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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인지 1일로 300일째를 맞아 영도조선소 건너편에서는 '정리해고 철회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사진은 조합원 진상호씨가 편지를 낭송하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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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누나. 몸 건강히 내려오는 날 부둥켜안고 마음껏 울고 싶다."

1일 저녁 부산 영도. '네 생명'이 살고 있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을 마주보고 '촛불'이 모여들었다. 김진숙(52)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고공농성을 벌인지 300일째를 맞아 300여 명이 모였다. 이날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촛불문화제'는 봉학초교와 영도신도브래뉴 아파트 사이 1차선 도로에서 열렸다.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고 한 정리해고자 진상호씨는 85호 크레인을 바라보고 섰다. 김진숙 지도위원한테 쓴 편지를 낭송한 것이다. 김 지도위원을 '누나'라고 불렀다. 그는 김 지도위원이 지난해 영도조선소 앞에서 천막을 쳐놓고 단식농성을 벌이던 상황부터 회상했다.

그는 "저는 그 때서야 누나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계절이 바뀌어 벌써 300일이나 되었다. 처음 크레인에 올라갔을 때를 기억한다. 크레인에 올라간 사람들을 보고는 '밥 먹었나' 하는 게 인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투쟁이 이렇게 오래 갈 줄 몰랐다. 크레인 위에 있는 분들을 생각하면 죄스러움에 울었던 기억이 난다. 또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 크레인 위는 추운데 걱정이다. 진숙이 누나가 몸 건강히 내려오는 날 부둥켜 안고 마음껏 울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진숙 농성 300일...박성호·박영제·정홍형 농성 128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인지 1일로 300일째를 맞아 영도조선소 건너편에서는 '정리해고 철회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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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인지 1일로 300일째를 맞아 영도조선소 건너편에서는 '정리해고 철회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사진은 공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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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 크레인에는 지난 1월 6일 새벽 35m 위로 올라갔던 김진숙 지도위원 뿐만 아니라, 파업 도중 지난 6월 27일 법원의 강제집행에 쫓겨 중간층에 올라갔던 정리해고자 박성호·박영제·정홍형씨가 128일째 농성하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농성 300일째를 맞아 열린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민병렬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위원장, 윤택근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문철상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 차해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묵념에 이어 '임을위한행진곡'을 불렀다.

해운대 '노보텔' 노동조합 조합원뿐만 아니라 부산대 학생 등의 노래공연이 이어졌다.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소속 회원들은 율동을 선보이기도 했고,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을 위해 떡을 준비해 나눠주기도 했다.

공연 중간에 시민들의 연설이 이어졌다. 최정호(29)씨는 "저는 이전에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광우병 촛불 때도 부산 서면에서 노점상을 했지, 참여하지 못했다. 5개월 전부터 한진중공업 사태에 관심을 갖고 연대하고 있다"면서 "얼마 전 담벼락 밖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이 하는 연설을 들었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파업 기간에 영도조선소에 처음 들어가 보았다. 그 때 어느 형님을 만났더니 '사람이 그립다'고 하더라. 지난 6월 27일 행정대집행 때 만났던 형님들은 '밥은 먹었나'라고 인사하더라.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더 걱정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소박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배순덕(민주노총 조합원)씨는 "(김진숙 지도위원은) 크레인에서 300일째 지내고 있는데 우리는 집의 따뜻한 방에서 자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그러다가 가끔 와서 구호외치고 연대한답시고 하는데, 노동운동이 이렇게 해서 되겠나 싶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땅 노동자로 살면서 투쟁하지 않고서 얻어 지는 게 없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따로 없이, 모두 함께 살아서 공장으로 돌아가자. 85호 크레인의 소중한 생명들이 내려올 수 있도록, 우리가 오작교가 되고 돌다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한나(대학생)씨는 "85호 크레인에서 300일과 128일을 맞이한 날이다. 기념할 수도, 축하할 수도 없는 기묘한 숫자다. 마음이 무거워진다"며 "이 날을 맞고 싶지 않았는데 300일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그러나 끝까지 버텨서, 정리해고 철회되는 그날까지 즐겁게, 의연하게, 담대하게 투쟁하자"고 말했다.

박성호 "내일의 희망을 부르기 위해 안간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인지 1일로 300일째를 맞아 영도조선소 건너편에서는 '정리해고 철회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사진은 박한나씨가 연설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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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 크레인 중간층에서 고공농성 중인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위원회'(정투위) 박성호 공동위원장은 이날 휴대전화를 통한 연설을 하면서 시를 낭송했다. 지난 10월 29일 광안리 해수욕장 일원에서는 불꽃축제가 열렸는데, 박성호 위원장은 이날 비가 내린 상황도 설명해 놓았다. 다음은 시 전문이다.
 
"다닥 다닥/하늘에서 낙하하는 빗방울 소리/126일을 버텨온 낡아빠진 천막이/온 몸으로 낙하하는 빗방울과 사투를 벌인다/천막 안 또 다른 작은 텐트 속/50대 노동자가 산적몰골을 한 채/가슴에 지울 수 없는 멍에를 안고 오직 버터야만 한다는 생각에/126일을 버티고 있다/하지만 머리는 자꾸만 따로 논다/희망을 생각할 때 절망을 생각할 때/기분이 우울할 때 날아갈듯 기분이 좋을 때/가족이 무척 그리울 때/세상만사가 귀찮아 머리속을 텅 비우고 싶을 때/산골짜기 집에서 혼자 밤을 지세고 학교를 가는 아들 '슬옹'이/팔순이 넘은 외할머니와 시골어촌마을에서 살고 있는 딸 '예슬'이/가족의 생계를 위에 공장 일에 뛰어든 각시/평소와는 다르게 비가 와서 그런지/이런 생각들이 사정없이 내 머리를 뒤 흔든다/위층에 세 들어 사는 김진숙 이모는/몇 번을 나 건너편 동지들에게 춥다며 이제 그만 자러 가라고 큰소리로 외쳐 된다/나보다 더 복잡하겠지/어둠 속으로 들려오는 빗방울 소리는 바람이라는 외압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규칙을 잃고 지 마음대로이다/꼭 오합지졸인 한진중공업 경영진들과 같은 꼴이다/노동자들이 맨손으로 가설한 낡아빠진 천막이/한진중공업이 수천억을 들어 건설한 국제영화제 영화의 전당보다 훨씬 부실이 아닌 걸 참/먼 하늘 광안리 앞 바다에서 불꽃전쟁이 벌어진 모양이다/그들의 잔치는 시작할 때도 비가 와서 하루연기 하더니 폐막날도 비가 와서 불꽃과 상극인 물을 동반한 채 막을 내리는 구나/시장이 참 진 죄가  많은 모양이다/하늘이 노했나/이 밤도 빗방울과 함께 내일의 희망을 부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새벽을 기다린다. … 85크레인에서 박성호."

이날 노래 "아름다운 것들"을 불렀던 윤미희(극단 새벽)씨는 "아직도 그 곳에 계시게 해서 미안하다. 그러나 우리의 희망이다. 끝까지 함께 하자"고 말했다.

이날 집회를 시작할 무렵 인근 아파트 주민 10여 명이 나와 확성기 소리를 줄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은 "조남호(한진중공업 회장)가 책임져라" "공장 현장으로 돌아가자"고 외치기도 했다.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동안 85호 크레인 농성자들은 불빛을 흔들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촛불문화제가 열리기 전 영도신도브래뉴 아파트에서는 기도회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 6월말부터 이곳에서 매일 저녁마다 '생명평화를 위한 백배서원'을 올리고 있는 김정중(53)·윤미라(44)·김은하씨는 이날도 125일째 100배를 올렸다.

천주교 꼰넨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서영섭 신부(아우구스티노)는 신도들과 기도를 올린 뒤 85호 크레인을 향해 "힘 내라"고 외치기도 했다. 서 신부는 "고공농성 300일째인데,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 기도를 했다"고 말했다.

한진중 노사 교섭 2일 오후 재개 ... 정리해고 철회 투쟁 계속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인지 1일로 300일째를 맞았다. 사진은 영도조선소 건너편 인도에서 매일 저녁 열리고 있는 '생명평화를 위한 백배서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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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인지 1일로 300일째를 맞아, 영도조선소 건너편 인도에서는 천주교 서영섭 신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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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진중공업 노-사가 2일 오후 2시 교섭을 재개하기로 해 관심을 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10월 26일 정리해고자들이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 재심을 하면서 "노사교섭을 더하고 11월 2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1일 교섭한 뒤 이날 다시 노-사 대표들이 만나기로 한 것.

사측에서는 이재용 사장이 4명의 교섭팀과 교섭에 나서고 있으며, 노측에서는 이시욱 금속노조 부위원장과 김연홍 사무처장, 문철상 부산양산지부장, 차해도 한진중공업지회장이 나서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 교섭 보고서가 제출되면 오는 4일경 심판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또 정리해고자들이 낸 해고무효확인소송 재판이 오는 8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정리해고 철회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정투위'는 1일부터 전국노동자대회가 끝나는 13일까지 상경투쟁을 벌인다. 정리해고자 10여 명은 한진중공업 서울 본사와 조남호 회장 집 앞, 중앙노동위원회 앞에서 1인시위와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다.

정투위는 해고무효확인소송과 관련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며 오는 8일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인다. 또 '희망버스'는 오는 5일 저녁 7시 85호 크레인 맞은편에서 "CT85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야간문화제를 연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전국노동자대회'가 오는 26일 부산에서 열린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이날 부산에서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에 '6차 희망버스'를 결합시키기로 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말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구조조정을 했다. 사측은 생산직 1/3(400명)을 구조조정하기로 하고, 명예퇴직을 실시한 뒤 올해 2월 정리해고(94명)를 했다. 지난 겨울에 시작된 '정리해고 철회 투쟁'이 다시 겨울을 앞두고 있는 데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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