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개그맨, 영화감독

심형래.개그맨, 영화감독 ⓒ 민원기


그는 이대로 침묵을 지킬 것인가? 지난 18일 방송된 'PD수첩' 은 그간 화제가 되었던 심형래 영구아트 대표이자 감독에 대한 의혹을 한 번 더 상기시켰다.

심형래를 향한 성토와 의혹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건 최근 3개월 동안이었다. 지난 7월19일 "410억 원의 빚으로 회사 운영이 힘들다"며 직원들에게 폐업 통보를 한 이후 속속 심형래 감독에 대한 의문들이 흘러 나왔다. 영구 아트 직원들뿐만 아니라 지난 9월에 있었던 국정 감사에서도 의혹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PD수첩' 역시 직원들의 증언을 근거로 관련 내용을 재조명하는 차원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심형래에 대한 의혹은 점점 구체화 되고 있다. 해명해야 할 내용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지금까지 나온 내용은 대략 어떤 것일까?

① 임금 체불 및 횡령에 대한 건

지난 9월 2일 영구아트 직원들이 일부 언론을 대상으로 심경을 토로했다. 이들이 가장 크게 성토했던 부분은 임금체불과 회사 돈의 횡령이었다. 직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까지 밀린 임금의 합은 대략 8억여 원이다. 또한 'PD수첩'에서도 일부 드러났듯 심형래는 회사 돈 110여억 원을 횡령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서부터 카지노 도박설과 정·관계 로비설이 시작된 셈이다.

한 직원은 당시 자리에서 심 감독이 "사직을 권하면서 밀린 월급과 퇴직금 다 벌어오겠다고 했지만 경영지원부에선 회사는 곧 폐업할 거라고 말했다"며 "사실상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뒤 한 달이 지나도록 심 감독은 직원들을 직접 만나지 않고 측근들을 통해서만 입장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② 카지노 도박설

영구아트 직원들은 자신들의 목격담과 심형래의 도박설을 알려왔다.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에서 직접 회사까지 와서 심 감독을 5번 정도 데리고 갔다", "돈이 떨어지면 재무팀 담당자에게 돈을 송금하라 지시했다"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있었다.

직원들의 표현을 빌리면 심형래의 카지노 도박은 '무릎을 꿇으며 막아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각 부서의 장들이 심 감독이나 임원에게 "(도박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망신인데"라면서 말렸고 실제로 심 감독이 카지노에 출입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와서 협박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그럼에도 심형래는 '알았어, 내가 처리할게'라는 말 뿐 나아진 게 없었다는 게 직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었다.

 심형래 감독이 2011년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이던 3D 애니메이션 <추억의 붕어빵>이 영구아트의 경영악화로 사실상 제작 중단됐다. 사진은 2009년 10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추억의 붕어빵> 미니어처 세트 전시장 개관을 알리는 기자회견 당시 심형래 감독.

ⓒ 애니메이툰


③ 정·관계 로비에 성상납 의혹까지

'PD수첩'은 직원들의 증언을 빌려 심형래가 수시로 회사 돈을 가지고 로비하는 데 썼다는 정황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여자 400여명의 명단이 적힌 수첩에 대한 말도 나와 성상납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지난 9월 30일 국정 감사에서 드러났듯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터>는 한국무역보험공사 30억, 한국콘텐츠진흥원 11억 8천만 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PD수첩'이 전한대로 '80억원 이내의 작품, 감독이 최근 5년 내 3편 이상을 제작해야만 지원 가능'이라는 공사 운영규정상 해당 작품은 국고 지원 자격 미달이다. 'PD수첩'은 심형래 감독 지난 5년간 영화 1편만을 제작했고 <라스트 갓 파더>의 제작비는 200억 원이었던 사실을 들며 제작비 지원에 정부 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부분 역시 구체성이 있지만 이에 대해 직원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당시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한 직원은 "와전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면서 "외부에 다녀오면 팀장급에게 손가락을 펴 보이면서 500억, 300억 이런다"고 말했다. 이것은 곧 심 감독이 청와대나 정·관계 인사를 만나고 와서는 그 정도 금액을 투자받기로 했다는 뉘앙스였다고 한다. 

또한, 다른 영구 아트 직원은 "심 감독은 직원들에게 누굴 소개받았으니 회사 브로셔를 들고 가면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고 했다"라면서 "회의 시간에 통화하다 상대방 이름을 언급하는데 그게 들으면 다 알만한 이름이었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유력 인사가 심 감독 주위에 있었다는 정황이다. "영구아트 회사 내부에 전투기가 한 대 들어와 있는데 이 역시 힘 있는 사람이 우릴 지원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거였다"며 그 직원이 덧붙이기도 했다. 해당 전투기는 F-4D 모델로 이 역시 신청 서류가 미비 된 가운데 대여된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2일 오후 서울 강서구 오곡동 영구아트무비에서 기자회견을 연 영구아트무비 직원들은 "2008년부터 심형래 사장이 카지노에 출입하기 시작했다"며 심형래의 카지노 출입설에 대해서도 밝혔다.

2일 오후 서울 강서구 오곡동 영구아트무비에서 기자회견을 연 영구아트무비 직원들은 "2008년부터 심형래 사장이 카지노에 출입하기 시작했다"며 심형래의 카지노 출입설에 대해서도 밝혔다. ⓒ 민원기


④ 사역 동원설

직원들이 제기한 의혹 중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심 감독 사적인 일에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이른바 '사역동원' 의혹이다. 'PD수첩'은 방송을 통해 심 감독이 직원들에게 불법 총기 제작을 시켰고 실제로 총기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직원들의 증언을 통해 심 감독이 직원에게 비비탄을 쏘기도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언급했다. 여기에 한나라당의 당원으로 활동하며 직원들에게 정치인들의 캐리커처를 그리게 하거나 미니어처로 열쇠고리를 만들게 했다는 사실 역시 직시했다.

이미 해당 사실은 7월 이후 인터넷을 통해 여러 번 언급됐던 내용이다. 한 포털사이트에 자신을 영구아트 직원이라고 밝힌 익명의 인물은 심형래 감독이 직원들을 자신의 가게 인테리어에 동원하는 등 사적인 용무에 동원한다고 밝혔다.

9월 당시 기자들을 만났던 한 직원도 "인터넷에 올라온 게 사실이다"라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선 말을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다른 직원에 의하면 직원들이 작업한 가게는 심 감독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옷가게였음이 드러났다. "미술실 팀과, 다지인 팀이 일과가 끝나고 밤에 가서 새벽 내내 작업했다"고 내용을 전한 이 직원은 "(비용도 우리가 하는 게)더 싸고 잘하지 않나?"고 반문하면서 "이들 부서에서 일했던 직원들이 회사에 오래 있지 못하고 그만 둔 것도 이런 불만이 내부적으로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심형래 피디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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