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저녁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정글의 법칙 기자간담회에서 황광희, 류담, 김병만, 리키김, 노우진이 정글에서 사용했던 도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14일 저녁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정글의 법칙> 기자간담회에서 황광희, 류담, 김병만, 리키김, 노우진이 정글에서 사용했던 도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아프리카 나미비아 악어섬과 인도네시아 파푸아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 이정민


아무리 리얼 버라이어티지만, 카메라의 사정거리 안에서 적당히 힘든 척하고 가끔 웃겨주기만 해도 방송은 만들어진다. 편집이라는 기술이 있으니까. 그런데, '방송'을 하라고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 파푸아의 정글에 데려다 놓은 사람들이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칼 한 자루로 물고기를 때려잡고, 새총을 쏴서 나무 위 뱀을 명중시켰으며, 썩은 나무 기둥에서 주먹만 한 애벌레를 찾아냈다. 한국에서 혐오식품은 정글에서 일용할 양식이요, 간식이다. 그저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만으로도, 예능보다 진정성 있고 다큐보다 재미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향할 수 있는 것은 도전의 아이콘 '달인' 김병만이 있기에 가능했다.

SBS 생존 버라이어티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이하 <정글의 법칙>) 출연진은 '김병만족'으로 불린다. 김병만을 필두로 한 류담 리키김 황광희 노우진 등은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무인도 악어섬과 인도네시아 파푸아의 원시부족 코로와이족 마을 등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14일 오후 8시 목동 SBS홀에서 열린 <정글의 법칙> 기자간담회에서 무사히 생환한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14일 저녁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정글의 법칙 기자간담회에서 개그맨 김병만이 익살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병만은 "(<달인>의 멤버) 류담과 노우진 중에 누가 더 낫냐"는 질문에 "여러분들이 느끼는 그대로 노우진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솔직히 류담 때문에 화가 많이 났다"며 "저 친구가 움직여줬으면 좋겠는데 안 움직여서 답답한것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웃자고 한 말, 아니 정말 진심이었다"고 덧붙여 좌중을 웃겼다. ⓒ 이정민


"병만이 형은 일 하느라 정신 없고, 담이 형은 앉아 있느라 정신 없고"

현재 <정글의 법칙>은 10월 21일부터 3회분을 방송했다. 초반부터 이들은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악어섬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마련하기 위해 분투해야 했다. 낮에는 뙤약볕에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는 계속해서 땔감을 때야할 정도로 추웠다. "카메라가 꺼져도 우리는 계속 집을 지어야하고, 먹을 걸 사냥해야 한다"는 김병만의 증언처럼 아프리카 '정글의 법칙'은 냉정했다.

 14일 저녁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정글의 법칙' 기자간담회에서 류담이 정글에서 취했던 행동을 재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14일 저녁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정글의 법칙> 기자간담회에서 류담이 정글에서 취했던 행동을 재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아프리카에서 일은 주로 김병만과 리키가 도맡았다. 아이돌인 광희는 막내였고, 류담은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일하는 사람끼리 갈등을 빚게 됐다. 집을 짓더라도, 김병만이 공사 현장 막일하듯 거칠고 힘 있게 움직인다면 리키는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다. 김병만이 말없이 밤에 필요한 땔감을 모아서 가져다 놓는다면 리키는 엄마처럼 우는 아이(광희)를 달래는 역할을 했다. 자연히 화면 속에서 김병만은 까칠하고 무뚝뚝하게 비쳐졌다. 그는 "내가 겁먹고 긴장했던 모습들이 동생들에게 말을 툭툭 던지는 등 충돌하는 모습으로 나왔다"고 고백했다.

리키는 "예능 쇼프로그램을 생각하며 갔지만, 짧은 시간에 집도 만들어야 하고 먹을 것도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가끔씩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며 "화면에 갈등처럼 나왔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오해한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함께 살면서 김병만에 대해 몰랐던 점을 알고 그의 생각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왼쪽) 리키김은 <정글의 법칙>에서 울고 있는 광희를 따뜻하게 위로하고 풍선을 선물로 주는 등 세심한 모습을 보여줬다. (오른쪽) 제국의 아이들 멤버 황광희는 <정글의 법칙> 촬영 소감에 대해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나가려고 했는데 나가는 게 더 힘들다더라"고 해맑게 말했다. 광희는 "힘든 걸 겪었더니 (아이돌로서) 연습 같은 거 안 힘들더라"고 전했다. 참고로, 리키가 선물로 줬던 풍선 '철수'(광희가 이름 붙이고 친구로 삼음)는 죽었다고.

(왼쪽) 리키김은 <정글의 법칙>에서 울고 있는 광희를 따뜻하게 위로하고 풍선을 선물로 주는 등 세심한 모습을 보여줬다. (오른쪽) 제국의 아이들 멤버 황광희는 <정글의 법칙> 촬영 소감에 대해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나가려고 했는데 나가는 게 더 힘들다더라"고 해맑게 말했다. 광희는 "힘든 걸 겪었더니 (아이돌로서) 연습 같은 거 안 힘들더라"고 전했다. 참고로, 리키가 선물로 줬던 풍선 '철수'(광희가 이름 붙이고 친구로 삼음)는 죽었다고. ⓒ 이정민


특히 광희는 평소 구김살 없이 늘 웃는 밝은 아이돌로 유명했지만 힘든 생활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막내라서 병만이 형이 일을 많이 시키지 않았다"는 그의 말처럼 좋은 점도 있었지만 "병만이 형은 집 짓느라 정신없고, 담이 형은 앉아 있느라 정신없어서 혼자 너무 힘들 때 제국의 아이들 멤버들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달인?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걸 보여주는 것일 뿐"

 김병만과 KBS <개그콘서트> '달인'에 출연했던 노우진은 "파푸아 갔다와서 이틀 뒤에 예비군 훈련이 있었는데, 산을 웃으면서 올라갔다"며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해진 것 같고 힘들었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김병만과 KBS <개그콘서트> '달인'에 출연했던 노우진은 "파푸아 갔다와서 이틀 뒤에 예비군 훈련이 있었는데, 산을 웃으면서 올라갔다"며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해진 것 같고 힘들었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 이정민

아이러니한 것은 <정글의 법칙>의 재미가 개그가 아닌 이렇게 치열한 삶 자체에 있다는 점이다. 연출을 맡은 이지원PD는 다큐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예능적인 웃음의 포인트를 묻는 질문에 "김병만 씨가 진지하게 구는 게 너무 웃기다"고 답했다. <정글의 법칙>은 웃음을 넘어서 진심을 전달하는 게 포인트라는 것. 이PD는 "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기를 원했고, 편집과정에서 자막 하나 재밌게 쓸 수는 있지만 성실히 임한 부분을 훼손하려 하지는 않았다"고 현실성을 강조했다.

"나는 벌에 놀라서 살려고 도망가는데 방송에서는 재밌게들 보셨더라고요. 정말 살려고 몸부림치는 게 웃긴 부분이 있어요. 물을 건너다가 악어가 있을까봐 엄청나게 빨리 빠져나왔는데 제작진이 '카메라에 찍기 힘들 정도로 튕겨 나왔다, 느린 화면으로 해도 너무 빠르더라'고 토로한 적도 있어요. 단백질이 필요해 뱀을 쏴서 맞혔을 때도 완전히 죽어서 떨어진 게 아니라서 나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어요. 그렇게 나도 모르게 움직이는 몸부림들, 설정한 게 아니라 리얼하고 자연스러운 부분들이 웃기지 않았나 싶네요." (김병만)

<정글의 법칙> 초반, 김병만은 재차 인터뷰를 하는 제작진에게 "속 얘기를 끄집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하며 포기할 수도 있다는 초강수를 둔 적이 있다. 이지원PD는 "가감이 전혀 없는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그런 부분까지 그대로 보임으로써 시청자들이 '꾸미지 않는 프로'라는 생각을 가져주기를 바랐다. 다행히 현재 출연진과 제작진은 생사고락을 함께 한 사이니만큼 돈독하다고. 김병만은 "볼 거, 안 볼 거 다 봤기 때문에 친해질 수밖에 없고, 오랜만에 만나면 우리도 모르게 포옹하게 된다"고 전했다.  

"'달인'이라지만 제게도 한계가 있죠. 인간으로서 못할 것을 찾아 보여주겠다는 욕심은 아니에요. <김연아의 키스앤크라이>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해서 완벽한 결과가 아니라 인간 김병만이 어떻게 하는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정글의 법칙>처럼 무인도에 떨어트렸을 때도 열심히 살아보다가 안 되면 살려달라고 하겠죠.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해보는 거예요. 솔직히 이 프로가 길게 갔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정글이나 사막을 이동하면서 배우면서 도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목숨 걸 정도의 무모한 도전은 안 해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다 보면 보시는 분들이 좋아해주지 않을까 싶어요." (김병만)

정글에서 뭘 먹고 살까?
"뱀이 가장 맛있었어요, 노가리 맛!"

 14일 저녁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정글의 법칙 기자간담회에서 류담이 정글에서 취했던 행동을 재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담이 <정글의 법칙>에서 건강 이상으로 코피를 쏟았던 아찔한 순간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류담은 "방송을 보고 장인어른이 '왜 너만 코피를 흘리냐'며 딸을 안 주시겠다고 해 결혼도 못할 뻔 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의 탈의도 했고, <정글의 법칙>은 많은 것을 뺏어간 프로그램"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몸은 고됐지만 많은 걸 머리속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며 "한국 와서 더 열심히 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 이정민


<정글의 법칙>에서 김병만족은 못 먹는 게 없다. 물고기는 물론 기어가는 지네부터 나무 위의 뱀, 풍뎅이 유충까지 잡아먹었다. 처음에는 김병만이 잡은 지네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던 멤버들도 며칠을 굶으니 "맛있다"며 먹었다. 그런데 정말 맛있었을까?

방송에서 "먹는 게 없으니 나오는 것도 없다"고 기운 없이 토로했던 큰 덩치의 류담이 가장 버티기 힘들었을 멤버로 보였다. 류담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뱀"이라며 "맹독을 갖고 있는 독사여서 철저히 병만이 형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입맛에 따르면 뱀 구이는 호프집에서 먹을 수 있는 노가리 맛이었다고. 류담은 "뱀은 먹은 다음날 아침은 굉장히 달라졌다"며 웃었다.

광희 역시 뱀을 가장 맛있었던 음식으로 꼽았다. 그는 "먹을 때는 몰랐는데 먹으니까 힘이 나더라"며 "감사하게 맛있게 먹었고, 자꾸 뱀 생각이 났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파푸아에서는 벌레도 맛있게 섭취했다고.

반면, 노우진은 파푸아에서 먹었던 벌레를 떠올리며 "먹기는 먹었는데 생김새가 다 보여서 힘들었다"며 "솔직히, 씹으면서 빨리 삼키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노우진은 "무엇보다 아무 맛이 없는 바나나에 소금을 뿌려 구워먹었던 게 제일 맛있었다"고 회상했다. 


정글의 법칙 김병만 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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