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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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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권위자인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놀랍다"고 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지켜본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한 지난 2008년 미국 대선을 떠올렸다. 당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이하 SNS)는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가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를 누르고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원순 범야권 후보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초박빙의 승부를 펼친 서울시장 선거는 국내에서 치러진 최초의 본격적인 'SNS 선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와 올해 4·27 재·보궐선거에서도 SNS는 등장했지만 정당의 홍보 수단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SNS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시민 후보' 박원순에게 정당 그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며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언론은 '지하철 부대'가 '버스 부대'를 이겼다고 표현했다.

"SNS가 진보적이라고? 믿지 마라. 보수당의 위험은..."

클레이 셔키 교수는 누구?
소셜미디어 전도사로 불리는 클레이 셔키(Clay Shirky. 47)는 1996년부터 일찌감치 IT 전문가로 명성을 얻었다. 현재는 뉴욕대(NYU) 대학원에서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ITP)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정치 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성 100인'으로 선정했고, 경제 전문지 <포춘(FORTUNE)>은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제프 베조스와 함께 IT분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로 꼽았다. 뉴욕타임스, 비즈니스2.0, 월스트리트저널, 와이어드 등에 인터넷 및 사회·기술 네트워크와 관련한 글을 기고해 왔다.

시민들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정치에 참여하는 도구로서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의 영향력은 선거가 거듭될수록 확산되고 있다. 셔키 교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예를 보자면, 일단 사람들이 이러한 도구들(SNS)을 사용해 예측할 수 없었던 변화를 정무직(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이끌어내면, 다른 모든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된다"며 "내년 선거에서도 투표소에서 유명인사들처럼 인증샷 사진을 찍(어서 SNS를 통해 확산시키)는 일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초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SNS를 사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SNS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도 어렵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셔키 교수는 "(많은 SNS 사용자가 진보적이라는 말은) 믿지 말라"며 "이러한 도구는 보수파에 대한 진보파에게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집권세력에 반대하여 일어서는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고 말했다. 한 예로,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 활동에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만큼 국정에는 제대로 적용시키지 못한 반면, 오히려 극우 세력인 티파티(Tea Party)가 전면적으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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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키 교수는 특히 "보수당(한나라당)의 가장 큰 위험은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실패하기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외부(outsider)' 보수파들이 밀어댈 예기치 못한 도전에 직면했을 때 올 것"이라며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좌파 진영에서 벌어진 박원순 시장의 도전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인터넷 실명확인제에 이어 SNS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셔키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있어 큰 재난과 같다"며 "미국에는 아무리 혐오스러운 발언이라도, 이것이 정치적인 내용이라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신념에 충실한 사람들이 쭉 존재해 왔다"고 말했다.

셔키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9월초와 지난 1일 두 차례에 걸쳐 대면 및 이메일로 진행됐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중 SNS와 정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인터넷실명제는 한국 민주주의의 큰 재난"

- 지난달 26일 한국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었다.
"알고 있다. 놀라운 이야기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보궐선거에서 트위터 등 SNS를 적극 활용해 젊은층의 투표율을 높였고, 지지층도 확산시켰다. 내년에 한국과 미국에서 치러지는 선거에서 SNS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예를 보자면, 일단 사람들이 이러한 도구들(SNS)을 사용해 예측할 수 없었던 변화를 정무직(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이끌어내면, 다른 모든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된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를 보자면, 서울시장이라는 자리가 보다 높은 자리로 가는 시금석이지만…. 그래서 내년에는 모든 정당이 SNS를 활용한 선거참여 캠페인을 열심히 할 것이다. 그리고 투표소에서 유명인사들처럼 인증샷 사진을 찍는 일도 많아질 것이다. 금년에 그런 일이 모든 정치권을 놀라게 했고, 내년에도 그럴 것이다."

-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한나라당 내부에서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서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SNS를 이용하는 젊은층은 대부분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 같다. 보수당인 한나라당에서 어떻게 하면 SNS를 잘 활용할 수 있을까?
"(많은 SNS 사용자가 진보적이라는 말은) 믿지 마라. 이러한 도구는 보수파에 대한 진보파에게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집권세력에 반대하여 일어서는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

보수당(한나라당)의 가장 큰 위험은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실패하기 때문에 오지 않는다. 장담하건데, 지금 보수당은 도대체 SNS가 무엇인지 파악하느라 절치부심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위험은 그들이 '외부(outsider)' 보수파들이 밀어댈 예기치 못한 도전에 직면했을 때 올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 당시 좌파 진영에서 벌어진 박원순 시장의 도전처럼 말이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배우 김여진씨와 공연기획가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의 트위터 투표 인증사진.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배우 김여진씨와 공연기획가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의 트위터 투표 인증사진.
ⓒ 트위터사진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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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인터넷실명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인터넷실명제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있어 큰 재난과 같다. 사람들이 선거 투표소에 갈 때 국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투표자들의 익명성을 보장하지 않나? 익명의 발언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실명제를 정치적 발언과 관련해 집행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치명적이다. 실명제도 나쁘지만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론 수상이 제안했던 바는 뭐 말할 것도 없다.

캐머론 수상이 기존의 입장에서 좀 후퇴하기는 했다. 그는 자신이 제안했던 것이 슈타지(Stasi. 구동독 비밀경찰)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필요하다면 누구를 사전에 가둘 것인지 국가가 알고 있는 것-와 유사함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말하자면, 범죄를 일으키기도 전에 먼저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카메론 수상이 기존의 입장에서 후퇴하였어도, 감시체제를 늘려갈 것이다. 일단, 영국은 국가 감시에 가장 투철한 정부이자 민주주의 사회이다. 국가감시가 더 철저해질 것이다.

확실하지 않지만, 선제적 감시를 할 것이냐, 사후적 감시를 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시민적 자유주의자의 입장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이지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국가가 선제적 감시가 아닌 사후적 감시를 하는 것이다. 후자는 적어도 사전에 미리 규제되지 않는 반정부 운동이나 진정한 정치적 시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 바라는 바일뿐만 아니라, 중국, 이란, 바레인과 사우디에도 바라는 바라고 생각한다."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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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는 대통령을 욕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한 누리꾼의 아이디(2MB18nomA)가 국가 기관에 의해 이용이 차단됐다. 이런 일이 미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나?
"아니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위대한 점 한 가지는 아무것도 신성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미국인들은, 아마도 미국의 대다수 국민들은, 어떤 것들을 신성화시키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혐오스러운 발언이라도, 이것이 정치적인 내용이라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신념에 충실한 사람들이 쭉 존재해 왔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예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국가들 중에 역사상 가장 혐오 받는 나치가 일리노이주 스코키시에서 행진한 적이 있다. 그런데 유대인 변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미국 시민 자유 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이 스코키시로 가서 이들이 안전하게 행진할 수 있도록 보호를 했다. 나치의 발언을 인정하거나 그들을 지지해서가 절대 아니다. 이들의 주장은 시민들의 정치적 발언을 금하는 국가는 위험한 국가라는 것이다.

터키에서는 정부에 대한 모욕이나 아르메니아 인종 말살을 두고 하는 발언, 태국에서는 국왕을 모욕하는 발언 등이 규제되고 있다. 유튜브에서 아예 한 국가가 제외되는 경우는 거의 모두 이런 규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인터넷실명제 정책 때문에 제외된 예외적인 케이스였다. 그렇지만 누구나 다 정부를 욕하지 않나? 문제는 이런 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이다.

트위터 이용자들이 미국 법률상 문제가 된 경우는 발언의 자유에 대한 이슈가 아니라, 사업기밀의 발설 등의 경우였다. 온라인 발언이 폭력으로(harassment)로 성립되는가 아닌가 하는 사건이 현재 진행 중에 있는데, 어떤 여성을 8000번의 트윗을 통해 공격한 경우이다. 사업기밀이나 국가안보를 제외하고는 내용을 근거로 한 법적인 제제는 역사적으로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


태그:#클레이 셔키, #소셜미디어, #SNS, #서울시장,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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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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