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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 15일 오후 8시 37분]
'아이돌' 박원순, '인증샷' 요청 쇄도에 행복한 비명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가 15일 오후 강남역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함께 '인증샷'을 찍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가 15일 오후 강남역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함께 '인증샷'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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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아이돌'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15일 오후 강남역 지하상가를 얼마 걷지도 못한 채 걸음을 멈춰 섰다.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한동안 '인증샷'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인 요청도 이어졌다. 후보의 수행원들도 시민들이 내미는 핸드폰을 받아 사진을 촬영하느라 진땀을 뺐다.

대다수가 젊은이들이었다. 데이트를 나온 연인, 법학책을 꼭 껴안은 여대생이 박 후보와 한 전 총리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중년의 부부나 30대 직장인들도 물론 빠지지 않았다.

박 후보는 "제가 강남에서 이렇게 인기가 좋을지 몰랐다"며 "꼭 투표하셔서 좋은 서울 만들자"고 호소했다. 한 전 총리도 "이번에 (투표장에) 사람들 많이 데리고 오세요"라고 보탰다. 일부 시민들은 박 후보와의 인증샷 놀이에 푹 빠진 바람에 한 전 총리를 뒤편으로 밀어내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웃으며 괜찮다고 손을 내저었다. 그는 외려 시민들의 이런 반응에 반가움을 표했다. 한 전 총리는 "강남에서의 박 후보 인기에 깜짝 놀랐다"며 "이런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너무 신선하지 않냐"고 감탄했다.

박 후보는 "기존의 선거유세처럼 상인들에게 인사하지 않아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영업을 방해하는 것 같다, 늘 조심스럽다"며 "딴 데 가지 말고 이렇게 지하철 역사 안에만 있어도 몇 만 표는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강남이라고 한나라당이 유리하고 강북이라고 야당이 유리한 것 아냐"

시민들은 그에게 "힘내시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일부러 박 후보를 찾아온 이도 있었다. 주민 조철순(54)씨는 "포이동 266번지를 꼭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31년 전 도시 빈민들을 강제로 이주시켜 형성된 강남구의 판자촌 포이동 266번지 주민이었다. 포이동 266번지는 지난 6월 화재로 인한 소실 이후 끊임없이 철거와 용역 폭력 아래 시달리고 있다. 조씨는 "화재 이후 강남구청장이 계속 (판자촌을) 철거하려고 한다"며 "강제 이주당한 우리에게 1~2억 원 단위의 변상금까지 물리려는 지금, 이 문제는 절박한 생존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자신을 이북5도민이라고 밝힌 할아버지는 오는 16일 개최되는 이북도민 체육대회에 박 후보가 와서 인사해줬음 좋겠다고 권유했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층으로 생각됐던 이북도민이 민주진보진영 후보에게 손을 내민 순간이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강남이라고 한나라당이 유리하고 강북이라고 야당이 유리한 건 아니라 생각한다"며 "강·남북과 관계없이 세상의 변화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강남역 유세를 수행한 김성욱 민주당 강남갑 지역위원장은 "박 후보는 강남의 젊은 층을 위주로 지지세가 높다"며 이에 동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가 15일 오후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와 서울메트로 노사한마음 체육대회를 방문해 "저와 노 전 대표가 많이 닮았는데 누가 더 잘생겼나"라고 묻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가 15일 오후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와 서울메트로 노사한마음 체육대회를 방문해 "저와 노 전 대표가 많이 닮았는데 누가 더 잘생겼나"라고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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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는 강남역에 앞서 방문한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서울메트로 노사한마음 체육대회'에서도 격한 애정을 받았다.

폭우를 피하기 위해 마련된 천막 안으로 들어선 그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이 계속 들어왔다. 한 걸음 옮기려면 사람들이 먹거리 권유를 한 차례 이상 거절해야 했다. 박 후보와 동행한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는 그보다 한발짝 먼저 앞서 가 "박원순 야권단일후보가 왔다"고 알렸다. 자연스레 "박원순"이라는 연호가 나오도록 유도했다. 노 전 대표는 이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원순을 환호하는 열기가 뜨겁다"며 "서울시의 지하(地下)는 이미 박원순으로 통일됐다"고 유세 소감을 밝혔다.

서울메트로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전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왔는데 분위기가 이렇지 않았다"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나 후보가 왔을 땐 개회식 중이라 분위기가 그리 좋지 않았다"며 "박 후보가 시간을 적절하게 택해서 온 것 같다"고 평했다.

박 후보는 시민과의 만남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서울에 대한 약속'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전 최규엽 민노당 새세상연구소장과 함께 한 서울시 투자기관 노조 간담회에서 "아주 특별한 시장이 아니라 상식을 갖추고 기본이 바로 선, 합리적인 시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무엇보다 그는 "여러분들이 공무원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서울시장과 여러분이 팀워크를 갖춰야 성취도 있지 않겠나, 최규엽 소장과도 합의했듯 노정위원회를 설치해 일상적으로 현안에 대해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분신' 자처한 야권인사들...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한편, 야권은 이날 박원순의 '분신'을 자처하며 서울 곳곳에서 지원 유세를 진행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강남 지역을 훑는 박 후보를 대신해 강북 지역을 돌았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우이동 북한산 입구에서 지원 유세를 시작, 강북구 수유1동 시장과 방천시장에서 유세를 진행하며 박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박 후보가 한 전 총리와 함께 강남역에서 시민들을 만나는 동안, 노원구 롯데백화점 사거리에서는 노회찬 전 대표와 정봉주·우원식 전 민주당 의원의 지원유세가 열렸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박 후보와 관악산 등산로 입구 앞 유세를 마치고 곧바로 신림역 인근에서 민노당 당원들과 함께 박 후보 지원 유세를 벌였다. '멘토단'의 일원인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박원순과 함께 하는 이야기 콘서트'에 출연해,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해 "사무실에 들어갈 시간도 없어서 어디서 누가 (유세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며 "이게 바로 노마드(유목민) 선거"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은 조직에서 (유세 전략을) 짜고 실현하는 것이지만 다국적군인 우리는 누군가 통제하거나 조직하지도 않고 각자 어디에선가 뭔가를 하고 있다"며 "한 번 비교해보시면 금방 아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하철 탄 박원순과 한명숙 "여론조사가 못 잡아내는 시민들의 열망 느낀다"
박원순 후보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지하철에 올라타자 사람들이 술렁였다. 일부 시민들은 핸드폰을 꺼내 두 사람의 모습을 촬영했다. 복잡한 객실을 염려한 박 후보와 한 전 총리는 무리하게 인사를 건네기보단 시선이 닿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거나, 인사를 나눴다. 이들은 비가 내려 혼잡한 교통상황을 고려해, 다음 유세장인 독산동 남문시장까지 지하철과 택시로 이동하기로 했다. 박 후보와 한 전 총리는 시민들과 간단하게 대화를 나누거나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며 21분 간 지하철로 이동했다.

박 후보와 한 전 총리는 강남역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환호에 상당히 고무돼 있었다. 박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자신을 근소하나마 앞서기 시작했는데 좀 더 후보의 '인맥'을 이용해야 하지 않냐는 지적에 "최선은 물론 다 해야 하지만 역사의 물결이 자연스럽게 굽이쳐 가는 느낌"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현장에서 보셨겠지만 여론조사와 달리, 사람들이 다가오는 호의가 느껴진다"며 "변화에 대한 갈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도 "제가 1년 2~3개월 전에 출마했던 사람"이라며 박 후보를 거들었다. 그는 "그 때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제가 20%p 정도 졌지만 시내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보면 엄청난, 밑으로부터의 열광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그런 것은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그 때로 따지면 박 후보가 지금 20%p 이기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이어, "국민들이 너무 절박하고 위기의식이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을 곳까지 올라갔다"며 "만약 아무 것도 안 된다고 체념하고 있는 상태라면 다르겠지만 지금은 조금만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는 선까지 왔기 때문에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서도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박 후보는 "아까 여기서 대화하신 분이 '언론에서 비춰진 제 이미지는 조금 극단적인 것이 있다'고 하시더라"며 "몇몇 언론들이 제목을 좀 그렇게 특별하게 달지 않나"라고 씁쓸해했다.

그는 이어, "저를 만나보고 얘기해보면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라는 걸 아실 것"이라며 "제가 무슨 극단적 그런 일을 해온 것도 아니고 저만큼 통합과 소통의 이미지를 가진 사람도 우리 사회에 잘 없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또 "문제는 그렇게 낙인찍고 규정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저는 모든 것을 상식과 합리에 기초해서 판단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을 극단적으로 해석하고 흑백논리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1신 : 15일 오전 11시 39분]
박원순 "내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김희철 민주당 의원, 유기홍 전 민주당 의원과 함께 '기호 10번'을 알리는 퍼포먼스 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김희철 민주당 의원, 유기홍 전 민주당 의원과 함께 '기호 10번'을 알리는 퍼포먼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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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에 '무지개'가 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15일 오전 서울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서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이 뭉친 것이다. 

내년 총선 관악을 출마를 앞두고 경쟁 중인 김희철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노당 대표가 한 자리에서 박 후보와 함께 양 손을 펼쳐 기호 10번을 알렸다. 유기홍 전 민주당 의원(관악갑 지역위원장)과 윤지민 국민참여당 관악 지역위원장도 함께 했다.

연두색 스카프를 목에 두른 민주당 자원봉사자들과 민노당·참여당 점퍼를 입은 이들이 함께 어우러졌다. 민노당 선거운동원들이 만든 "삽질은 좋아, 복지는 좋아, 원순씨도 좋아" 구호가 경쾌하게 울려퍼졌다.

"대변인이 토해내는 거친 말로 후보를 평가할 수는 없다"

박 후보는 이날 김 의원과 이 대표와 함께 관악산 등산로 초입까지 올라가 시민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박 후보는 시민들에게 "등산 좋아하시냐", "안녕하세요, 박원순입니다" 인사를 건넸다.

김 의원과 유 전 의원은 관악구의 민원 등을 박 후보에게 조곤조곤 설명해나갔다. 사흘 연속 박 후보와 함께 유세를 다닌 이 대표는 먼저 시민들에게 다가가 박 후보와의 악수를 권했다. "시민이 만든 야권단일후보입니다"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시민이 만들어낸 단일후보가 폭발력을 발휘하는 것을 거리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와 손을 맞잡은 이들은 "꼭 승리하십시오", "성공하세요", "존경합니다", "화이팅 하세요"라고 힘차게 격려했다. 한 시민은 "박 후보가 시청에 '시민이 바라는 것'을 가져가고 싶다고 한 얘기를 TV에서 봤다"며 "시민들의 마음을 잘 알고 계시니깐 시장 일도 잘 하시리라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박 후보는 등산길에서 노인학대예방 캠페인을 진행 중인 서울시남부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봉사자들에겐 직접 다가가 "동지들을 여기서 본다"며 "정말 좋은 일을 하신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관악산 입구 매표소를 리모델링한 '관악산 시(詩) 도서관'에 들렀다가 '운명'을 발견하기도 했다. 명사들이 기증한 도서 목록 가운데 박 후보가 기증한 저서 <올리버는 어떻게 세상을 요리할까>가 열번째 목록인 것을 발견한 것. 박 후보는 "영국의 사회적 기업에 관해서 쓴 책"이라며 "10번째로 기증된 것 일부러 한 게 아니죠, 이건 뭔가 운명이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야3당 합동유세에 대해 "무지개 연합이다, 서로 당이 다른데도 당리당략에 관계없이 함께 하는 모습은 한나라당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일"이라며 "이것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통합과 변화의 상징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의 백두대간 종주 경험을 얘기하며 "산의 기운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 사회와 시대에 봉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인자(仁者)가 요산(樂山)이라고 하지 않던가, 산이 정치인으로 거듭나게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로 자신의 지지율이 주춤하는 것에 대해선 "현장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시민들은 저에게 직접 다가오셔서 격려해주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후보는 "대변인이 토해내는 거친 말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사람의 갈망과 삶 속의 요구를 현장에서 받아 안고 고민해야 새로운 정치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관악산 등산길 유세를 시작으로, 주말 민심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무지개 유세'도 계속될 예정이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1시 본선 진출을 놓고 겨뤘던 최규엽 민노당 새세상연구소장와 함께 서울시 투자기관 노동조합 간담회를 진행하고,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와 함께 서울메트로 노사한마음 체육대회에 방문한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는 이날 오후 강남역에서 거리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야권단일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잠실 교통회관에서 서울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주최 '택시요금 인상 등 조합 현안 해결을 위한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야권단일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잠실 교통회관에서 서울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주최 '택시요금 인상 등 조합 현안 해결을 위한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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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야권단일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잠실 교통회관에서 서울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주최로 열린 '택시요금 인상 등 조합 현안 해결을 위한 궐기대회'에서 택시업계 현안에 대한 참가자의 이야기를 들은 뒤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야권단일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잠실 교통회관에서 서울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주최로 열린 '택시요금 인상 등 조합 현안 해결을 위한 궐기대회'에서 택시업계 현안에 대한 참가자의 이야기를 들은 뒤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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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원순, #서울시장 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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