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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프랜차이즈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버린 동네 서점. 하지만 아직도 당당히 마을의 '문화적 샘터'로 남아 있는 동네 서점들이 있습니다. '마을 책방을 가다'는 마을 사람들에게 추억의 공간, 배움의 공간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마을 책방'을 찾아가, 문화와 공존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획시리즈입니다. [편집자말]
주인과 아무 관계가 없는데도 '오래오래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큰 그런 가게가 있다. 책을 좋아하는지라 책이 있는 공간들을 비교적 좋아하는 편인데, 원당(경기도 고양시)의 '집현전'과 '원당서적'이 내게는 그런 곳들이다.

버스를 타고 그 앞을 지나칠 때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도 이야기를 멈추고 그곳을 보며 여전히 그곳에 있음을 반갑게 여긴다. 한동안 그 부근을 가지 못하면 '혹시 없어졌으면 어쩌나' 하는 아쉬움에 부근을 갔다 왔다는 사람에게 그곳의 안부를 일부러 묻는다. 그만큼 내게는, 사는 곳 가까이인 그 자리에 오래 오래 있어줬으면 하는 그런 곳들이다.

10월 31일, 오랜만에 원당서적에 들렀다. 그리고 늘 그랬던 것처럼 1시간 넘게 수많은 책들을 구경하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읽는 책을 곁눈질하는 등 책의 향기에 묻히다 보니 오래전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원당서적 안
 원당서적 안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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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에 고양시로 이사 온 내가 원당서적에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1993년 여름. 아이들이 다니는 소아과가 지척에 있었기 때문이다. 젖먹이 아이를 키우면서 1년에 100권은 족히 읽을 정도로 책을 좋아했다. 아이를 업고 책 구경을 다니곤 했는지라 자주 이용하는 동네서점(삼송서점. 10년 전에 없어졌다)보다 훨씬 큰 원당서적을 발견한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었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사는 것이 늘 행복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출산과 함께 찾아온 몸의 변화와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에, 생활에 묶이고 찌들리며 책 한 권 제대로 읽기 힘들었다. 글쓰는 것을 포기하는 시간이 지속되면서 우울할 때가 많았다. 게다가 신혼 때의 화재로 예물이며 살림살이들을 홀랑 태워먹고 다시 시작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던지라 내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크기만 했다.

그러나 생활이 우선이었다. 그런지라 그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어 혼자 감당하고 이겨내야만 하는 것들은 더욱 크기만 했다. 그럴수록 결혼과 함께 놓아야만 했던 꿈과 이상들이 더욱 간절하고 아프게 몰아치곤 했다. 이런 나를 그나마 붙잡아 준 것은 수많은 책들과의 만남이었고 그걸 가능하게 해준 것이 원당서적이었다. 

변변한 도서관 하나 없는 지역인지라 원당서적에 대한 의지는 더욱 컸다. 틈만 나면 원당서적을 찾았다. 아장아장 걷는 첫째를 데리고, 둘째를 임신하여, 아이들이 자라 유치원에 다니고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그 후 몇 년 동안.

우울한 결혼생활...나를 붙잡아준 동네 서점

"원당서적은 25년 됐습니다. 저는 5년 전에 많이 망설이다 인수했어요. 당시에 더 이상 서점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라고요. 솔직히 인구가 적은 지역이라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거란 계산이 먼저 앞섰고, 무리라는 생각에 많이 망설였죠. 그런데 서점이 없어진다니까 그냥 막연하게 허전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냥 없어지게 둘 수 없더라고요. 그때 동네 서점들이 문을 참 많이 닫았잖아요.

예전에 원당서적에 초등학생인 아이들 데리고 참 많이 갔거든요. 그러니 돈을 떠나 특별한 추억이 스며있는 그런 곳인 거지요. 정말 많이 갔었거든요. 정말 좋아했고요. 그런 곳이 없어진다니까 잠을 잘 수도 없을 만큼 허전하고 막상 인수받자니 이익이 나지 않을 것은 뻔하고 그래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인수하기를 잘했다 싶어요." - 원당서적 남윤숙(44세) 사장


대략 10여 년간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밀려 참 많은 동네 서점들이 문을 닫았다. 대신 부동산과 PC방, 편의점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수많은 책들을 한눈에 쉽게 만날 수 있고 또 하루 이틀이면 어떤 책이든 집에서 쉽게 받아 볼 수 있는 이런 환경 변화가 좋았다.

그런데 나 역시 영세 자영업자의 아내로, 돈이 된다 하면 무엇이든 돈으로 밀어붙이며 가난한 영세업자들을 죽이는 대기업들의 횡포에 숨죽이며 살 수밖에 없는 처지로 살아보니, 동네 서점들의 고사는 남다르게 여겨지곤 했다. 뭐랄까, 동병상련의 동정심이랄까. 대기업의 횡포 속에서도 어떻게든 굳건하게 살아남아주길 바라는 격려랄까. 그래서 온라인 서점을 적극 이용하는 것에 일종의 죄책감 같은 것도 없잖아 가지곤 했다.

원당 주민들 중에는 책이 있는 공간이 원당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원당 주민들 중에는 책이 있는 공간이 원당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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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익은 나지 않아요. 그냥 간신히 유지되는 정도예요. 그래도 이만하면 됐다 싶어요. 아시는 것처럼 원당에는 별다른 문화시설이 없고, 또 원당서적이 워낙 오래된 서점이잖아요. 아마 나처럼 원당서적에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그러니 원당에 원당서적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책이 있는 서점이란 공간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 아니겠어요." - 원당서적 남윤숙 사장

늘 그 자리에 있는 원당서적이 신기하고 대견해 물으니 이처럼 답한다. 여하간 원당서적에 꽤 오래 있었다. 책들도 구경하고 직원과 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길 하면서.

"인터넷 구매는 일방통행, 서점 구매는 소통"

원당에 사는 사람치고 원당서적을 모르는 사람이 전혀 없을 정도로,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길거리에서 누군가 원당서적을 물으면 서슴없이 가르쳐줄 정도로 원당서적은 오래됐다. 원당 사람들에게 원당서적은 어떤 존재일까? 이 서점이 없어질까봐 남윤숙 사장이 밤새 고민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럴까?

"일이 없어 시간이 날 때는 이곳에 들러 이렇게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사가기도 하고 그래요. 원당서적을 이용한 지 4~5년 됐는데, 한 달에 5~6권 정도 삽니다. 요즘 동네서점 보기 참 힘든데 내가 사는 지역에 서점이 있다는 사실이, 책을 사든 안 사든 이처럼 시간이 날 때 수시로 들러 책을 구경할 수 있는 서점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 좋네요. 그것도 두 군데나. 큰 행운이죠.

요즘에는 인터넷 구매가 활발하다던데 난 책은 인터넷에서 사는 게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책은 일반 물건들과 다르잖아요. 책의 향기란 게 있잖아요. 이렇게 와서 책을 읽고 구경하고 그러면서 책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수도 있는데. 인터넷 구매가 일방통행과 비슷하다면 이런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과 만나는 것은 친밀한 소통이거든요" - 김훈의 장편소설 <흑산>을 읽던 1952년생 남자

"2~3년 전만 해도 주로 인터넷에서 책을 골라 주문하곤 했어요. 아이들 데리고 나가지 않아도 되고 싸니까 여러 면에서 편하고 이익이란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이렇게 직접 와서 함께 보고,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책을 골라 읽히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인터넷에서 사줄 때보다 훨씬 좋아해요. 인터넷 구매가 싸긴 한데 아이가 책을 읽고 안 읽고를 생각하면 이게 훨씬 싼 거죠. 또 아이들에게 서점이라는 공간을 알게 하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 같아 아이들과 자주 와요." - 초등학교 3학년, 유치원생 아이를 둔 젊은 주부

원당서적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원당서적의 이용고객은 하루 평균 100여 명. 주말에, 그리고 해질녘에 가장 많은 편이다. 꼭 책을 사자고 작정하고 오는 사람들보다 시장을 보러 가는 길에, 혹은 하굣길의 청소년이나 퇴근길의 직장인 등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 구경을 하자고 들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참고로 매주 목요일은 원당서적 '마니아데이'다. 이날은 가입 회원에게 특별 할인을 해준다.

원당서적 안
 원당서적 안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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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집현전에 재고량은 대략 5만 권. 절판 도서를 찾아 멀리서 오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란다. 판매와 매입을 함께 한다.
 헌책방 집현전에 재고량은 대략 5만 권. 절판 도서를 찾아 멀리서 오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란다. 판매와 매입을 함께 한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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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버린 1500권의 책...헌책방에서 다시 찾았다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원당한전 맞은편에 있는 헌책방 '집현전'이다. 내가 이곳을 많이 찾은 때는 2004년 봄부터 그해 초가을까지, 본의 아니게 책을 모두 뺏긴(?) 직후라 책에 대한 갈증과 허망함이 가장 컸던 시기이다. 

그전에도 원당에 볼일 보러 갈 때 한번씩 이곳에 들러 책을 사 읽곤 했지만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없다. 사실 2004년 이전의 3~4년간은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거나 원당서적보다 규모가 훨씬 큰 불광문고(서울 불광동)에서 한꺼번에 여러 권을 사다놓고 읽곤 했는지라 헌책방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집현전은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공간에 불과했다는 말이 적절할 것 같다.

2004년 봄, 이웃집에서 난 불 때문에 우리 집이 전소했다. 당시 내가 가진 책은 어림짐작으로 1500여 권. 동화작가 고 정채봉의 <생각하는 동화> 초판본들과 1970년대판 <무소유>, 안정효와 고 이윤기의 책들을 비롯하여 10년 넘게 주부로 살면서 위안을 받았던 책들, 청소년기부터 쓴 22권의 일기, 습작 원고 등이 모두 소실되고 말았다.

아픔이 컸지만 결코 내색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먹고살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하고 아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책을 끼고 살았던 사람이 어느 날 책 한 권 가지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은, 맘껏 책을 읽을 수 없는 처지는 처참했다. 그때 떠올린 곳이 원하는 책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집현전이었다.

화재 이후 집현전을 처음 찾은 날, 화재로 사라진 수많은 책들 중 전우익 선생의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를 비롯하여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 등 6권, 2만4000원 어치 책을 샀다. 기쁨에 들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며 책을 모두 들춰보며 자주 찾아가 예전에 가졌던 책들을 최대한 많이 구입하자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 후에는 그마저도 호사란 생각에 어쩌다 한 번씩 찾아가 한두 권 정도만 사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갈수록 살림살이가 힘들어져 가게를 닫아야만 하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었고, 초등학교 고학년인 아이들의 옷가지 하나와 간식 하나가 더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이듬해 봄부터 <오마이뉴스>와 온라인 서평 사이트에 서평을 쓰면서 차츰 책을 맘껏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집현전에도 가끔씩 드나들며 화재로 잃은 책이 보이면 사곤 했다. 나처럼 책에 대한 아픈 목마름이 있는 그 누군가를 위하여 제발 오래오래 있어주길 바라고 또 바라며.

헌책방 집현전
 헌책방 집현전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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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서점이 있는 곳에 사는 사람들 참 부러워"

헌책방 집현전은 25년 됐다는 원당서적보다 역사가 짧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직장에서 나온 유경용(50세) 사장이 그 이듬해인 1999년에 문을 열었다니 올해로 13년째, 하지만 멀리에 사는 사람들까지 일부러 찾을 만큼 책 마니아들에게 은근 유명한 곳이다.

"주인이 좋아요. 이렇게 책값도 선뜻 깎아주고 이렇게 공짜로 주는 책도 있잖아요(한학 관련 묵직한 책 6권에 2만7000원인데 2000원을 깎아줬고, 고른 책 중에 표지 파손이 심한 책 한 권은 공짜로 줬다). 서울 연희동서 오는데 10년째 단골이야. 여러 서점들을 돌아다녀봤는데 다른 데 없는 책이 이곳에는 있기 때문에 1시간 걸려서라도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와.

그런데 솔직히 책값이 좀 비싼 편이야. 그래도 책이 깨끗하고 찾는 책들이 많아서 꼭 오지. 이만하면 훌륭한 서점이지. 집현전이란 이름까지 얼마나 좋아. 이런 서점이 있는 원당에 사는 사람들 참 부러워. 기자님도 원당에 사시는가?" - 10년 단골인 70대 후반의 할아버지

이 글을 쓰고자 집현전을 찾은 것은 10월 31일과 11월 2일 오후. 첫날 서점에 들어섰을 때 책을 고르고 있던 할아버지는 이처럼 말하며 집현전 홍보를 많이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연희동(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내게까지 알려질 만큼 마니아들 사이에선 많이 알려진 곳이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야 이 불황에 버틸 수 있지 않겠느냐?"며.

"4~5년째 단골이다. 다른 헌책방에 비해 좋은 책이 많고 절판 도서들을 구할 수 있어 자주 온다. 회전률도 다른 책방에 비해 높은 것 같다. 매주 책을 사러 오는데 올 때마다 새로운 종교서적이 있을 정도니 이 정도면 회전률이 상당히 높은 것 아닌가. 청계천에도 자주 나가지만 가게가 좁기 때문에 북서핑을 하지 못하는데 넓기 때문에 북서핑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게다가 책들이 대체적으로 깨끗하고, 분류를 잘해놔서 필요한 책을 찾기 쉽다.

무엇보다 이런 오프라인 매장이 좋은 이유는 책을 직접 보면서 다음에 읽을 책을 계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경우 필요한 정보에 따라 필요한 책만 보고 구입하기 때문에 다른 책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책을 사러 왔다가 구경하면서 다른 책들까지 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책을 알고 계획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이제라도 동네서점들이 다시 많이 생겨야 한다." - 30대 목사

집현전 홍보를 당부한 사람은 그 할아버지만이 아니었다. 11월 2일에 만난 30대 남자도 집현전을 자주 찾는 이유를 이처럼 말하며, 집현전이  언제까지고 집현전이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치 형제나 절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가게라도 되는 듯 더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알 수 있게 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가 집현전에서 주로 구입하는 책은 종교관련 책과 인문사회 분야의 책들. 목사인 자기가 끊임없이 공부를 하는 이유는 세상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알아야 그에 맞는 도움을 줄 수 있고 종교인으로서 사회 공헌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나간 후 집현전 유경용 사장님이 "공부를 무척 많이 하는 목사님"이라고 했는데, 이런 목사님, 이런 성직자들이 우리 사회에 참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0년 넘게 버스를 타고 지나다니며 안부를 묻곤 하는 집현전
 10년 넘게 버스를 타고 지나다니며 안부를 묻곤 하는 집현전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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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상대를 추천해주는 '이상한' 두 서점

"책만 열심히 구해다 놓으면 고객은 온다고 생각해요. 책 때문에 오는 사람들인데 찾는 책이 없으면 한두 번은 인사치레로 책을 사가기도 하지만, 세 번 네 번은 오지 않을 것이기 문이죠. 때문에 필요한 책 구입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 집현전 유경용 사장

한참을 더 머물며, 책을 무척 좋아했지만 책을 살 수 없는 가난한 집 아들이었던지라 책이 많은 친구들이 가장 부러웠다는 집현전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집현전을 변함없이 찾는 사람들을 위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것이 무엇인지 묻자 이처럼 말했다.

집현전의 규모는 일반적인 헌책방들의 규모에 비해 큰 편이다. 책꽂이 앞에 책꽂이가 또 있는 방식으로 비치한 책은 대략 5만 권 정도. 헌책방인데도 먼지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건축답사수첩>이 보여 반가워 샀다. 정가는 2만8000원인데 8000원에 사서 기분 좋다. 이런 것이 헌책방을 찾는 기쁨이다.

일산 풍동에서 또 다른 '집현전'을 운영하는 아내와 함께 책방을 꾸려 자녀 둘을 키울 수 있었지만(현재는 둘 다 대학생), 2년 전부터 매출이 뚝 떨어져 겨우겨우 유지만 하는 정도란다. 대기업들이 헌책 시장에까지 진출한 영향도 많지 않을까? 간신히 버티고 있는 몇 안 되는 동네 서점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집현전과 원당서적은 원당이란 좁은 지역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함께 있는지라 언뜻 경쟁상대로 생각하기 쉽다. 사실 경쟁상대다. 옛날과 달리 동네 서점의 경우 손님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 재고로 남는 책도 많은 반면, 출간되자마자 헌책 시장에 나가는 책들도 많아 헌책과 새 책의 구분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 서점은 자신들에게 없는 책을 손님이 찾으면 서로를 알려준다. 원당서적은 "혹시 집현전에 가보시라"고, 집현전은 "원당서적에 가면 있을지도 모른다"고. 10년 넘도록 통화 한번 안 한 사이인데도 이렇게 서로를 추천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책이니까!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아니까" - 집현전 유경용 사장

덧붙이는 글 | .



태그:#집현전, #원당서적, #책동네, #책읽기, #고양시 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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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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