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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나무와 식물들은 유기순환을 통한 자연퇴비에서 양분을 얻는다.
 숲속의 나무와 식물들은 유기순환을 통한 자연퇴비에서 양분을 얻는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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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시의 가로수들은 월동준비를 하느라 잎을 연신 떨어뜨리고 있다. 덕분에 무수한 빗질에도 거리에는 낙엽이 한 가득이다. 콘크리트 보도블록이 깔린 도시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낙엽의 신세가 처량하다. 하지만 낙엽은 농촌에서 농사에 아주 유용한 밑거름, 퇴비가 된다.

숲 속의 나무와 식물들이 해마다 스스로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는 것은 스스로 자양분을 만들어 뿌리로 보내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도 낙엽의 역할이 있기 마련이다. 등산하거나 숲길을 걸을 때, 발아래에 쌓인 낙엽을 들춰보면 곰삭은 젓갈처럼 부들부들하며 감촉이 촉촉하고, 풋풋한 흙냄새가 나는 부엽토를 볼 수 있다.

부엽토는 흙 속의 자연 미생물에 의해서 낙엽이나 잔가지 등이 잘게 분해된 것으로, 자연이 만든 최상급 퇴비라고 할 수 있다. 부엽토와 낙엽을 활용한 퇴비 만들기에는 여러모로 유익한 것이 많다.

겨울 오기 전 퇴비를 준비해 두면 좋습니다

숲속의 낙엽을 걷어보면 켜켜이 쌓인 낙엽이 분해된 부엽토가 있으며 수많은 미생물이 활동하고 있다.
 숲속의 낙엽을 걷어보면 켜켜이 쌓인 낙엽이 분해된 부엽토가 있으며 수많은 미생물이 활동하고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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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이 자급할 정도의 텃밭농사를 짓고 있거나 소규모의 농사를 짓는데는, 낙엽을 비롯한 음식물찌꺼기나 작물의 부스러기같이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들만 퇴비로 사용해도 충분하다. 가을작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지금이 퇴비재료가 가장 풍성한 때다. 때문에 겨울이 닥치기 전에 퇴비를 준비해두면 내년 농사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좋은 퇴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탄소와 질소의 비율을 맞춰주는 '탄질비'가 중요하다. 갈색으로 변색한 낙엽이 탄소가 되며 밭작물과 같은 초록의 풀들이 질소가 된다. 여기에 과일이나 채소껍질같이 자연에서 얻어진 온갖 식물성 재료들도 좋은 퇴비가 된다.

퇴비가 잘 발효되기 위해서는 재료가 축축할 정도로 물을 골고루 뿌려주고, 미생물을 넣어 발효를 촉진해줘야 한다. 이때 숲 속의 부엽토는 다양한 미생물이 활동하고 있어 퇴비재료에 골고루 섞어주면 좋다. 부엽토 외에도 유용한 미생물로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EM(Effective Micro-organisms)활성액을 뿌려줘도 된다.

작년 겨울에 만든 퇴비더미(왼쪽)는 서서히 발효가 되면서 봄이 되자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지고 부숙속도가 빨라져 양이 서너배로 줄어들었다.(오른쪽)
 작년 겨울에 만든 퇴비더미(왼쪽)는 서서히 발효가 되면서 봄이 되자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지고 부숙속도가 빨라져 양이 서너배로 줄어들었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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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미생물의 활동이 둔해지므로 다른 계절에 비해 퇴비의 발효가 천천히 진행되다가 봄부터 점차 빨라진다. 작년 이맘때쯤, 가슴 높이까지 퇴비 재료를 쌓아올렸는데 봄이 되고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자 퇴비더미가 잘 발효돼 무릎까지 낮아졌다. 이때 만든 퇴비는 작물을 심기 전에 흙 위에 골고루 흩어 뿌린 후 열흘 정도 건조시킨 후에 흙을 뒤집어 밑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엔 퇴비의 질이 좋아 수확 때도 좋은 결실을 봤다.

작물을 심기 전에 밑거름으로 활용하는 것이 원 재료를 알 수 없을만큼 잘게 부숙(腐熟·썩음)된 마른 퇴비다. 한편, 작물이 한창 자랄 때 영양을 보충해주는 웃거름으로 사용하는 것은 액체비료(액비)라고 부른다.

퇴비 만들기에 다용도로 활용되는 낙엽

깻묵을 물에 담아 혐기성발효로 만든 액체비료는 만드는 방법과 사용법이 간단하다.
 깻묵을 물에 담아 혐기성발효로 만든 액체비료는 만드는 방법과 사용법이 간단하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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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비도 자연에서 나온 재료를 이용해서 만드는데,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액비재료 중 많이 사용하는 것이 깻묵이다. 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은 방앗간에서 싼값에 구할 수 있다. 또 한약을 달이고 남은 한약재료도 좋은 액비재료가 된다. 대개 무료로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이다. 작년에 두 재료를 섞어서 만든 액비를 올해 농사에 사용했다.

액비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큰 통에 깻묵을 넣고, 물을 재료부피의 다섯 배 정도로 넣어주기만 하면 된다. 한약찌꺼기도 같이 넣어줘도 되고, 각각의 재료만으로 만들어도 된다. 액비에도 미생물을 넣어주면 좋다. 부엽토나 다른 미생물재료를 넣어줘도 되며 약간의 천일염이나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설탕을 넣어줘도 좋다.

퇴비만들기는 계절에 상관없이 자연에서 얻어지는 모든재료를 이용해서 만들수 있다. 퇴비재료에 미생물활성액을 뿌려주고 있다.
 퇴비만들기는 계절에 상관없이 자연에서 얻어지는 모든재료를 이용해서 만들수 있다. 퇴비재료에 미생물활성액을 뿌려주고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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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되는 동안 뚜껑은 닫아두며, 재료들이 물속에서 흩어지지 않게 자루에 담아 넣어야 사용하기 편리하다. 상온 날씨에는 1개월 이상, 추운날씨에는 3개월 이상 발효시킨다. 발효 후 액비만 걸러내 물을 50~100배 정도로 희석해 작물에 뿌려주면 된다. 희석할 때 물의 비율을 높이거나 낮추는 것은 액비의 농도와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 액비로 쓰고 남은 찌꺼기는 퇴비 재료로 사용하거나, 한 번 더 액비로 만들어 사용한다. 액비로 만들 경우 물을 10배 정도로 희석해 사용한다.

퇴비가 썩게 되면 재료의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이럴 땐 발열을 돕기 위해 재료를 뒤집어 산소를 퇴비 속까지 들어가게 해주는 것이 좋다. 또 수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퇴비 재료에 촉촉하게 물을 공급해줘야 한다. 그래야 부숙이 잘 된다. 추가로 부엽토나 미생물을 넣어줘도 된다. 산소를 공급하는 호기성 발효 퇴비는 흙처럼 좋은 냄새가 난다. 물로 만든 액비는 산소 공급이 없는 혐기성 발효를 하므로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특징이 있다.

낙엽은 퇴비재료로 말고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가 있다. 풀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검정비닐 대신 낙엽을 흙 위에 두텁게 덮어주면 좋다. 이는 차차 썩어가면서 나중에 거름도 된다. 요즘 도심 거리를 보면 낙엽을 담아둔 자루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대로 두면 쓰레기로 없어질 테지만, 거둬두면 농사에 유익하게 쓸 수 있는 친환경 유기농 퇴비가 된다.

서울 강동구에서는 낙엽을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무료로 공급해주고, 소각비용 3억6천만 원을 절약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낙엽소각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퇴비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해본다.


태그:#퇴비, #탄질비, #액비, #낙엽, #깻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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