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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왼쪽)와 아이폰 3GS 비교 모습(오른쪽은 옆 모습)
 갤럭시S(왼쪽)와 아이폰 3GS 비교 모습(오른쪽은 옆 모습)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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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국가는 빠른데 여기는 왜 이리 오래 걸리죠?"

다음 변론기일을 놓고 삼성전자와 애플코리아 대리인들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참다못한 강영수 부장판사가 한마디 내뱉었다. 이에 삼성쪽 변호사가 "네덜란드는 특허 10건을 한 달 만에 끝냈다"고 거들자 강 판사는 "그건 가처분신청이고 본안 소송은 다르다"고 일침을 놨다. 외국 법원에서 삼성 제품 판매금지 결정이 잇따르는 가운데 삼성의 조급함이 잘 드러난 장면이었다.

"애플이 삼성 특허 침해" vs. "표준기술에 한 줄 보태놓고..."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1부 352호 법정은 지난 4월부터 전 세계에 결처 진행되는 삼성-애플간 특허 소송의 축소판이었다. 지금까지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갤럭시S, 갤럭시탭10.1 등 판매금지를 이끌어냈지만 이날은 공수가 뒤바뀌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4월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자사 통신기술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삼성 '이번엔 우리 공격'... 애플 특허 침해 제소).

앞서 두 차례 변론준비기일에서 전의를 다진 삼성쪽 권영모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이날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사용한 인텔 모뎀칩에 삼성 '234특허' 기술이 들어갔다고 애플의 특허 침해를 주장했다. 반면 애플쪽 장덕순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해당 특허 자체가 무효이고 모뎀칩에 삼성 특허 기술이 들어가지도 않았다고 맞섰다.

이날 변론기일은 사실상 기술 설명회에 가까웠다. 양쪽 변호사는 프로젝트 영상을 통해 이날 쟁점이 된 '234특허' 개요부터 삼성 특허 유효성과 애플의 특허 침해 여부에 대해 2시간 30분에 걸쳐 논쟁을 벌였다.   

삼성이 갖고 있는 '234특허'는 3G 무선 통신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때 음성을 디지털신호로 바꿔 오류 문제를 해결하는 채널부호화 기술의 일부로, 범용이동통신시스템(UMTS) 표준기술로 사용되고 있다.

애플 쪽은 이와 유사한 노텔 특허 등과 비교한 뒤 "234특허는 NTT도코모가 제안한 표준 기술에 한 줄 추가한 것에 불과하고 이미 통신업계에서 널리 알려졌던 문제"라고 가치를 깎아내린 뒤 "진보성과 신규성이 없어 특허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애플 아이패드(왼쪽)와 삼성 갤럭시탭10.1
 애플 아이패드(왼쪽)와 삼성 갤럭시탭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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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탭 판금'에 수세 몰린 삼성 "바쁜데 한꺼번에 하자!"

이에 삼성 쪽은 "NTT가 제안한 UMTS 표준 기술이 고려하지 못한 일부 오류까지 보완해 특허로 인정받았다"면서 "애플 쪽에선 234특허가 적용되는 상황이 전체에서 1.2%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3G 고속 데이터 전송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맞섰다.

또 "234특허가 들어간 표준 기술이 통신망을 사용하는 단말기에 반드시 구현돼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피고 단말기에 234 특허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애플의 특허 침해를 주장했다.   

반면 애플쪽은 "모뎀칩 제작업체(인텔에 인수된 인피니언) 기술자에게 확인한 결과 234 특허와 별도 설계된 알고리즘을 사용했기 때문에 특허 침해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아울러 애플은 다음 공판에서 '프랜드(FRAND)' 문제도 같이 심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프랜드란 기술 표준 특허의 경우 특허 없이 일단 제품을 만든 뒤 적정한 특허 사용료를 특허권자에게 주면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앞서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에서 삼성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도 애플은 삼성 기술이 표준 특허에 해당하기 때문에 '프랜드' 조건에 해당된다고 주장했지만 국내 법원에서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재판부도 애플쪽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삼성은 프랜즈 문제와 관련해선 기업 비밀이 포함될 수 있다며 비공개 재판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음 공판 일정을 놓고 삼성쪽은 "가처분 신청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특허 한 건씩 따로따로 하다보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한 달 뒤 남은 통신표준 특허 3건과 기능 관련 1건을 한꺼번에 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급할 게 없는 애플은 서면 답변 준비와 공판 진행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두 달 뒤에 열자고 맞섰다.

결국 재판부는 이를 절충해 다음 변론기일을 두 달 뒤인 오는 12월 9일로 잡되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집중심리해 나머지 특허와 프랜즈 문제를 한꺼번에 다루기로 했다. 

디자인 특허에선 애플 압승... 통신기술 특허로 반전?

마침 이날 밤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 결정을 할 예정이어서 국내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스마트폰 사용자환경(UI)이나 디자인 특허와 달리 통신 기술 관련 특허는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유리한 영역이어서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금까지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스마트폰과 태블릿 특허 침해 소송에선 모두 애플이 승리했다. 호주 연방법원 역시 13일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며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방법원에서 13일(현지시각) 열린 재판에선 양쪽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판매금지 가처분 판결을 하루 연기한 상태다.

다음달 25일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애플이 지난 6월 삼성을 상대로 낸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한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태그:#삼성전자, #애플, #아이폰, #갤럭시탭, #아이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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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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