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의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 13일 방송된 <런닝맨>의 시청률은 16.9%(수도권 기준, 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12.5%의 시청률을 기록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를 제치고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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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던 초기의 <런닝맨>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게임 후 패자들에게 주어지던 벌칙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의 '런닝맨'들은 오로지 미션을 성공시켜 벌칙을 피하기 위해 달렸다. 그러나 각 게임 과정에서 승리의 대가로 얻는 런닝볼의 획득 여부와 거의 무관한 제비뽑기로 최종 패자가 결정되면서, 그들이 무엇을 위해 달리느냐 하는 의문이 남았다.

최근의 <런닝맨>을 보면 미션의 성공이나 승패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회에 따라 최종 패자를 가르고 벌칙을 수행하는 시간을 아예 생략하기도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우승하느냐가 아닌 게임의 흐름이다. 회마다 변하는 규칙과 '스파이'를 통한 반전이 프로그램 안에 녹아들면서 <런닝맨>은 게임의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해졌다.

반전을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제작진은 어느새 <런닝맨> 안에서 게임의 또 다른 축이 되었다. 스스로 적절히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기발한 규칙, 그리고 치밀하게 계획한 반전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매번 다른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내기 위해 제작진이 활용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다. 시장과 찜질방, 놀이공원 등 다양한 장소에 맞춘 미션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의 출연자를 섭외한 편에서는 팀별로 보스를 선정해 이들의 이름표를 지키는 것으로 규칙을 변형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작진이 재미를 위해 적극 활용하는 것은 이제는 각자 자리가 잡힌 <런닝맨>의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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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방송된 <런닝맨>에서 제작진은 스파이가 되고 싶지만 그럴 능력이 못된다고 평가받는 지석진과 이광수에게 가짜 스파이 미션을 준다. 동시에 김수로와 박예진을 진짜 스파이로 등장시키면서 가짜 스파이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허술한 모습을 보여온 두 출연자의 캐릭터를 충분히 활용함과 동시에 흥미로운 반전을 완성시킨 것이다. 게임 과정에서 런닝맨들이 '수'자와 '진'이 적힌 힌트를 가장 먼저 발견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그들이 김'수'로와 박예'진'이 아닌 이광'수'와 지석'진'을 떠올리도록 한 것 또한 제작진의 절묘한 트릭이었다. 

<런닝맨>이 발견한 제 3의 리얼리티

이런 제작진에 맞서 <런닝맨>의 출연자들은 실제로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심리전도, 육탄전도 모두 진짜다. 그러나 <런닝맨>의 리얼리티는 KBS <1박2일>이나 MBC <무한도전>과는 조금 다르다. <1박 2일>은 진짜 야생, 혹은 보통 사람들을 만나 리얼을 완성하고, <무한도전>은 현실을 넘나드는 재미와 의미를 담아낸다.

그에 반해 <런닝맨>의 리얼리티는 온전히 게임 안에만 존재한다. 프로그램이 흥미로운 건 바로 그 때문이다.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리얼리티가 예능의 해답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그에 반해 철저히 현실을 배제한 <런닝맨>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다. '웃음'이라는 기본 코드를 지키면서 이를 위한 다양한 변주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런닝맨>의 세계를 앞으로도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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