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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준공된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인천전문대와의 통합 계획이 고려되지 않은 건축 설계 때문에 증원으로 인한 심각한 공간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2009년 7월 준공된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인천전문대와의 통합 계획이 고려되지 않은 건축 설계 때문에 증원으로 인한 심각한 공간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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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없어서 복도에서 수업을 한다.' '수업을 듣기 위해 15킬로미터 떨어진 캠퍼스와 캠퍼스를 이동한다.' '처음 계획했던 예상정원을 초과해 매년 천 명이 넘는 새로운 학생들이 들어온다.'

옛 이야기나 외국 이야기가 아닙니다. 21세기 대한민국, 그것도 신축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지난해 시립인천전문대학과 통합되어 새롭게 출범한 시립인천대학교 학생들이 9월 29일 인천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시 측이 약속한 재정지원을 요구한 것도 이와 같이 열악한 교육 환경 때문이었습니다(관련기사 : 강의실 없어서 복도에서 수업을…대학교 맞아?). 그 뒤로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얼마나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10월 24일 인천 송도동에 있는 인천대학교(송도캠퍼스)를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신입생은 늘어만 가는데 공간이 없다

통합과 법인화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인천대학교 28대 부총학생회장 최성용씨. 최씨는 인터뷰에서 "객관적인 사실들을 가지고 대학발전, 전체구성원이 잘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합과 법인화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인천대학교 28대 부총학생회장 최성용씨. 최씨는 인터뷰에서 "객관적인 사실들을 가지고 대학발전, 전체구성원이 잘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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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만 명 가운데 8000명 정도가 송도캠퍼스에서 생활합니다. 2학기에 일시적으로 군 입대, 휴학 등으로 줄었는데 내년 1학기면 다시 사람이 많아질 거구요. 제반시설뿐만 아니라 강의실까지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학생총원이 계속 늘어나는 내년 내후년에 지금보다 사정이 더 나빠질 수 있구요."

총학생회실에서 만난 인천대 부총학생회장 최성용씨(경제학과06)는 강의실 부족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은 송도로 인천대학교를 옮기기로 결정한 이후 갑작스럽게 통폐합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송도로의 캠퍼스 이전계획은 2006년 하반기에 결정되었고, 통합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그 이후였습니다.

송도캠퍼스가 준공된 지 두 달 뒤인 2009년 11월에 인천전문대학과의 통합이 결정되었고, 신입생 정원을 1680명 정도로 고려한 건축계획으로는 통폐합으로 늘어난 학생 총원은 물론 2680명에 달하는 신입생 규모를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2010년부터 학부생 통합모집을 시작했기 때문에 2013년까지는 매년 1000명 가까운 인원이 애초 계획보다 추가로 새 캠퍼스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새롭게 개설된 사범대학 학생들의 경우에는 단과대학 건물이 없는 데다가 강의실이 부족해 제물포캠퍼스와 송도캠퍼스를 오가는 셔틀버스에 의지해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미술대학은 과 특성상 작업을 하고 작업물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자기 작품을 보관할 것이 없어서 복도에 놔두었다가 훼손되거나, 강의실이 아니라 복도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도 빈번하구요. 올해는 기존의 대형강의실, 대학원생들 공간을 미대가 쓸 수 있도록 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의 도시락 판매점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모습. 현재 8천 명 정도가 생활하고 있는 인천대 송도캠퍼스에 학생 식당은 단 두 곳으로, 구 캠퍼스 완전철거와 신입생 입학으로 캠퍼스 내 재학생이 1만2000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2013년 이전에 학생편의시설의 추가적인 확보가 시급하다.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의 도시락 판매점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모습. 현재 8천 명 정도가 생활하고 있는 인천대 송도캠퍼스에 학생 식당은 단 두 곳으로, 구 캠퍼스 완전철거와 신입생 입학으로 캠퍼스 내 재학생이 1만2000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2013년 이전에 학생편의시설의 추가적인 확보가 시급하다.
ⓒ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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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 학생들은 이미 지난 3월 비상총회를 통해 열어 ▲ 시 측은 통합에 따른 통합재정지원 약속 이행하고 ▲ 캠퍼스 신축 비용 1000여억 원을 지급해야 하며 ▲ 현재 상황에 대해 학교당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결의했습니다.

대학 측에서 펴낸 법인화 관련 자료집을 보면(아래 사진), 통합 결정 이전에 도화동 인천전문대 리모델링 비용으로 설정된 1009억 원이 인천시 도시개발공사를 통해 통합 인천대에 이월될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문제는 이 비용이 2012년까지 인천시 도시개발공사를 통해 지급될 것이라고만 나와 있을 뿐 구체적인 시점이나 이에 대한 보장이 없습니다.

법인화는 모든 것을 해결해줄 '요술지팡이'?

학생들이 지난 9월 29일 시청 앞에서 총궐기 집회를 연 것은 당장의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 재정의 조속한 집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촉구하고 지난 3월 학생총회를 통해 의결한 내용을 시 측에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통합으로 인해 인천대학교와 인천전문대학이 자리하고 있던 도화동 도시개발사업이 계속해서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에 재원이 내년 연말까지 확보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이날 집회가 열리는 데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천대 법인화와 관련한 대학 측에서 펴낸 자료집 일부. '통합 관련' 항목에서 캠퍼스 리모델링 비용을 제외한 다른 추가 재정지원은 시의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아 사실상 '공수표'에 그친 계획이 되고 말았다. 인천대 총학생회는 이와 관련해 확실한 재정지원을 담보할 것을 학교 측과 시에 요구하고 있다.
 인천대 법인화와 관련한 대학 측에서 펴낸 자료집 일부. '통합 관련' 항목에서 캠퍼스 리모델링 비용을 제외한 다른 추가 재정지원은 시의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아 사실상 '공수표'에 그친 계획이 되고 말았다. 인천대 총학생회는 이와 관련해 확실한 재정지원을 담보할 것을 학교 측과 시에 요구하고 있다.
ⓒ 인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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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학교 이전이 결정되면서 도시개발사업이 시작되었던 2006년 이후의 경기 침체와 인천대 이전·인천전문대 통폐합으로 인한 상권 축소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이 낮아지면서 개발사업을 맡은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인천시는 행정타운 건설과 청운대학교 제2캠퍼스 입주 계획을 발표하였지만 시 재정 부족과 경기 불황이라는 악재는 여전히 재정 마련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보상 문제로 퇴거를 결정하지 않은 주민들이 남아 있어 제2의 '용산참사'마저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인천시와 인천대학교 당국은 법인화를 통해 국가재정지원을 확보함으로써 현재 상황을 타개하려고 합니다. 지난 6월 송영길 인천시장이 나서서 인천대 법인화법안 통과를 당과 국회에 요청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당시 학생들이 대학 본부를 점거하며 법인화 추진에 반발하던 서울대학교의 사례와 인천대학교의 법인화 요청은 여러 차례 비교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총학생회는 안정적인 재정지원이 확보되지 않는 법인화는 무의미하다며, 지난 10월 학생 총투표를 통해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법인화는 유보한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총학생회가 제시한 전제조건은 안정적 재정지원, 발전기금과 부지 등 대학 자산 확보, 총장직선제를 포함한 대학구성원 참여를 보장하는 자율성의 법률적 보장이었습니다.

인천대 총학생회가 실시한 법인화 관련 총투표에서 전체 학생 유권자의 55.5%인 4249명 가운데 67.3%인 2905명이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국립법인화 추진을 유보한다"는 쪽을 지지했다.
 인천대 총학생회가 실시한 법인화 관련 총투표에서 전체 학생 유권자의 55.5%인 4249명 가운데 67.3%인 2905명이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국립법인화 추진을 유보한다"는 쪽을 지지했다.
ⓒ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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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학생들 입장에서는 가장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재정 지원 문제가 핵심입니다. 실제로 국회 교과위에 계류 중인 인천대 법인화 법안에는 재정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액수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국가는 인천대학교의 재정적 안정화를 위하여 지속적인 재정적 지원을 하여야 하며, 다른 국립대학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형평을 맞추어야 한다(제29조(정부재정지원 등)의 ①)"고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조건 있어야

정리하면 현재 인천대학교는 통합 이후 증원된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제반 시설, 새로운 학과 개설과 이에 따르는 부대비용, 학내 구성원의 의사결정 참여 구조 등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시와 학교 측은 열악한 재정과 이를 타개할 도시개발사업, 법인화법 추진이 난항을 겪으면서 이러한 요구를 시행하기에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고 법인화법과 관련해 학생들은 전제조건부 추진이 아니면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결정했습니다.

현재 이러한 문제와 관련한 학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학생지원과와 시설과 등에 문의하였지만,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소관 부서가 아니라 답변할 수 없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한편, 10월 31일 인천대 홍재욱 교수는 <인천일보>에 "인천대 법인화와 시(市)의 약속"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기고해 "인천시의 재정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잘 안다. 그러나 인천대의 백년대계가 바로 이 순간에 달려 있다"며 의회 발언을 통해 공문으로 표명했던 지원을 이행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학생들의 어려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학교가 처한 재정적 어려움을 드러낸 것입니다.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2012년 연말까지 송도캠퍼스 증축 비용을 마련하기로 하였지만, 한동안 학생들과 시, 학교 측 그리고 법인화 법안이 통과될 경우에는 정부 사이에도 줄다리기가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지금의 상황이 호전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법인화 이전까지 시 차원의 조속하고 안정적인 재정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법인화 이후 대학 재정과 구성원 참여 문제는 어떻게 될 것인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진행 중인 법인화 법안의 손질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울러 학생들 사이에서 이에 관한 이해와 토론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덧붙이는 글 | 김정현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에서 활동 중입니다.



태그:#인천대, #법인화, #재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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