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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차 전국돌봄여성노동자대회
 제 2차 전국돌봄여성노동자대회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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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가을비가 세차게 내리던 지난 15일 서울 한복판 종각에 350여 명의 돌봄여성노동자들이 모였다.

'돌봄노동자도 노동자다! 근로기준법 적용하라! 고용․산재보험 적용하라!' 이들이 외치는 구호는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하늘로 울려 퍼졌다. 왜 이들은 궂은 날씨에도 하루 일을 포기하면서 그 자리에 모였을까?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에 따라 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되면서 우리나라 돌봄노동자는 약 30만명(노인요양보호사 제외)에 달하고 있다. 이들 역시 임금을 목적으로 가사, 보육, 간병 등의 노동을 제공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돌봄노동자들의 대다수는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다. 그 이유는 58년 전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당시 돌봄노동이 사적 공간인 개별가정에서 이루어져 국가의 개입이 어렵고 그 계약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를 들어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라는 조항을 달아놨기 때문이다.

이것이 돌봄노동자들이 차가운 가을비에도 굴하지 않고 서울 도심 한복판에 모인 이유이다. 전국가정관리사협회와 한국여성노동자회 주최로 열린 제2차 전국돌봄여성노동자대회에 참여한 이들은 돌봄노동자들의 팍팍한 노동현실을 절절히 토해냈다.

제 2차 전국돌봄여성노동자대회
 제 2차 전국돌봄여성노동자대회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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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서 일할 곳이 마땅치 않던 차에 다행히 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객들께 최선을 다하려고 쌓여있는 많은 일들을 시간을 다투고 진땀을 흘려가며 매일같이 해내다보니 결국 얼마 전 심한 고열이 나고 팔다리가 다 저리고 편도선염과 손목까지 부어올라 병원신세를 졌습니다. 일을 쉬고 한동안 치료해야 한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도 계속 들어가는 치료비 부담과 치료하는 동안 일도 못하고 또 일자리를 잃을까봐 아픈 곳을 다 고치지도 못하고 다시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어요."   인천 가사관리사

가사관리사들의 경우 업무 특성상 관절 질환이 많고, 높은 곳을 청소하다 떨어져 다치거나, 깨진 유리에 베이는 등 업무상 재해가 빈번하다. 그러나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또한 갑작스레 실업자가 되어도 고용보험의 보장을 받을 수가 없다. 어디에도 이들이 하소연할 곳은 없다.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같은 돌봄 일을 해도 복지부의 바우처 사업, 노동부의 사회적기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비스 일자리 등은 4대보험의 보장을 받고 있는 반면 일반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보장을 못 받고 있습니다. 우리 돌봄 노동자가 법적으로 노동자로 인정하고 최소한의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제안한 돌봄노동자를 위한 법률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부천 간병사

이렇듯 정부 일자리에 참여하는 돌봄노동자는 근로기준법과 사회보험 등의 보장을 받고 있는 반면 비공식부문에 종사하는 돌봄노동자들은 아무런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동일한 돌봄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더라도 어떤 사업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법적 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제 2차 전국여성노동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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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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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운 좋게 정부나 지자체의 돌봄서비스 일자리에 참여했다 하더라도 대다수의 일자리가 한시적이거나 예산에 따라 규모가 좌우대다 보니 언제든지 실직의 위험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이지만 가계에 보탬도 되고, 사회의 손길의 닿지 않는 한부모와 저소득층 아이들을 돌볼 수 있어 좋았고 보람도 느꼈습니다. 그런데 계약이 12월말로 종료되고 이후에는 향방을 알 수가 없다고 합니다. 돌봄서비스가 없어지게 되면 한부모와 저소득층 부모들은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데가 없어 일을 다닐 수 없게 됩니다. 물론 우리들도 실업자가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 대구 보육관리사

이에 전국돌봄여성노동자대회에 함께 한 참여자들은 돌봄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노동자간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굴하지 않고, '근로기준법 적용! 산재․고용보험 적용!'을 소리 높여 외쳤다.

이 돌봄노동자들의 열망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지난해 9월 입법 발의된 '돌봄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안 즉각 통과'로 이어져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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