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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09일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137일간 농성을 벌인 사수대 3명이 10일 오후 노사잠정합의안이 노조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되면서 크레인을 내려왔다. 병원으로 향하는 구급차를 타러가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환영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09일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137일간 농성을 벌인 사수대 3명이 10일 오후 노사잠정합의안이 노조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되면서 크레인을 내려왔다. 병원으로 향하는 구급차를 타러가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환영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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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가까이 끈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갈등이 마무리됐다. 사측은 3년간 수주가 되지 않아 경영이 어렵다며 구조조정(생산직 400명)을 단행했고, 희망퇴직에 이어 대규모 정리해고(94명)를 했다. 노동조합은 파업에 맞섰고, 크레인 고공농성 끝에 노사합의를 이루어냈다.

현재 노동계 최대 현안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다. 정리해고는 크고 작은 사업장마다 발생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정리해고가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함께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진중 노-사 양측은 10일 '정리해고자 1년 내 재취업'과 '2000만 원 생계비 지원' 등에 합의했다. 정리해고자들은 부당해고이기에 원직복직을 주장했지만, 이 정도 합의에 대해서는 '사실상 정리해고 철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진중공업 조합원 뭉쳐 투쟁...'정투위' '가대위'도 한몫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12일로 158일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고공농성 중인 가운데,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13시간 동안 크레인 아래에 머문 뒤 떠나면서 한진중공업 조합원 가족들과 뜨거운 작별을 나누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6월 12일로 158일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고공농성 중인 가운데,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13시간 동안 크레인 아래에 머문 뒤 떠나면서 한진중공업 조합원 가족들과 뜨거운 작별을 나누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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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이 성과를 만들어 냈나. 무엇보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단결된 힘을 보인 결과다. 지난 6월 27일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전 집행부(채길용 전 지회장)가 조합원 동의 없이 '현장복귀' 선언을 해 갈등을 빚었지만, 선거를 통해 새 지도부(차해도 지회장)를 구성해 이번 노사 합의를 이끌어 냈다.

대규모 사업장마다 정리해고 갈등이 깊은데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는 사례는 드물다. 이에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은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은 다른 사업장과 다르다. 뭉치다 보니 성과를 내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위원회'(정투위)와 '한진중공업 가족 대책위'(가대위)가 똘똘 뭉쳐 투쟁했다. '정투위'는 조를 나눠 1인시위와 선전전을 벌이는가 하면 85호 크레인 앞을 24시간 지키기도 했다. 또 '가대위' 소속 가족들은 "남편이 정리해고를 당해 부끄럽다"가 아니라 "부당한 정리해고이기에 당당하게 싸워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힘을 보탰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의 또 한 중심에는 85호 크레인이 있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5m 높이에서 309일, 박성호·박영제·정홍형씨가 중간층에서 137일째 농성을 벌였다.

8년 전(2003년 10월 17일) 고 김주익 지회장의 자살로 85호 크레인은 살아서 내려오지 못하는 곳이었는데, 이번에는 '희망버스'를 포함한 국민의 관심 끝에 네 생명이 '건강하게' 내려와 땅을 밟았다.

연대와 동참의 아름다움 보여준 '희망버스'

 한진중공업 사측이 10일 용역경비 450여 명을 투입해 11일 85호 크레인 아래에서 열리는 희망버스 행사 원천봉쇄에 나섰다. 사진은 정문을 뚫고 진입하는 용역경비원들.
 한진중공업 사측이 지난 6월 11일 용역경비 450여 명을 투입해 85호 크레인 아래에서 열리는 희망버스 행사 원천봉쇄에 나섰다. 사진은 정문을 뚫고 진입하는 용역경비원들.
ⓒ 박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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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례 출발한 '희망버스'는 정리해고 갈등에 희망을 만들었다. 정리해고가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문제'라는 인식을 하게 된 시민들이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85호 크레인을 보기 위해 달려왔다.

부산시와 경제, 보수단체들은 희망버스가 '절망버스'라고 주장했다. 보수단체가 희망버스를 막으면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경찰은 희망버스를 물대포 등으로 막았는데,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희망버스에 대한 탄압이 높으면 높을수록 눈덩이처럼 사람들이 더 모이거나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배우 김여진씨는 85호 크레인과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김씨는 김 지도위원이 고공농성 100일째를 앞둔 지난 4월 10일 '날라리 외부세력' 회원들과 함께 영도조선소를 찾아 85호 크레인 중간층까지 올랐다. 이날 김여진씨는 '전국금속노동조합'이라는 글자가 적힌 모자를 쓰고 크레인에 올랐다. 그는 경찰에 연행되었다 풀려나기도 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노구를 이끌고 희망버스에 참가해 관심을 모았다. 백 소장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땅을 밟자 "이제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위해 싸우자"고 호소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해결에는 무엇보다 희망버스의 힘이 컸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희망버스에 감사하고 큰 용기를 얻었다"면서 "이제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은 전국을 돌며 희망을 전파하러 다닐 것이다. 더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희망버스 투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버스 기획단' 김혜진씨는 "희망버스가 연대의식을 불어넣은 게 큰 힘이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가 완전히 철회된 것은 아니지만 현장으로 돌아가는 힘을 희망버스가 만들었다"면서 "정리해고가 우리 삶을 파괴하며 사회가 이런 방식으로 정리해고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희망버스는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12일 새벽 희망버스를 타고 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집회에 참석한 배우 김여진씨.
 지난 6월 12일 새벽 희망버스를 타고 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집회에 참석한 배우 김여진씨.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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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연방 대통령 등 격려 메시지 ... '트위터'로 관심 끌어

85호 크레인과 희망버스는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다. 일본, 베트남, 태국 등의 외국 노동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희망버스'에 참가하거나 김 지도위원을 보기 위해 부산 영도까지 왔다.

크리스티안 볼프 독일 연방대통령이 김진숙 지도위원한테 격려 메시지를 보냈고, 세계적인 석학 노암 촘스키 교수(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도 김 지도위원의 투쟁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 지도위원은 미국 월가 '반자본주의 시위대'를 향해 전화로 연설하기도 했다.

 희망버스를 통해 김진수씨에게 보내진 하늘새와 트위터의 글
 김진숙 지도위원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트위터

85호 크레인과 김진숙 지도위원이 시민들의 관심을 받은 데는 트위터 등 'SNS'의 힘도 컸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트위터를 통해 85호 크레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을 알렸고 김여진씨 등 유명 인사들은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생각을 트위터에 표현했다.

희망버스에 많은 사람이 모인 것도 트위터의 힘이라 할 수 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시시각각 벌어지는 상황을 트위터에 올려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과 공유했다.

한진중 사태 해결에 여야 머리 맞대 ... 정동영, 15차례 영도 방문

정치권도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0월 7일 '권고안'을 내놓았다. 이 권고안이 이번 노사 합의의 토대가 됐다. 국회 환노위는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한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여야가 18대 국회 들어 유일하게 합의해서 처리한 사안이 한진중공업 사태라 할 수 있다.

국회 환노위 한나라당 간사 이범관 의원은 "노사가 대립하고 갈등하기보다 상생하고 화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노사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정치문화를 쇄신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한진중공업 사태가 터진 뒤부터 모두 15차례 영도를 찾았다. 국회 청문회 때 정 의원은 조남호 회장을 쏘아붙이기도 했다. 정 의원은 경찰이나 경비원과 부딪히는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맞서기도 했다.

정 의원은 "김진숙 지도위원과 땅 위에서 밥 한 끼 같이 먹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300일 넘게 혼자 거기에 있었다는 게 우리 사회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김 지도위원이 내려와서 다행이지만, 이 땅의 양심과 인도주의, 노동권이 35m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희망버스가 살렸고,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살렸다. 그러나 아직 내려오지 못한 게 있다. 그것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아직 남아 있는 과제다"고 덧붙였다.

정동영 의원은 "일반 시민들이 노동문제에 대해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주인으로 서게 한 것이 희망버스"라며 "한진중공업 사태는 18대 국회에서 여야가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서 청문회도 하고 권고안을 만들어서 해결했다. 정치가 여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불신이 생겼는데 이번에는 국회와 정치가 제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한진중공업은 정리해고의 흐름을 처음으로 차단한 사건이다. 앞으로 공격적인 투쟁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대규모 정리해고는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힘을 모아 연대하면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희망을 만들어 주었다"고 말했다.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09일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137일간 농성을 벌인 사수대 3명이 10일 오후 노사잠정합의안이 노조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되면서 크레인을 내려왔다. 한진중공업 본관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김진숙 지도위원이 환영객들을 향해 'V'를 만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09일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137일간 농성을 벌인 사수대 3명이 10일 오후 노사잠정합의안이 노조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되면서 크레인을 내려왔다. 한진중공업 본관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김진숙 지도위원이 환영객들을 향해 'V'를 만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그 옆에 정동영 민주당 의원, 그 뒤에 이정희 민노당 대표가 서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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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노사자율교섭 애써" ... 사측 "수주에 혼신 쏟아야"

노동당국도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오길성 고용노동부 교섭협력관(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8일 저녁부터 노사 협상을 다시 시작했다, 몇 번 위태로운 순간이 있었다.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합의가 나오지 않아 결렬되나 싶었는데, 9일 새벽 6시30분경 다시 만나자고 해서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도 내용이면 더 앞당길 수도 있었는데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면서 "고용노동부는 노사 자율교섭의 판이 깨지지 않도록 애를 썼다"고 덧붙였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이번 노사 합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정철상 한진중공업 홍보팀장은 "이제부터는 수주를 하기 위해 전 임직원뿐만 아니라 노사가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현재 수주해 놓은 물량이 없어 11월 중순부터 휴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럽 경기가 좋지 않아 선박 수주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노사가 앞으로 자주 만나고 대화해서 상생해야 할 것이다. 회사도 노조의 입장에, 노조도 회사의 입장에 더 귀를 기울이고 함께하겠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온갖 루머로 힘들었다. 지난 1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담을 넘어 들어갔는데 트위터에서는 경찰이 월담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며 "개별기업의 노사 문제를 사회 이슈로 만들어 회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경영진과 노동자 그리고 그 가족들은 이제 일상으로 돌아갔다. 거리 투쟁에 함께했던 '가대위' 도경정 회장은 "이제 남편과 평범한 일상 생활을 살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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