이 고의인지 아닌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그가 이강훈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적어도 그는 <하얀 거탑>의 최도영이 아닐 거라는 얘기다. 그의 본심이 무엇인지를 지켜보는 것 또한 앞으로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가 될 거다.

이강훈의 이야기와 함께 <브레인>을 보는 재미의 또 다른 축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뇌 질환 관련 에피소드가 감당할 듯하다. 2회에서 일시적인 전두엽 이상 때문에 마음에 드는 남자를 보면 '뽀뽀'부터 하려 드는 본능에 충실해진 여자 환자 이야기는 이날 방송 분의 백미였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이야기 흐름 속에서 쉬어 갈 수 있는 이런 에피소드들이 이강훈의 '뜨거운' 이야기와 균형을 맞춰 간다면 이 드라마는 좀 더 볼만한 드라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강훈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환자를 돌아볼 줄 알고 주변 사람들을 챙길 줄 아는 좋은 의사이자 좋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수술에 집착하는 이강훈은 성공적이었던 드라마 <하얀 거탑>의 장준혁을 연상시킨다. <하얀 거탑>은 장준혁의 야망을 중심에 두고 '하얀 가운의 세계'에서 권력을 두고 벌어지는 암투를 탁월하게 그려낸 바 있다. <브레인>이 <하얀 거탑>과 같은 '정치' 드라마가 될지, 의사 이강훈의 성장 드라마가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분명한 건 메디컬 드라마로서 <브레인>은 뇌 질환을 전공으로 하는 신경외과 이야기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는 거다. 이 점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만들어내고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이 드라마의 성패는 달라질 것이다.

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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