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나도, 꽃!>의 주요 출연진들. 왼쪽부터 조민기, 서효림, 이지아, 이기광, 윤시윤, 한고은

MBC 수목드라마 <나도, 꽃!>의 주요 출연진들. 왼쪽부터 조민기, 서효림, 이지아, 이기광, 윤시윤, 한고은 ⓒ MBC


9일 MBC 수목 드라마 <나도, 꽃!>이 첫 방송을 시작했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SBS <뿌리깊은 나무>와 KBS <영광의 재인>에 밀려 6.8%(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제공, 전국 기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시종일관 유쾌한 진행은 새로운 로맨틱코미디 드라마가 등장했음을 짐작케 했다.

누구보다 잘 사는 것 같던 차봉선, 사실은 '가장 고독한 존재'

많은 우려 속에서 방송에 복귀한 이지아는 안정된 연기로 여태까지 없었던 캐릭터 차봉선을 연기해 냈다. 하고 싶은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못하고, 화가 나면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야 하며, 융통성이라고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그러면서도 제가 예쁜 건 아는 정 붙일 곳이 없는 캐릭터가 바로 차봉선이다.

하고 싶은 말 다 하면서는 살기 힘든 요즘 시대, 상사에게 꼬박꼬박 말대답을 해 대는 차봉선의 행동은 어느 정도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며 가슴을 통쾌하게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드라마 속 차봉선은 외롭고 고독하며 우울하다.

MBC 수목드라마 <나도, 꽃!> 우울증을 앓고 있는 차봉선(이지아)

▲ MBC 수목드라마 <나도, 꽃!> 우울증을 앓고 있는 차봉선(이지아) ⓒ MBC


서장실에서 난동을 부리다 차봉선은 심리치료를 받게 된다. 별로 신뢰가 가지도 않는 심리치료사 박태화(조민기 분)와 여러 차례 상담을 받으면서 비정형 우울증 판정을 받게 된다.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는 식욕을 잃고 불면증을 겪지만, 비정형 우울증은 극 중 차봉선처럼 식욕이 늘고 불면증을 겪으면서도 낮에는 잠이 많이 오는 증상을 가진다.

단순히 불규칙적인 생활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증상들이 우울증 때문이라는 것을 안 차봉선은 더욱 더 고독해진다. 아무도 믿을 수 없고 누구에도 정을 주고 싶지 않다. 차봉선에게 세상은 너무 낯설게 흘러가고 있고 전화를 걸 친구도 없어 112와 114를 누른다. 혼자서도 누구보다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던 차봉선은 어느 순간 가장 외롭고 고독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상처 갖고 살아가는 사회, 거짓으로 포장해야 하는 사회 보여준 <나도, 꽃!>

또 다른 등장인물 서재희(윤시윤 분)는 또 어떤가. 유명 패션 브랜드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상류층 사람이면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회사 주차요원을 하는 등 '언더커버보스' 놀이를 즐긴다. 조실부모 한 후 온갖 고생을 하며 자랐고 성공한 지금도 박화영(한고은 분)의 남편이 죽었다는 것에 대해 알 수 없는 부채감을 갖고 있으며 온갖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두 가지 모습의 인생을 살기 때문에 서재희는 본질적으로 외로울 수 밖에 없다. 인생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을 뿐이다.

MBC 수목드라마 <나도, 꽃!>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 주차요원으로 위장한 서재희(윤시윤)

▲ MBC 수목드라마 <나도, 꽃!>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 주차요원으로 위장한 서재희(윤시윤) ⓒ MBC



거짓된 삶을 산다는 점에선 김달(서효림 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좁은 고시원에 방세도 밀린채 숨어 지내고, 정수기 물을 명품 생수인냥 마시며 명품 옷을 아무렇지 않은 듯 구매해 우격다짐으로 반품한다. 돈 많은 남자에게 빨대를 꽂는 게 삶의 목표이고 우정도 사랑도 모두 가식이다. 자신을 몇 겹을 포장하고, 사회가 바라는 조건을 충족시키고, 달콤한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대한민국의 현실, 그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멋진파출소의 김판술 팀장(이병준 분)은 상사 눈치도 보고 부하 눈치도 보며 하루하루를 전전긍긍 버티고 있다. 봉선을 좋아하는 조마루(이기광 분)는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걸린다. 강남 판자촌의 독거노인은 외로워서 파출소에 전화를 한다.

무관심하게 서로를 스쳐가는 사회, 관심이 오히려 독이 되는 사회, 모두들 약간씩의 우울증을 안고 가는 사회, 거짓으로 포장해야 하는 사회. <나도, 꽃!>이 말하는 현실은 분명 불편하다. 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현실을 극복 해 갈 차봉선과 서재희를 보며 우리도 좀 더 아름다운 현실을 꿈꿀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나도, 꽃 이지아 윤시윤 서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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