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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높은 등록금'만은 아니다. '비리사학' 때문에 강제졸업당하고(세종대), 국립대 법인화에 반대해 정문 앞에서 고공농성을 하고(서울대), 대학내 구조조정으로 멀쩡한 학과가 없어질 위기에 처한 경우(동국대)도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렇게 한국대학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학잔혹사' 현장을 추적한다. [편집자말]
 대학 법인화에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이 3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대학본부 건물에 위치한 총장실을 점거한 채, 다음주 예고된 기말고사를 준비하며 공부를 하고 있다.
 대학 법인화에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이 5월 3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대학본부 건물에 위치한 총장실을 점거한 채, 다음주 예고된 기말고사를 준비하며 공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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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우들은 점거중! 총장님은 부재중! 언론들은 왜곡중! 모두 모여 본부로!"
                                                                                        -SNUV '총장실 프리덤'

지난 여름, 서울대는 뜨거웠다. 5월 30일 20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인 비상 총학생회에서 '총장실 점거'가 결정되자, 500여 명의 학생들이 행정관(본부)을 기습 점거했다. 이들의 요구는 서울대 법인 설립준비위원회(이하 설준위) 해체와 법인화 재논의. 학생들의 본부 점거는 28일간 이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본부를 점거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존 학생운동을 주도해오던 소위 '꿘(운동권)'과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일반 학생'들이었다는 점. 스스로를 정치색이 없는,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원자'라고 부르는 이들은 과거 점거운동에서 나타난 '엄숙주의'에서 벗어나 '놀이로서의 투쟁'을 보여줬다. UV의 '이태원 프리덤'을 패러디한 '총장실 프리덤' 뮤직비디오, 행정관 앞 잔디밭에서 이틀간 열린 록페스티벌 '본부스탁'은 그 절정이었다.

'서울대 법인화' 논란이란?

서울대 법인화는 '국가기관'이었던 서울대가 일반 사립대처럼 '법인'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대 대학본부 측은 정부의 간섭과 규제로부터 독립하는 '자율화'를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 법인화를 반대하는 측은, '민영화'로 인해 경쟁력과 성과위주의 시장논리가 대학을 지배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대가 법인화될 경우 소위 '돈 안 되는' 기초학문이 고사되는 것은 물론이고 재정확충을 위해 등록금 역시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서울대 본부 측은 '수익사업을 통해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인화=자율화'에 대한 의문도 있다. 법인화 이후 서울대 총장 선임, 예·결산 의결 등을 결정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법인 이사회의 과반수는 교육과학기술부·기획재정부 차관을 한 명씩 포함한 외부인사로 채워진다. '외부인사'에는 기업인도 허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 법인화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절차적 문제점도 있다. 서울대 법인화법 시행령은 지난 12월 '예산안 날치기 통과' 당시 단 1분 만에 통과되었다.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단 한 차례의 논의도 없었다. 국립대 법인화 저지와 교육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대책위는 "서울대 법인화 법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대학의 자율성'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지난 17일 법인화법 폐기를 위한 헌법 소원을 청구했다.


9월 22일, 서울대의 상징인 '샤' 모양의 정문 위에 한 학생이 올라갔다. '고공농성'을 시작한 이는 교육공공성 강화를 위한 서울대 실천단 '우주인' 단장 오준규씨.

오씨는 이날 오후 열리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동맹휴업안'을 채택할 것을 호소했다. 6월 26일 점거 농성 해제 이후 '법인화 반대 투쟁'이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학내에서는 '법인화법 폐기'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결국 9월 28일 동맹휴업에는 300여 명의 학생들만이 모였다. '사실상 실패'였다.

10월 27일, 지난 여름 '본부'를 점거했던 학생 6명을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났다.

'총장실 프리덤' 뮤직비디오 '촬영감독'이었던 김정현(교육학과 07), '본부스탁'의 기획과 진행을 맡았던 심미섭(철학과 10)·김한결(미학과 10), 본부 한 켠에 '점거 극장'을 만들어 영화를 상영한 영화 공동체 '씨네꼼'의 '노민'(닉네임·미학과 07), '예정'(닉네임·인문대 대학원). 그리고 비상총회 당시 서울대에 놀러왔다가 본부 점거까지 하게 된 타대생 '인로'(닉네임·중앙대)까지. 이들 가운데 심미섭씨를 제외하고는 '9·28 동맹휴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일반 원자 학생'으로 본부 점거에 동참한 이들에게 지난 여름의 기억을 들어보았다. 그토록 뜨거웠던 '법인화 투쟁'이 동력을 잃은 이유도 함께 물었다. 다음은 학생들과 2시간 가까이 나눈 대화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왜 '내 학교' 일을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하지?"

 대학 법인화에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이 대학본부 건물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3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대학본부 현관 유리문에 법인화 설립 준비위원회 해체를 주장하는 대자보가 붙여있다.
 대학 법인화에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이 대학본부 건물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5월 3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대학본부 현관 유리문에 법인화 설립 준비위원회 해체를 주장하는 대자보가 붙여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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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0일 총회 어떻게 참석하게 됐나. 
심미섭(철학과 10) : "트위터에서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해서 관심이 생겼고, 최소한 내가 속해있는 반 사람들이 하는 정치행동에는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정(인문대 대학원) : "저는 대학원생이라서 투표권이 없었다. 그런데 아직 학부생인 친구들이 뭐 시켜먹자고 불러서 갔다. 무슨 이야기하는지 들어보자 그랬는데 총회가 성사됐고, 점거가 결정됐다. 아는 사람도 있고 재밌고 그래서 점거를 시작했는데 이후에는 제가 기숙사에 살기 때문에 굳이 집에 갈 이유가 없었다(웃음)."
인로(중앙대) : "저는 타대생인데 영화를 좋아해서 서울대 영화 공동체인 '씨네꼼'에 가입하게 됐다. 그날 서울대 비상총회한다고 해서 놀러왔는데 얼떨결에 '와~' 하다가 본부에 들어가게 됐다. 그 이후로는 출퇴근했다(웃음)."
김한결(미학과 10) : "저는 총회에 참석 안 했다. 그때까지는 법인화에 대해 잘 몰라서 뭔지 알기 전에는 행동하지 않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법인화에 대해서 좀 찾아보고 이야기 들어보고 총장실에 가니까 좋길래, 시설이 너~무 좋길래, 맨날 갔다(웃음)."

- 당시 총회에 2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석했다. 왜 그렇게 많이 온 것 같나.
심미섭 : "저도 그게 궁금하다."
예정 : "전 성사 안 될 줄 알았다."
노민 : "우선 홍보가 잘 됐고. 사실 법인화 이야기가 2~3년 전부터 계속 있어왔지만 학생들이 개인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의결권 행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정현 : "법인화라는 것에 대한 관심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모일까?'라는 호기심도 있었던 것 같다." 
인로 : "다들 서로가 서로 구경하러 온 거지."

- 총회 참석했던 분들은 총회 끝나고 바로 점거 들어갔나.
심미섭 : "저는 안 들어갔었다. 그런데 트위터를 보니까 너무 재밌어 보여서 셋째 날부터 들어갔다."
김정현 : "저는 흥분해가지고(웃음). 그 때 기자님들 계신 방에서 창문을 열어주셨다. 그 분들이 '모른 척 할테니까 들어가라'고(일동 놀라며 "아, 그랬어?"). 방충망을 뜯고 들어갔다."

-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점거'라는 게 생소하다. 서울대도 2005년 이후 6년 만이라고 하던데.
김정현 :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점거밖에 없었다."
노민 : "그 때 총장실 점거, 동맹휴업, 촛불집회 세 개 안이 올라왔는데 절대다수가 점거를 택했다. 동맹휴업은 자기네들도 안 할 걸 알았으니까."

- 당시 법인화 반대 여론이 그만큼 컸던 건가.
노민 : "법인화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법인화 문제가) 내 이해관계고 내 학교의 일인데 왜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하지? 이게 컸던 것 같다. 애들이 고등학교 때 사회문화, 정치 이런 거에서 배웠던 상식이 있지 않나."
예정 : "최소한의 베이직(기본)."
노민 : "맞다. 이건 최소한의 상식에 위배되는 거다. 운동권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지만 '배운대로'가 아니니까. 법인화는 모르겠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는 분위기 많았다."
예정 : "법인화를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분들도 절차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많이 참석했으니까."

"'안 줘, 뿌잉' 심술부리는 학교... 갈수록 전투력 상승"

 '본부스탁'이 열릴 예정인 서울대 본관 앞 '총장잔디'.
 '본부스탁'이 열릴 예정인 서울대 본관 앞 '총장잔디'. 뒤편으로 학생들이 점거한 본부가 보인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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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장실을 점거한 학생들이 자신들을 '원자'라고 불렀다던데. 무슨 뜻인가.
노민 : "그게 '스누라이프(서울대학생 커뮤니티)'에서 처음 나왔다. 자기는 과나 반 활동도 하지 않고 학교 정치조직도 아니고, 동아리를 하기는 하는데 동아리끼리 모여서 온 것도 아니고 그냥 혼자 왔는데, 자신을 '원자'라고 일컬으면서 '저 혼자 있는데 밥 같이 먹을 분'! 이러는 '일반 원자들' 모임이 생겼다."
예정 : "2층 한 구석에 자리가 있었다. 거기서 맨날 게임하고 같이 뭐 시켜먹고. 전혀 연고없는 사람들끼리." 
노민 : "점거라고 하면 보통 막아놓고 바리케이드 치고 있는 거다. 그런데 여기는 안 그랬다. 학생증만 보여주면 들어갈 수 있고,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다."
예정 : "거대한 동아리방 같았다. '점거 극장'을 만들어서 영화상영도 했다."
노민 : "거의 한 2주했나. 저희끼리 순번 돌아가면서 밤새 틀었다."

- '총장실 프리덤' 가사 보면 '언론들은 왜곡중'이라는 부분이 있다. 
예정 : "첫 날부터 너무 안 좋았다."
노민 : "점거할 때 언론보도가 너무 안 좋게 나가니까,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언론이 더 심하게 할 것 같았다. 그런 것 때문에 술도 자발적으로 금지했다."
예정 : "아주 건전했다."
인로 : "안에서 마피아 게임하고."
김정현 : "누가 오락기 갖다놨는데 며칠 만에 없앴다. 내부적으로 문제제기가 나와서."
예정 : "공부하는 사람들도 맘 놓고 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었다. 술도 건물 내부나 주변에서는 못 마시게 하고."

▲ 총장실 프리덤 국립파 땐-쓰구락부 SNUV가 새롭게 선보이는 <총장실 프리덤(Feat. 오연★ OYC)>
ⓒ 남궁준,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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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측의 대응은 어땠나.
예정 : "애들 어르듯이, 처음에는 '놔두면 학기 끝나면 집에 가겠지' 모른 척 했다. 그런데 방학되니까 저희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웃음)." 
인로 : "학교에서 이상한 메일도 보냈잖아."
노민 : "뒤에 배후세력 있다고."
예정 : "점거기간에 왔던 메일 중에 진짜 열 받았던 게, 설준위에서 '여러분 매스컴을 통해 아시다시피 본부를 몇몇 학생들이 점거하고 있습니다' 이러면서 학생 전체에게 메일을 보냈다. 점거하고 있는 학생들을 소수로 매도하려고 한 거다." 

- 학교 측에서 임금 지급을 안 해서 문제되기도 했다.
예정 : "학생들 내부분열을 조장하기 위해서 학교에서 일하는 학생들 돈 안 주면서 '업무마비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중요한 업무는 할 수 있었다."
인로 : "되게 재밌었던 게 장학생들 돈은 못주면서 학생들한테 받을 돈은 다 받고. 직원들 돈도 다 주고. 뭔가 모략도 조잡하게 했다. 다 들통나게."
김정현 : "모략이라는 게 더 의심스러웠다."
예정 : "맞아. 머리를 썼다면 그렇게 했을리가 없어."
인로 : "모략이라기보다는 심술? 나 안 줘. 뿌잉(웃음)."
예정 : "가면 갈수록 학생들의 상식을 거스르면서 학생들을 분노하게 하는 일들이 계속 생겼다. 총장과의 대화라는 걸 하는데, 정말 그냥 요식행위이고 문제해결 의지가 없어 보이고. 처음에는 '대충 이야기하고 합의 얻어내면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들도 학교 측과 말이 안 통하니까 '아, 이거 이대로 놔두면 진짜 안 되겠다' 그래서 오히려 전투력이 올라간 것 같다."

"적어도 서울대는 효율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학 법인화에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이 3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대학본부 건물 현관에 법인화 설립 준비위원회 해체를 주장하며 '들어올땐 국립대였지만 졸업할땐 아니란다'라고 적힌 종이를 붙이고 있다.
 대학 법인화에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이 5월 3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대학본부 건물 현관에 법인화 설립 준비위원회 해체를 주장하며 '들어올땐 국립대였지만 졸업할땐 아니란다'라고 적힌 종이를 붙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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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인화를 어떻게 생각하나. 
김한결 : "전 법인화 반대다. 인문대 혜택이 주는 건 사실이다."
예정 : "법인화가 이러이러한 구체적인 걸 해서 구체적으로 이러이러한 결과를 낳는다고 읊을 수는 없지만, 저는 자본이 교육으로 많이 들어오는 게 아무리 추상적으로 생각해도 위험한 것 같다."
심미섭 : "우리 학교는 효율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정 : "법인화 과정에서 '보호 학문 육성' 이라는 말이 나오더라. 저는 그것부터 배알이 꼴린다. 멸종위기의 학문, 결국에는 죽을 건데 우리가 살려줄게. 그게 아니라 학문의 중요성을 인정해야 하는 건데, 그걸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건지도 모르겠고." 
김한결 : "지금 인문대생들 복수전공 필수로 하게 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전공심화 하고 싶은 사람들도 많은데 다들 하나는 돈 되는 학문 복전(복수전공)을 해야 한다고 한다."
심미섭 : "인문대에서도 철학과만 복전이 필수다. 다른 데는 심화전공을 해서 그 전공만 팔 수 있는데 철학과는 복전 안 하면 졸업 못한다. 굶어 죽을까봐 그러나?"
예정 : "아니, 그럼 미학과가 왜 있냐고. 다 경영대 만든 다음에 미학동아리, 철학동아리 만들지."

김정현 : "서울대 법인화의 핵심은 다른 대학과의 차별화인 것 같다. 사실 법인화하면 서울대는 더 좋다. 자본 확보하기가 쉽기 때문에. 저는 서울대가 나름대로 국립대고 이 안에서는 돈과 무관하게 학문적 가치가 지켜진다는 데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에 자본이 들어오면 대학은 학생들이 뭔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이 소비자가 되는 거다." 
예정 : "내가 이 정도로 투자해서 이 정도로 뽑아가겠다."
노민 : "지금 서울대 학벌 이름값이 있다. 법인화가 되면 그 이름값이 비싸지는 거다. '학문적 자부심'의 측면이 아니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엘리트가 되는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거다. 하버드처럼 되는 거다. 돈 넣고 돈 먹기인 거다. 그리고 법인화가 '자율화'라는 말도 웃긴 게 총장을 뽑는데 교수가 투표를 못한단다. 정부인사가 법인 이사회에 포함되고 기업인도 이사가 될 수 있단다. 그게 무슨 자율화인가."
예정 : "그나마 '노민' 같은 경우에는 법인화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많은 학생들이 법인화가 어떤 효과를 갖고 오는지 잘 모른다는 것 자체가 학교 측의 잘못이기도 하고. 그렇게 큰 변화를 할 거면 소통이 충분히 되어야 하는데 계속해서 요식행위만 한다. 점거 끝나고 이번 학기 들어서 법인화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 그런데 질문이 문항부터가 법인화의 장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법인화가 좋다고 하더라도 학교 측에 신뢰를 가질 수가 없다."

"'꿘'끼리 하는 거 말고, 다른 대안은 없을까"

 대학 법인화에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이 3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대학본부 건물에 위치한 총장실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학생들은 "현재의 서울대 법인화는 찬성할 수 없다"며 "이사회에 정부 측 인사인 차관 2명을 참여시키면 애초 대학의 법인화 목표인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법인화 설립 준비위원회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대학 법인화에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이 지난 5월 3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대학본부 건물에 위치한 총장실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였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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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거 28일 만인 지난 6월 26일에 점거 농성을 해제했다. 투쟁동력이 떨어졌던 건가.
예정 : "사실 거기 있던 구성원 모두가 '동력이 떨어졌다. 해제하자'고 한 건 아니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결정했는데, 개인적으로 온 사람들은, 어버버버 하다가, 어 끝났어?"
김한결 :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예정 : "당시 법인화법이 이미 국회에서 통과된 상태였기 때문에 점거를 계속 함으로써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
심미섭 : "대 국회 투쟁하고, 집회도 하기로 했었다."
예정 : "그런데 거기서 문제가 된 게, 개인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이후 진행된 집회나 그런 게 낯설었다는 거다." 
노민 : "예컨대 점거 끝나고 광화문 집회를 했다. 프로그램이 팔뚝질 하고, 몸짓패가 굉장한 걸 추고 노래도 굉장한 걸 부르는데 이건 '꿘(운동권)'끼리 하는 거랑 똑같은 거다."
예정 : "막 뻘쭘하게 가서 있다가 오고." 
노민 :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문법으로 이야기하니까 확실히 장벽이 됐다. 오히려 학생들이 법인화하고는 다른 맥락이지만, 트위터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명동 마리를 방문한 적은 있다."

- 소위 운동권 문화에 거부감이 있었던 건가.
예정 : "'임을 위한 행진곡'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김정현 : "거부감도 있었지만 저렇게 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김한결 :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없다는 사람도 있었다."
인로 : "'꿘부심(운동권+자부심)'이라는 게 있었죠. 우리처럼 안 할 거면 꺼져라(웃음)." 
노민 : "학생사회라는 게 많이 붕괴되면서 일반 원자 학생들과 총학생회가 만날 기회가 사실 잘 없다. 그런데 일반 원자 학생들이 점거에 참여하게 되면서 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 같다."
 
- 얼마 전 오준규씨가 서울대 정문 위에서 고공농성을 했다. 어떻게 봤나.
김한결 : "아마 오준규씨가 그렇게 안 했으면 법인화 이슈가 아예 묻혔을 거다. 그런데 학생들한테 욕 많이 먹었다. 셔틀버스 돌아가면서 지각하고 그러니까. 아니, 자기들이 5분 일찍 나왔으면 될 걸."
심미섭 : "자기한테 피해가 가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고까운 것도 있는 것 같다."
예정 : "그래서인지 자꾸 동기를 추측하려고 한다. '쟤는 자기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서 저러는 거다, 이목을 끌기 위해서'."
심미섭 : "바꾸고 싶으면 뭔가를 해야하는데 그걸 깝친다고 생각한다."

- 9월 28일 동맹휴업에는 참여했나. 300명 정도밖에 참석 안 했다던데.
노민 : "(총학에서) 그냥 가지말래. 수업 빠지래요. 그렇게 한두 명 빠진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걸 다 안다. 총회에서도 그래서 부결된 거다."
김정현 : "예전에는 과면 과, 동아리면 동아리, 모임이 있었는데 그런 네트워크가 없는 상태에서 학생회가 동맹휴업 하자 그러면 안 한다." 
심미섭 : "저는 갔었는데 모인 건 맨날 오던 애들. 점거 전에도 아크로 광장에서 모이면 오던 애들밖에 없었다." 
김한결 : "다른 쪽으로 대안을 생각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회 방식은 아닌 것 같다."

- 조금 오글거릴 수도 있겠지만(웃음), 지난 여름의 점거가 본인들에게 남긴 게 뭐라고 생각하나.  
예정 : "많은 사람들이 같은 것을 바라보고 생활공동체처럼 있었던 것, 그 자체가 좋았다. 28일 간, 직접적인 영향은 못 미쳤지만 뭔가 할 수 있다는 느낌."
인로 : "어떻게 보면 놀라운 일이다. 이거 잘못됐는데, 이상한데 생각만 하고 있던 사람이 하나의 건물을 점거해서 한 달 가까이 지내고 그 안에서 서로 일종의 연대의식을 만들어냈다는 게 흥미로웠다."
심미섭 : "대학에 와서 나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한 것 말고는 해본 게 없다는 부채의식이 있었다. 그런데 점거라는 크고 자유로운 판 안에서 뭔가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세상을 알았다'고 해야 할까. 왜냐면 이게 망했잖아요. 졌잖아요. 저는 질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못했다. 왜냐면 고등학교 때까지 그런 게 있지 않나. 권선징악. 우리는 너무 정당한 걸 요구하는데 왜..."
김한결 : "개인적으로는 술집알바를 그만두게 된 게 최고의 희열이었다. 항상 어디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게 있었는데 학교에 정이 안 가니까 알바를 세 개 했었다. 학교에 있을 시간을 줄이려고, 딴 데서 사람 만날 기회를 만들려고." 
예정 : "학교로 재흡수되는 기회였다."
김한결 : "맞다. 학교도 정말 재밌을 수 있는 곳이라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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