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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7일 오전 서울역광장 유세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07년 당시 이명박 후보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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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후보는 전과 14범이다."

이것은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예비경선 때 박근혜 캠프의 핵심인사가 처음 제기한 의혹이다. 물론 이명박 후보에게 전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과 14범'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여긴 국민이 많았다. 그때 선관위는 '이명박 후보의 공식 전과는 1건'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다수 국민이 동의하지는 않았다. 이명박 후보의 과거사에는 적지 않은 '의혹의 검댕'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명박 후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로 그의 부도덕성을 문제 삼았다. 'BBK'로 대표되는 이명박의 비리 의혹은 선거 기간 내내 그를 추적했다. 돌이켜 보자면, 이 BBK 문제의 핵심은 '이명박의 맏형 이상은씨 명의의 도곡동 땅이 과연 누구의 소유냐는 것'으로 압축되었다. 하지만 검찰은 '이상은씨가 아닌 제3자의 소유'라고 애매모호하게 발표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과연 '제3자'는 누구였을까?

이명박 후보는 대선 직전인 2007년 12월, '전 재산 사회 환원'을 약속했고 이에 따라 2009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를 제외한 대부분의 재산으로 자신의 아호를 붙인 '청계재단'을 만들었다. 다수의 국민은 환영했지만 개중에는 '그토록 주도면밀한 이명박이 논현동 사저 말고 따로 남긴 재산이 없을까?' 하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논현동에서 도곡동까지는 불과 4km, 그는 '도곡동 땅' 문제를 잘 비켜가면서 'BBK 망령'에서 탈출하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참 가까운 강남 3동, 논현동·도곡동·내곡동의 삼각관계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대통령실이 공동으로 구입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일대 저택의 입구.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위해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대통령실이 공동으로 구입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일대 저택의 입구.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위해 매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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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내곡동에 사저를 짓는다고 했다. 내곡동은 과거 도곡동이 그랬듯이 신흥 금싸라기 땅이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이 아닌 봉하마을을 선택했듯이 이 대통령에게도 논현동이 아닌 내곡동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게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써 일단락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면 재검토 조치가 목전의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서라고 해석한다. 과연 그럴까?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선거에 관심이 많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 대통령의 실질 임기는 불과 1년 남짓 남았다. 또한 안철수 돌풍이 불자 "올 것이 왔다"고 말한 그인데, 과연 박근혜가 지원하는 선거의 승리를 원한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왜 '내곡동 사저 전면 재검토'를 부리나케 결정한 것일까? 그는 불과 며칠 전인 10월 9일 내곡동 사저 부지를 돌아봤다고 한다, 그러고는 아들 명의의 부지를 자기 명의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반대 여론에도 평소의 그답게 내곡동 사저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직후 그는 미국에 가서 동포들에게, "한국은 시끄러운 나라"라고 말한다. 

그랬던 그가 귀국하자마자 갑자기, 신임해오던 경호처장의 사표를 받고 '내곡동 사저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고 나섰다. 아예 내곡동을 포기하고 논현동으로 가는 것으로 정리되는 것 같다. 이상한 일이다. 물론 이 대통령은 귀국 후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를 만났다. 하지만 평소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건의를 그렇게 즉각 수용한 적이 있던가? 이례적인 일이다.

그렇기에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전면 재검토 결정은 오히려 뭔가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내곡동 땅에 잠복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도곡동에서 8km 남쪽에 위치한 '내곡동'은 '도곡동'을 능가하는 모종의 폭발력을 잠재하고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무엇이 진짜 문제인가

 이명박 대통령 서울 논현동 자택.
 이명박 대통령 서울 논현동 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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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25일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는 대통령실이 요청한 '직전 대통령 경호시설 건립부지 매입비'를 심사했다. 대통령실은 이명박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주변 경비시설 땅값으로 200평 부지에 해당하는 예산 70억 원(2011년도분)을 요청했는데, 이 중 '추가비용 발생 시 예비비로 충당한다'는 조건 하에 30억 원이 삭감, 최종 40억 원으로 결정됐다(2012년 예산에 반영할 건축비 30억 원이 빠진 것이다).

이 액수는 김영삼 대통령 9억5000만 원, 김대중 대통령 7억 원, 노무현 대통령 2억5000만 원에 견주어 터무니없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번 내곡동 사저부지 사건의 본질이 전혀 아니다.

청와대는 지난 5월 논현동 땅을 사겠다는 명목으로 책정된 예산을 비밀리에 내곡동 땅 매입에 전용했다. 그것도 청와대 경호처 예산 42억8000만 원과 이 대통령의 아들(2002년 월드컵 당시 서울시청에서 슬리퍼 신고 히딩크와 사진을 찍은 것으로 유명한) 이시형씨의 돈 11억2000만 원을 합쳐 사저 부지와 경호지 부지를 공동으로 매입했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불법의 소지가 나타난다. 경호처는 원래 책정된 예산에서 초과된 2억8000만 원을 국회 합의대로 예비비에서 쓴 것이 아니라 경호장비 구입비를 끌어다 전용한 것이다(비밀 유지를 위해서일 것이다). 또한 이시형씨는 대학 졸업 후 취업 3년차로 2008년 신고 재산이 3656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11억2000만 원이나 되는 목돈은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 명의로 은행 대출을 받고 친척에게 차용해 마련했다고 했다. 여기에서는 편법 증여와 부동산실명제 위반의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이시형씨는 지분 배분 과정에서 54%를 가져갔다. 이것은 이시형씨의 '권력형 부당 취득'이자 경호처의 '배임'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해당 부지를 54억 원에 매입을 했는데, 경호실 부지를 42억8000만 원에 매입했다면, 그 돈으로 사저 및 경호부지 전체를 매입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한다. 그는 "이시형씨가 11억2000만 원에 매입했다고 하는데 이는 거짓말이고, 실제로 지불한 돈이 없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박 의원 말대로라면 이시형씨는 실제로 한 푼도 내지 않고 가격 조작을 통해 국가예산으로 자기 땅을 확보한 셈이 된다. 하지만 이것 역시 내곡동 사저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은 9월 30일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우리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므로 조그마한 허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자기 사저를 이런 방식으로 마련하고, 비서관과 측근들의 비리가 연일 불거지고 있는 시점에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이명박이다.

이런 대범(?)함이 있었기에 그는 BBK와 도곡동 땅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닌지 생각된다. 그리고 '조그마한 허점도 남겨서는 안 된다'는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하지만 내곡동 사저 땅에는 도곡동 땅과는 달리 적지 않은 허점이 남겨져 있다.

이번에 매입한 사저 및 경호 부지의 가격은 실제로는 80억 원 정도가 된다고 한다. 그것을 54억 원에 매입했으니 누가 보아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의 말에 따르면, 내곡동 사저 부지 내 있었던 고급 한정식집 '수양'의 건물과 대지를 매입하면서 '수양'의 건물 가격을 '0'원으로 처리한 것도 석연치 않다.

그는 "한정식집 '수양' 소유주가 올해 계속 영업하려고 하다가 돌연 이시형씨와 청와대 대통령실에 80억 원짜리 매물을 54억 원이라는 헐값에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수양'이 '2011년 서울시 자랑스러운 한국음식점'으로 지정됐다는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사건의 본질, 땅의 '진짜 주인'은 누구?

 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을 비롯한 활동가들로 구성된 '이명박 대통령 사저 부지 방문단'이 17일 낮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부지를 방문해서 '이곳은 범죄현장입니다'가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부동산 실명제 위반'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을 비롯한 활동가들로 구성된 '이명박 대통령 사저 부지 방문단'이 17일 낮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부지를 방문해서 '이곳은 범죄현장입니다'가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부동산 실명제 위반'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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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이렇게도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진 것일까? 하나의 가설로서, 이용섭 의원이 제시한 자료를 바탕으로 일련의 7개 사건을 나열해 본다.

①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은 일찍이 1979년부터 내곡동 사저 인근에 땅을 사들여 소유하고 있었다.
②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중 일부 원소유자는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시정연구개발원 박아무개 팀장이다.
③ 박아무개 팀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이던 2004년 12월과 2005년 1월, 내곡동 20-30번지(대통령 사저부지)를 매입했다.
④ 이 부지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 그린벨트에서 해제된다.
⑤ 2010년 1월 15일 박아무개씨가 유아무개씨에게 토지를 증여했다. 유아무개씨는 내곡동 사저 부지를 이시형씨와 대통령실에 매도한다.
⑥ 이용섭 의원은 박아무개씨와 통화를 했는데, 그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라 전화 하지 말라"고 말했다.
⑦ 매도인 유아무개씨는 마지막 토지 필지의 계약이 완료된 6월 15일 직후 미국으로 떠났다. 부동산 중개업자에 따르면, 유아무개씨는 '미국에 있는 딸과 살고 싶어 갔다'고 한다. 그러나 유아무개씨의 딸은 서울 소재 의과대학에 재학 중이다.

이시형씨와 대통령실에서 공동 매입한 땅의 진짜 소유자는 미국에 간 유아무개씨가 아닐 수도 있다. 이쯤 되면 이번 내곡동 사저 사건은 가히 '미스터리'라 할 만하다. 권력과 연결되는 위법적 의혹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가히 '내곡동 게이트'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임기 말 '게이트'는 정권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

하지만 이 미스터리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 돈의 행방만 추적해 보면 되기 때문이다. 이시형씨 측에서 밝히기를 거부한 친척 상환금은 안 밝혀도 좋다. 다만 김윤옥씨 명의의 은행 대출금과 대통령실에서 지불했다는 42억8000만 원이 과연 어디에 있는 누구에게 가 있는지, 또는 정말 돈이 가기는 간 것인지만 밝혀도 사건의 전모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수사가 필요하다. 마침 민주당에서는 김윤옥씨와 이시형씨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검찰에게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시간을 끌다가 기껏 해야, '유아무개씨 명의였던 땅은 유아무개씨가 아닌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 따위나 낼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럴 경우 이명박 정권은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되리라는 점 또한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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