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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추운데 감기조심 하세요.
▲ 울산 미포복지회관 앞 노숙농성 날씨 추운데 감기조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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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울산 동구 화정동에서 학교 시설관리자로 일합니다. 오후 5시, 일과를 마치면 버스를 타고 바로 집에 갑니다. 11월 9일, 여느 때처럼 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승용차를 세우고 저를 불렀습니다. 자세히 보니 친분이 있는 이영도 형님과 최장윤 형님이었습니다. "남목에 가는 길이니 같이 가자"고 합니다. 버스비도 아낄 겸 기분 좋게 탔습니다.

"미포복지회관에 잠시만 들렀다 가지?"

영도 형님이 차를 타고 가면서 말했습니다. 저는 별일 없는 한 무조건 집으로 가는지라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미포복지회관 앞에서 공무원 노조가 노숙농성을 한다고 합니다. 투쟁 현장이면 어디든 관심이 많기 때문에 같이 가봤습니다.

미포복지회관은 울산 북구 성내에서 동구로 들어오는 도로 오른쪽에 있는 큰 건물입니다. 미포복지회관은 정몽준 국회의원이 지은 것이고, 몇 해 전까지 그곳에 사무실을 뒀습니다. 그러다 정 의원이 서울로 가면서 미포복지회관에는 한나라당 안효대 국회의원 사무실이 입주했습니다. 그 건물 앞에서 공무원 노조가 노숙농성을 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습니다. 왜 거기서 노숙농성을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복지회관에 도착해보니 건물 앞길에 승합차량 한 대가 보였습니다. 차량에는 비막이 비닐이 엮어져 있었고, 그 속엔 몇몇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고등학교 은사인 노옥희 선생님도 지지방문차 와 계신 듯했습니다. 노 선생님은 교직원 노조활동 하시다 얼마 전 정치에 뜻을 두고 활동 중이며, 울산 화정동에 '더불어 숲'이라는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5일만에 말바꾸기?
▲ 안효대 국회의원은 약속을 지켜요! 5일만에 말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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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일터로 보내주세요!
▲ 해직공무원 140명 정든 일터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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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사람들이 구호가 적힌 조끼를 입고 있었고 현장에는 여성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저는 공무원노조 울산지역회복투 이춘식위원장(회복투)을 만나 왜 미포복지회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게 됐는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공무원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 이춘식 공무원노조 회복투 위원장 공무원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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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노숙농성 했나요? 저는 남목 살면서도 여기서 노숙농성 하는지도 몰랐어요.
"우리는 공무원 노조 조합원입니다. 우리는 지난 2002년 비리와 불신으로 얼룩진 공직사회를 개혁해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공무원으로 거듭나고자 공무원 노조를 출범시켰습니다. 2004년 정부는 '공무원노동조합 특별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1~3일 결근했다는 이유로 3000여 명을 중징계했습니다.

당시 그 법을 두고 '공무원을 위한 법'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우리로서는 말도 안 되는 개악법안 이었지요. 노조는 파업권·교섭권·단결권이 생명인데, 그걸 다 빼버리면 그게 어디 노조입니까? 그 후 복직도 됐지만 아직 140여 명의 공무원들이 해고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저는 남구청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공무원 노조법을 제대로 만들어 신뢰받는 공무원 한 번 해보자고 하다가 해고됐습니다. 벌써 7년째 네요. 공무원 노조는 옛날부터 복수노조 였어요. 작게는 수십 개 조직이 되고, 크게는 4개 조직 정도 됩니다. 미포복지회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한지 3일 됐습니다.

- 그런데 안효대 국회의원이랑 무슨 상관이 있길래 여기서 농성 중인가요?
"상관이 있습니다. 이 전단지 좀 보세요."

이춘식 위원장은 저에게 전단지 하나를 건넸습니다. 큰 글씨로 '안효대 울산 동구 국회의원(한나라당)은 약속을 지키십시오!'라고 적혀 있고, 양 옆으로 두 가지 내용이 있었습니다.

지금 미포복지회관 앞에서 노숙농성 중입니다.
안효대 국회의원은 약속을 지키세요.
▲ 이 것 때문에... 지금 미포복지회관 앞에서 노숙농성 중입니다. 안효대 국회의원은 약속을 지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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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는 '국회의원 서명지'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거기엔 '공무원 노조 활동과정에서 해직된 공무원에 대해 복직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고 서명과 동시에 도장이 찍혀 있었습니다. 서명한 날짜가 2011년 6월 17일로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른쪽에는 서명지의 내용과는 정반대 태도를 보인 안효대 국회의원의 발언이 적혀 있었습니다. 2011년 6월 21일, 행정안전부 법안소위에서 "이분들은 아주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못 한 것 아니겠어요?"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서명한 지 불과 5일 만에 태도를 바꾼 것입니다.

- 해고당한 공무원이 복직되는 절차가 그렇게 어려운가요?
"공무원이란 신분이 참 복잡하더군요. 징계는 구청장이나 시장이 할 수 있지만, 해고 효력을 다투고 난 후에는 지방자치정부 대표권자가 복직시키려 해도 권한이 없다고 합니다. 현재 140여 명이 해고돼 있는데, 해직 공무원들이 모두 복직하려면 입법기관에서 '해직 공무원 복직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공표해야 합니다. 해직 공무원은 복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의원 92명,지방자치단체장 26명, 지방의원 386명이 지지서명을 했고 '해직자 복직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보셨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안효대 국회의원은 해직 공무원 복직하자는 특별법 제정에 서명까지 해놓고 5일 만에 태도를 바꿨습니다. 7년에서 9년 넘게 복직 노력을 하고있는 해직 공무원은 모두 황당하고 기분 나쁠 수밖에요.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이렇게 노숙농성을 할 수밖에 없어요."

안효대 국회의원은 약속을 지켜요!
▲ 울산 동구 입구에 걸린 현수막 안효대 국회의원은 약속을 지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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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조용히 잘 다니셨으면 지금까지 별 탈 없이 공직생활을 했을텐데 왜 앞장서서 해고되고 이렇게 고생하세요?
"저는 제가 몸담고 있을 때는 몰랐습니다. 그러나 시민의 입장에서 보니 불편한 게 참 많습디다. 뇌물·부정비리는 기본인 경우가 많고요…. 공무원은 시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데, 윗선을 위해 봉사하는 경우가 허다 했습니다. 어느 날 양심상 그게 용납이 안 되더라고요. 그동안 윗사람을 위해 봉사했으니, 이제부터는 국민을 위해 제대로 된 봉사를 하자고 노조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해고 됐고요. 저 외에도 공무원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이 모두 그런 마음일 것입니다. 공무원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 뇌물받는 공무원, 부정비리 공무원이 많아 질수록 나라는 개판됩니다. 공무원 노조는 그것을 바로잡고자 활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1월  8일은 입동이었습니다. 울산은 어제부터 계속 비가 내렸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니 비닐 속도 추워졌습니다. 이춘식 위원장이 준 전단지에는 '해직 공무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합니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해직된 지 9년, 초등학생이던 자녀가 대학생이 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해직 공무원 140여 명이 하루 빨리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법안이 국회에서 제정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날이 추워지고 있습니다.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해직 공무원 모두가 하루 빨리 원상회복과 복직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올해를 넘기기 전에요.

지지방문
▲ 조합원,이춘식회복투위원장,노옥희선생님 지지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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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공무원 노조, #해직 공무원 복직,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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