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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소 안내문

26일 오전 7시께 출근길에 투표를 마쳤다. 나는 서울 구로구에서 나고 자라 지금까지 약 40여 년을 살아오면서 지금껏 열심히 투표를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관위에 대해 여러가지 의혹이 많이 든다.

 

지난 8월 24일 '서울시 무상급식 지원범위에 관한 주민투표'(이하 '무상급식투표') 때와는 달리 투표소에 대한 안내문이 눈에 띄지 않아 간신히 스마트폰으로 투표소를 찾을 수 있었다. 출근하면서 살펴보니 인근 투표소들에 대한 안내문 또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껏 지하철역 대합실 벽에 붙어있는 투표소 안내문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구로구의 투표소현황을 검색해보았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구로구 15개 동 총 91개 투표소 중에서 변경된 투표소가 25개소였다.


우선 바뀐 투표소 면면을 살펴보았다. 평일이라 학교교실 대신 주민센터 등 인근 시설로 바뀐 곳이 10개소, 기타 학교부속시설로 바뀐 곳이 6개소였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변경된 투표소 25개소 중에 9개소가 각 동의 '경로당'(혹은 '노인정')이었다. 이번에 바뀐 투표소를 포함해서 총 91개 투표소 중에 총 26개소가 '경로당'이었다. 특히, 개봉2동의 경우 8개 투표소 가운데 6개소가 경로당이었이었으며, 나머지 2개는 아파트단지 내에 소재한 입주자대표회의실이었다.

 

현재, 구로구는 관내 총인구 45만2667명 중에 유권자수가 34만5838명이며(남: 17만3078명, 여 17만2027명), 그 중 65세 인구가 3만9389명으로 총인구수 대비 9%, 유권자수 대비로는 12%를 차지한다.

 

지난 '무상급식투표'의 구로구 투표율을 살펴보았다.(서울시 전체 투표율은 25.7%) 기존에 경로당(혹은 노인정)이었던 투표소의 평균 투표율이 21.98%였다. 그 중에 신도림동에 위치한 제8투표소(대림4차 아파트 경로당)같은 경우는 투표율이 무려 42.3%, 제6투표소(신도림3차 동아아파트 노인정)같은 경우는 33.9%, 개봉3동에 소재한 아이파크 경로당은 32.1%였다.


반면, 구로4동 제4투표소(극동아파트 경로당)의 경우는 16.2%, 개봉2동 제1투표소(개봉2동 경로당)같은 경우도 역시 16.2%였다.

 

동일한 구내 경로당인데 왜 이런 투표율의 차이가 날까 궁금했다. 혹시 각 투표소의 특징과 투표율과는 인과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짐작되는 바가 없지 않아 있었다.

 

지난 무상급식 투표에서 투표율이 높게 나온 경로당 투표소 지역은 주로 최근에 재개발되거나 신설된 아파트들이 들어선 곳들이었다. 또한, 이번에 경로당으로 투표소가 변경된 곳들 역시 신도림동을 위시해서 새로 재개발된 아파트나 제개발된 상업지구에 위치한 곳들이었다.


예를 들면 신도림동의 대림7차 아파트 경로당(제1투표소), 대림2차 아파트 경로당(제2 투표소), 대림1차 아파트 경로당(제 3투표소), 개봉2동의 현대아파트 경로당(제3투표소) 등이었다.

 

반면, 투표율이 낮은 투표소 지역은 아직 재개발이 되지 않았거나, 당분간 재개발 계획이 없는 매우 오래된 동네에 위치한 곳들이었다. 그것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사실, 지난 무상급식 선거는 부자와 서민의 대결이었다고 생각한다. 기이하게도 중산층 이상 부자들의 투표율이 높았다. '복지포퓰리즘'이라는 명분 하에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행하고자 하는 전면무상급식에 대한 '딴지걸기 주민투표'였다고 생각한다.

 

경인운하로 인한 한강 다리 건설이나 '새빛둥둥섬'과 올 여름 폭우로 인한 물난리로 국제적 망신을 산 광화문광장 공사 등 소위 '디자인서울'을 외치지 말고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전면무상급식을 실시했더라면 애초에 '무상급식투표'는 없었을 것이며, 따라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필요없었으리라.

 

구로구는 서울시 소속 25개 구 중에서 경제·문화·사회적으로 낙후된 곳 중 하나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구로구에서 40여 년을 살다보니 구로구 내의 사정과 각 동네의 문화는 비교적 잘 안다고 감히 생각한다.

 

지난 무상급식투표에서 투표율이 낮았던 구로구 내의 투표소들과 동네는 유난히 가난한 서민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힘든 가정에서는 그나마 아이들의 급식비도 부담이 된다.


더구나, 그곳들은 한부모 가정이나 아예 부모님이 아니라 조부모님들이 손자 손녀들을 돌보는 '조손가정'이 많은 곳임을 잘 안다. 그런 상황에서 내손자 내손녀들이 밥 한끼라도 마음껏 먹고 무럭무럭 자라주기를 바라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은 인지상정이리라.

 

지난 무상급식 투표는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 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의 부모님과 더 나아가 어르신들의 마음에까지도 생채기를 낸 선거였으며 투표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일, 급식비마저도 부담이 되는 가난한 가정의 부모라면, 조부모라면 내 아이들에게까지 상처를 주는 선거의 투표행위에는 단연코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시 선관위에 묻겠다.

 

공직선거법 제147조(투표소의 설치)제 2항에 의하면 '투표소는 투표구안의 학교, 읍·면·동사무소 등 관공서, 공공기관·단체의 사무소, 주민회관 기타 선거인이 투표하기 편리한 곳에 설치한다. 다만, 당해 투표구안에 투표소를 설치할 적당한 장소가 없는 경우에는 인접한 다른 투표구안에 설치할 수 있다'(개정 2004.3.12, 2005.8.4)고 명시되어 있다.

 

이번 선거에서 구로구의 투표소를 변경한 것은 과연 위 조항에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는가?

 

또한, 동법 제 8항에 의하면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투표소를 설치하는 때에는 읍·면·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일전 10일까지 그 명칭과 소재지를 공고하여야 한다. 다만,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이를 변경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즉시 공고하여 선거인에게 알려야 한다'(개정 2005.8.4)고 되어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10월 16일(일)까지 '투표소의 명칭과 소재지 공고'를 언제, 어떤 방법으로, 누구에게 했는지 명확히 묻고 싶다.

 

지난 '서울시 무상급식주민투표' 안내문 서울 시내 지하철 및 투표소 주변 등 곳곳에 이 홍보물이 붙었다.- 좌측 하단에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라 쓰여있다.

또한, 지난 10월 18일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로 등록되었다가 후보등록 서류 미비 등으로 '등록무효'가 된 김모 후보의 사퇴에 대하여 유권자들에게 왜 널리 알리지 않았는가.

 

공직선거법 제 150조에 의거 투표용지에 등록무효가 된 후보가 투표용지에 그대로 기재된 것까지는 적법하다 하더라도, 동법 제152조(투표용지모형 등의 공고)제 1항에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의 모형을 선거일전 7일까지 공고하여야 한다.' (개정 2004.3.12)고 되어있는데 과연 서울시 유권자들에게 역시 언제, 어떤 방법으로, 누구에게 명시했는가 묻고 싶다.

 

지난 무상급식투표 때는 서울시와 합심하여 온갖 지하철 역사를 비롯하여 투표소 주변 등에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하여 투표율을 올리기 위하여 동분서주하던 서울시 선관위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애매한 공직선거법에도 불구하고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여 투표독려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서울시선관위의 행위 또한 알고 있다.

 

과연 이번에 구로구의 투표소 변경은 각 유권자의 투표 편의 등의 상황과 공정한 투표소 선정에 따라 변경이 이루어진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이 든다.

 

재개발 등으로 이미 부자가 되었거나 부동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의 투표율을 높이고, 반면 서민들과 가난한 주민들에 대해서는 투표율을 거꾸로 낮추거나 무관심한 서울시선관위, 그대들은 힘있는 자들의 권력이나 부에 편승하거나
부자들의 권익보호에 적극적인 정당에게 유리한 선거국면을 조장하라고 하는 국가기관이 아님을 국민의,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이번 선거, 지난 과거 박정희 전대통령 시절의 '막걸리 선거'나 '체육관 선거'하고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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