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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상(51)씨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김씨는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가난과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지구촌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인도 캘커타 빈민촌, 일본판 소록도인 후세이 한센마을, 아프리카 오지, 캄보디아 프놈펜 변두리의 쓰레기장 주변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우간다에서 만난 차일드 마더>, <라이언 부시>, <낯선 천국> 책을 펴냈다.

김경상씨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종교전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풍경전문 작가로 종횡무진이다.
▲ 김경상 사진작가 김경상씨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종교전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풍경전문 작가로 종횡무진이다.
ⓒ 김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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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는 종교전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20년 넘게 김수환 추기경,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인도의 마더 테레사,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등의 사진을 찍었으며, 그동안의 사진들을 모아 <캘커타의 마더 데레사>, <기억합니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바이블 루트> 책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기 전 30대 젊은 시절에는 아름다운 노을과 장엄한 일출모습을 찍기 위해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등 전국 명산을 찾아 쉼없이 돌아다닌 풍경전문 사진작가였다. 자연이 좋아 무거운 배낭 메고 혼자서 산천을 떠돌다가 어느 날, 사람냄새가 너무 그리워 사람만을 찾아다니는 다큐멘터리 전문작가로 전향했다.

이런 그가 이번에는 사람냄새보다 자연향기 가득한 '남한산성 풍경'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남한산성 풍경'은 작가가 그동안 구사해오던 다큐멘터리 사진과 젊었을 적 찍었던 풍경사진 경험을 융합해 새로운 표현기법으로 접근한 작품들이다.

작업중인 '남한산성 풍경'이 완료되면 내년에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 미술관과 런던, 뉴욕 등지에서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지만 사진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해 작품들을 지면에 먼저 소개하기로 했다. 또 이것 외에도 그동안 쌓아 둔 김경상 작가의 작품들도 계속해서 기사로 다룰 예정이다.

전통의 다섯가지 색깔인 빨강.노랑.파랑.검정.흰색의 오방색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 오방색 전통의 다섯가지 색깔인 빨강.노랑.파랑.검정.흰색의 오방색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 김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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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무렵의 햇빛은 아주 부드럽다. 기온도 대낮보다는 낮아져 사진속에서 노란 색, 파란 색, 빨간 색을 잘 드러낼 수 있으며, 부드럽고 몽환적인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사진은 빛의 표현이다. 빛과의 싸움이다. 해 질 무렵에 푸른빛과 채도 높은 잎색을 표현하려면 촬영시간대를 잘 맞추어야 한다. 주변 빛이 너무 밝아도 안되고 어두워도 안된다. 아주 짧은 1~2분 순간에 그림을 잘 잡아내야 한다.

이 사진은 남한산성 수어장대 부근에서 찍은 사진이다. 자연속에서 우리의 전통색감인 오방색(빨강, 노랑, 파랑, 검정, 흰색)을 표현하려고 했다. 흰색만 빠지고 네 가지 색감이 사진속에 잘 드러났다.

색감과 구조가 아주 절묘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계절의 입구에서 '어서 오세요!'라는 환영 인사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무사이로 본 단풍잎의 색감이 아름다운 한복을 입은 정갈한 여인을 보는 듯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감성의 융점에 도달한 느낌이다.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는 사랑나무, 부부나무인 연리지의 정감을 따뜻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 연리지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는 사랑나무, 부부나무인 연리지의 정감을 따뜻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 김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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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를 찾기 위해 3일을 헤매었다.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는 사랑나무, 부부나무다. 남한산성에서 이배재고개쪽으로 가다보면 연리지가 진짜 있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부부나무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 사진은 카메라 트릭이다.

백제의 정읍사 가요가 전해져 내려오는 전북 정읍에도 부부나무가 있는데, 팽나무와 버드나무가 함께 꼭 껴안고 서로 수액을 공급하고 있다.

사진 속 우측 나무 실루엣의 곡선은 볼륨있는 여체를 말하고, 좌측 나무는 남자를 의미한다. 소나무 사이에 연결된 가지는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듯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사랑을 구하는 듯한 모습이며,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하나로 합쳐지는, 전생에 못 다 이룬 사랑이 이루어지는, 단절된 과거와 현재가 다시 연결되는 과정을 이야기 한다. 

해가 지는 붉은 색 여명은 꺼져가는 열정, 불 타 오르는 뜨거운 사랑을, 파란 배경색은 사랑의 결실, 희망을 상징한다.

곡선의 미가 돋보이는 이 사진을 보노라면 가슴이 따스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병자호란의 굴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사진이다.
▲ 굴욕 병자호란의 굴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사진이다.
ⓒ 김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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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카메라 가방은 무겁다. 카메라 본체 2대에 렌즈까지 합하면 10kg을 넘는다. 그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올랐던 길을 또 오른다. 발걸음 길이만큼 좋은 사진이 나오기 때문이다.

남한산성 수오장대 근처에는 노송군락지가 있는데, 이 사진은 거기에서 찍은 사진이다. 노송군락지는 사람 눈높이에서 소나무 숲과 더불어 하늘을 담을 수 있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아주 귀한 촬영지다.

황금색(노란색)은 오방색중에서 가장 중심, 핵심이 되는 색깔이다. 옛날부터 군왕을 상징하는 색으로 여겨져 임금이 입는 곤룡표도 황금색으로 만들었다.

사진속 중앙의 황금색은 병자호란때 이곳으로 피신한 군왕(인조)을 의미하는데, 좌측의 구부러진 두 나무는 외세의 힘에 짓눌리는 임금과 백성의 굴욕적인 모습, 쭉 뻗어 힘있게 보이는 우측 두 나무는 국토를 침공한 청나라의 위세를, 하늘 대각선으로 길게 그어진 비행기 자국은 외적에 난도질 당한 치욕의 역사를 상징한다.

현재와 미래의 경계선을 실루엣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 서문 현재와 미래의 경계선을 실루엣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 김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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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에는 동문, 서문, 북문, 남문 네 개의 문이 있는데, 이 곳은 서문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여러 번 답사한 곳으로 해를 마주보고 찍은 역광사진이다. 실루엣이 잘 드러났다.

성문에 세 사람이 서 있는데, 예로부터 '3'은 신성수라 하여 최상의 수로 여겨져 왔다. 3은 하늘과 땅 인간을 포함한 '온세상'을 나타내며,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든 시간'을 상징하고, 아버지와 어머니, 자식을 포함한 '온가족'을 의미한다. 

성문에 세 사람이 서있는 시점은 현재를 나타내고, 성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가면 미래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미래는 밝은 빛, 희망으로 가득 찬 세상이다.

이 사진은 남한산성 초저녁의 환상적인 하늘 빛, 아름다운 노을, 일곱가지 무지개 색깔을 표현했다.
▲ 무지개 이 사진은 남한산성 초저녁의 환상적인 하늘 빛, 아름다운 노을, 일곱가지 무지개 색깔을 표현했다.
ⓒ 김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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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짧은 순간 빛을 담아 완성시킨다. 그러나 그 빛을 발견하고 기다리기까지 많은 인내와 고행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진은 외로운 작업이다.

"한 순간, 찰나의 순간을 기다리면서 나는 대상과 대화하고 자연과 교감한다. 작가들이 빛을 기다리면서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교감하는 시간은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수련의 시간이기도 하다."(김경상) 

이 사진은 남한산성 초저녁의 환상적인 하늘 빛, 아름다운 노을, 일곱가지 무지개 색깔을 표현했다. 무지개는 희망, 이상, 꿈을 상징한다.

우뚝 선 나무와 힘차게 뻗은 튼튼한 나뭇가지, 풍성한 솔잎은 남한산성에서 당한 굴욕의 역사를 딛고 일어나 새롭게 나아가고 번창함을 의미한다.

두 팔을 짚고 포효하는 호랑이처럼 당당한 위엄을 가진 거목은 대한민국 지도를 보는 듯 듬직하고 우직하다.
▲ 별단풍 두 팔을 짚고 포효하는 호랑이처럼 당당한 위엄을 가진 거목은 대한민국 지도를 보는 듯 듬직하고 우직하다.
ⓒ 김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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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예술은 아주 짧은 순간을 정지시켜 표현하는 예술이다. 정적인 피사체를 주제로 한 풍경사진과 인간의 삶을 주제로 한 리얼리즘사진들 모두 작가가 예술적 감각으로 피사체의 어느 한 순간을 정지시켜 표현한 시각 예술이다."(김경상)

그믐달 밤하늘은 시커멓다. 그러나 작가는 순결과 깨끗함, 맑음과 희망, 하얀 백의민족을 나타내기 위해 장노출기법으로 까만 하늘을 하얗게 담았다. 두 팔을 짚고 포효하는 호랑이처럼 당당한 위엄을 가진 거목은 대한민국 지도를 보는 듯 듬직하고 우직하다.

나무 뒤로 펼쳐진 오색의 아름다운 단풍들은 흥겨웁게 춤을 추고, 유성처럼 쏟아지는 하늘 별단풍들은 거목의 앞날을 축복하는 듯 아름답다. 후두둑 흩날리는 '별단풍', 그 이름도 예쁘다. 

김경상 사진작가 약력
개 인 전 (22회)
2011.10. 한.호 수교 50주년기념 "한국의 빛나는 보물전" DP.
2011.09. 울산국제사진페스티발
2011.2.01~2.28 갤러리 인테르니 개관전 " 캘커타" 김경상 사진전
2010.3.11~4.18 DGMBC 기획 초대전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2010. 2.10 ~3.1 현대예술관 기획 초대전 「서로 밥이 되어 주십시요」
2009. 6.26~9.24 아주미술관 기획 초대전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2008.12.16~30 유로크레온 기획 초대전 「신의 저항군」
2007. 7 .11~25 초대전 「길」
2007. 8 .1~14 초대전「캄보디아 에이즈 사진전」 평화화랑
2007. 1.4~3 .4 갤러리와 기획 초대전 「20세기 세계 3대 성인전」
2007. 1.3~17 초대전「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진전」 평화화랑
2006. 4 .4~25 서울신문사 기획 초대전
1998, 11. 창세기 (이브의 참회), 충무로 코닥포토싸롱

덧붙이는 글 | 위키트리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태그:#김경상 사진작가, #남한산성 풍경, #연리지, #병자호란, #오방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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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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