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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2011년 <오마이뉴스> 지역투어 '시민기자 1박2일'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기존 '찾아가는 편집국' '기사 합평회' 등에 더해 '시민-상근 공동 지역뉴스 파노라마' 기획도 펼쳐집니다. 맛집, 관광지 등은 물론이고 '핫 이슈'까지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지역의 희로애락을 낱낱이 보여드립니다. 10월, 첫 번째 지역투어 현장은 대전충남충북입니다. [편집자말]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에서 바라 본 바다 건너 태안군 이원면 내리. 가로림 조력발전 댐은 바로 이 두 곳을 잇는 약 2km의 댐이 된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에서 바라 본 바다 건너 태안군 이원면 내리. 가로림 조력발전 댐은 바로 이 두 곳을 잇는 약 2km의 댐이 된다.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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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보상받아 도시로 떠나려는 형은 찬성하는 사람들 위임장 받으러 돌아다니고, 낙지어업하는 동생은 바다 막으면 먹고 살길 없어진다며 반대운동 하러 다니고... 형제가 갈라서서 이제는 제사도 같이 안 지낸다니께."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겉보기에는 여느 어촌과 똑같이 평화롭고 한가롭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이 흐른다.

이 마을은 지역 최대 쟁점인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 사업의 동쪽 시발점이 되는 곳이다. 조력발전소 건설이 확정되면, 이곳부터 바다 건너 보이는 태안군 이원면 내리까지 약 2km를 댐으로 막는다.

조용하던 이 마을에 조력발전소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3월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서부발전이 가로림만 조력발전소를 연안관리계획에 반영해줄 것을 해양수산부에 제출하면서부터다.

환경재앙을 우려한 지역 환경단체들은 반대운동에 돌입했고, 서산과 태안 어촌계 주민들도 생계터전을 잃지 않으려고 가로림만조력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건설계획이 구체화되자, 찬성하는 주민들도 그들 나름의 '유치위원회'를 만들었다.

반대투쟁위원회는 반대 서명운동을 하고 유치위원회는 조기추진 청원서에 서명을 받으러다녔다. 조력발전소 주민설명회는 지역주민들의 집단반발로 수차례 무산됐으며, 서부발전이 찬성하는 주민들만 데리고 프랑스 랑스 조력발전소를 공짜로 견학시켰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이 5년여 지나다 보니, 찬성 혹은 반대하는 주민들간에 갈등과 반목이 커지면서 오지리는 더이상 과거의 평온한 시골마을이 아니다. 친형제 간에도 찬반 입장이 갈려 의가 상하는가 하면, 형님아우 하며 같이 일하던 동네 사람들도 찬반에 따라 어느 순간부터 얼굴 보면 고개를 돌려버린다.

찬성하는 전임 어촌계장과 반대하는 새 계장이 서로 상대편을 고소고발하는가 하면, 상대편의 사소한 잘못도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찬성 주민] "어업은 이제 끝나... 보상받아 여생 편히 살아야지"

가로림만 조력발전 댐 건설예정지인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벌말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댐 건설에 찬성한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로림만 조력발전 댐 건설예정지인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벌말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댐 건설에 찬성한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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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가 인구의 91%가 가로림만에 생계를 의존하는 서산 지역은 상대적으로 태안쪽에 비해서 반대 여론이 높은 곳. 그렇지만 특이하게도 조력발전소 댐의 동쪽 시작점인 선착장 근처에 위치한 오지리 벌말의 주민 30여 가구는 대부분 조력발전소를 찬성하고 있다.

마을 입구 컨테이너 박스에 붙어있는 '우리들도 관광어촌으로 변모하여, 남들처럼 잘 살아보자'는 펼침막은 '보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주민들의 심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봄엔 주꾸미 잡고 가을엔 꽃게 잡아서 먹고 살았지. 예전엔 괜찮았는데 지금은 거의 잡히지 않아. 이제 나이 70 넘어서 배 가지고 나가기도 힘들고 한데 뭐 먹고 살 것이 있나. 그냥 보상이나 해 주면 나가야지."

벌말 주민 김아무개(73)씨는 평생 가로림만에서 어선업을 해왔다. 예전엔 물 반 고기 반까지는 안 돼도 고기가 '엄청나게' 많이 잡히던 호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난 1980년대 말 인근 독곶리에 대산공단이 들어오고 90년대 중반 태안 원북면에 태안화력발전소가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공단에서 뿜어나오는 독한 연기와 화학물질 냄새 등 공해 탓에 고기잡이 벌이가 예전만 못해진 것이다.

같은 마을에서 30년 넘게 배를 타며, 일이 없을 땐 낚시꾼들을 상대로 작은 식당을 해온 박아무개(71, 여)씨도 이제 이곳에서 어업은 끝났다고 말한다. 특히 "4년 전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유출 사건이 터지고 난 뒤로는 아예 큰 고기는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즘엔 꽃게를 잡아서 먹고 사는데, 인근에서는 나오지 않으니까 2시간씩 멀리 배타고 나가서 잡는 실정이라는 것.

박씨는 "댐을 막아서 이곳이 관광지가 되면 가게들도 장사가 돼 좀 먹고 살만 하지 않겠냐"며 "공사 다 끝나면 고깃배 일하는 우리 아들도 더 고생하지 말고 발전소에 취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대 주민] "바다는 생명줄... 절대 막도록 놔둘 수 없다"

가로림 조력발전 댐 건설을 반대하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마을 주민들이 댐 건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가로림만 곳곳에 부착해 놓았다.
 가로림 조력발전 댐 건설을 반대하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마을 주민들이 댐 건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가로림만 곳곳에 부착해 놓았다.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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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70 먹은 노인네들도 한달이면 60~100만 원씩 버는데 어디 가서 그렇게 받겠느냐고? 또 낙지만 해도 1년 3000만 원씩 벌고, 어떤 사람은 5000만 원도 버는데, 그거 어떻게 다 보상해 주겠나? (발전소 해봐야) 전기도 얼마 나오지도 않더만. 그래 그거 하려고 그 많은 사람들 다 그렇게 만드나? 그게 뭐하는 짓이냐고..."

가로림만 내 웅도에서 생산되는 낙지를 실어와 대산읍내에서 낙지 식당을 운영하는 김아무개(55)씨는 "바다를 막으면 낙지나 바지락 양식장은 물에 다 잠기게 돼 섬 전체 주민들의 생계가 다 없어져 버린다"며 "(조력발전소 건설을)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력발전을 위해 댐을 세우면 간조시 최대 2.85m 물이 덜 나간다. 그만큼 갯벌이 물이 잠긴다는 것이다.

30년간 염전 일을 해온 오지리 노인회장 장기중(71)씨는 "댐이 막히면 담수호가 돼서 수문 근처만 조금 짜지 나머지는 맹탕이 된다"며 "바다는 자연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보상을 노려 조력발전소에 찬성하는 사람들에 대해 "내가 강원도에서 조금 살아봤는데, 거기도 개발이 돼서 주민들이 보상 좀 받아서 나가더니 결국은 다시 돌아와 그곳 펜션 뒷구석에서 판자집 짓고 살더라"며 "개발하면 발전이 될 거라 하지만, 지역주민들에게는 오는 것은 소득이 아니라 피해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이어 "늙어서 일 못하니까 그냥 편하게 살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대대로 이곳에서 살아야 하는 후손들도 생각해야지 그래서야 쓰냐"며 "자연 그대로 사는 게 행복이라는 사실을 얼른 깨우치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박정섭(53)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정부는 조력발전소 건립을 기어이 밀어붙일 것으로 보이지만 우린 80%가 넘는 반대 주민들과 함께 생존을 위해 최후까지 막아설 수밖에 없다"고 다짐했다.

그는 "(시행자측은) 주민들에게 보상을 많이 주겠다고 사탕발림하지만, 막상 공식적인 자리에 가서는 법과 원칙을 내세워 근거를 제출하지 못하면 보상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주민들이 유혹에 넘어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또 대산공단 입주 때의 예를 들며 "완공되면 주민들 일부가 발전소에 취업하더라도 기술을 감당 못하며 스스로 못견디고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력발전소 안이 통과된다면 곧바로 무효가처분소송을 낼 것이라며, "그땐 제주 강정마을은 물론이고 과거 안면도 사태와 맞먹는 폭동이 일어나 서산 시내는 온통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행사측] "이후에도 지금같이 어업을 지속할 수 있다"

현재 환경영향평가서를 지식경제부에 내놓고 보완작업중인 서부발전 측은 인허가 작업이 끝나면 내년 초에 공사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말까지 어업피해조사를 끝내고 감정평가를 통해서 보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재밌는 것은, 반대투쟁위원회가 반대 주민을 80%로 추산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로 서부발전측도 찬성 주민을 80%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발전소 건설 이후에도 지금과 동일하게 어업을 계속 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주민들은 시각이 고정돼 있어 아무리 설명을 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답답해 했다. 그는 "주민 고용 문제를 포함, 발전소 건설로 주민들이 최대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껏 높아진 주민들의 기대 수준은 이미 정부나 시행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벌말에서 만난 한 찬성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정부나 시행사가) 평생 먹고 살 거 줘야지. 우리네 죽기 생전에 먹고 살 거 줘야 나갈 거 아냐. 쬐끔 주면 어떻게 나가. 늙은이들이 돈 더 들어가. 병원 다니고 어쩌구, 약도 먹어야 하잖아. 우리도 지금은 이렇게 하지만 보상 쬐끔 해주면 그 땐 얘기가 다르지, 가만 있나? 안 그려 기자 양반? 여기 찬성하는 주민들도 생각보다 (보상이) 적으면 그때 가선 소리가 높을 거라구."

현재 서부발전 측이 예상하고 있는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 예산은 1조 22억 원이며, 그 중 보상비는 약 800억 원이 책정되어 있다.


태그:#가로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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