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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은 휴대폰 뿐 아니라 세계 IT 시장 판도를 뒤바꿨다. 사진은 2010년에 아이폰4를 소개하는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
 아이폰은 휴대폰 뿐 아니라 세계 IT 시장 판도를 뒤바꿨다. 사진은 2010년에 아이폰4를 소개하는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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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터틀넥 티셔츠에 물 빠진 청바지. '잡스 스타일'로 각인된 스티브 잡스 특유의 자유분방한 옷차림이다. 이런 옷차림으로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던 스티브 잡스 특유의 키노트도 이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애플 공동 창업자이자 전 CEO인 스티브 잡스 사망 소식이 전해진 6일 IT 업계뿐 아니라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의 애도 성명이 잇따랐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잡스의 조언을 받으며 성장해 이젠 애플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한 구글과 페이스북 창업자들의 조문이다.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이 처음 출범했을 때부터 래리와 내가 비전과 지도력에 대한 영감을 찾아 헤맬 때 쿠퍼티노(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애플 본사 소재지) 이상을 볼 필요가 없었다"며 "스티브, 당신의 완벽을 향한 열정은 애플 제품을 만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구글 CEO인 래리 페이지 역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에 초점을 맞추는 그의 능력은 내게 언제나 영감을 줬다"면서 "그는 내가 구글 CEO가 됐을 때 축하해 줬고 몸이 좋지 않을 때도 조언과 지식 전달에 시간을 보냈다"고 추모했다.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주커버그 역시 "스티브, 멘토와 친구가 돼 줘서 고맙고 당신이 만든 것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도 고맙다"며 "당신이 그리울 것"이라고 애도했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 꿈꿨던 CEO들도 애도

이처럼 스티브 잡스의 영향을 받은 건 실리콘밸리 창업가들만이 아니었다. 지금 국내 IT 업계를 이끌고 있는 30, 40대 젊은 프로그래머들 역시 소싯적 애플2 컴퓨터로 꿈을 키웠다. 90년대 벤처붐 당시 IT 기업 창업가들은 하나 같이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았다. 소프트웨어 벤처 1세대인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 역시 "나를 꿈꾸기 시작하게 했던 시대의 풍운아"라고 스티브 잡스를 기렸다.

IT 기업인뿐 아니다. '트위터 스타'로 잘 알려진 박용만 (주)두산 회장 역시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1980년경 미국서 살 때 애플2 컴퓨터가 너무도 신기해서 당시 몇 군데 스토어를 돌며 데모 기계를 만지작대다가 처음으로 48KB에 플로피디스크 외장드라이브와 함께 애플 II 컴퓨터를 샀다"면서 "그때는 정말 그것만으로도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고 애플컴퓨터를 회고했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는 "한 시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스티브 잡스의 명복을 빈다"면서 "PC 산업의 개척, 최대 디지털 음악 시장, #1 MP3 플레이어,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폰 시장, 태블릿 시장 개척 등 선구자로서 한 일이 아주 많다, 스티브 잡스의 비전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애플-구글-MS간 삼국지를 다룬 <거의 모든 IT의 역사>를 쓴 정지훈 관동의대 IT융합연구소장은 "스티브 잡스는 국방, 금융 등 몇몇 산업이나 특별한 전문가들이나 쓰던 컴퓨터를 평범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고 전화기를 단순 통신 용도가 아닌 일상을 편리하게 만드는 스마트폰으로 탈바꿈시켰다"면서 "그는 평생 수많은 기술적 진보를 일반인 누구나 쓰게 하는 일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6일 스티브 잡스 추모 로고로 바꾼 파란 홈페이지
 6일 스티브 잡스 추모 로고로 바꾼 파란 홈페이지

아이폰-아이패드 등장, 한국 IT 패러다임 바꿔  

스티브 잡스의 세계적 명성과 달리 한국에서 매킨토시를 비롯한 애플 제품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90년대 IBM PC와 마이크로소프트 연합 전선에 가려 고전하던 애플과 스티브 잡스는 2000년대 들어 아이팟, 아이폰 등을 발표하며 거듭났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소수 마니아나 디자이너들의 전유물이었다.

2009년 말 애플 아이폰 3Gs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려졌다. 그동안 차단돼온 와이파이(무선랜) 수신 기능이 들어간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무선 인터넷 시대를 열었고 MS 인터넷 익스플로러 독점 체제의 산물인 액티브엑스, 공인인증서 등도 퇴출 위기를 맞았다. 무엇보다 애플 앱 스토어를 통한 개발자 상생 시스템은 제2의 소프트웨어 창업 붐을 일으켰다.

짧은 인연이 더 아쉬운 탓일까? 스티브 잡스가 공식 방한한 적도 애플 직영스토어조차 없는 한국이지만 추모 열기는 세계 어느 곳보다 뜨겁다. 바로 전날까지 아이폰 4S 발표에 큰 실망감을 나타내던 누리꾼들의 애도가 잇따르고 있고 포털 파란은 아예 스티브 잡스 얼굴과 'Stay hungry, stay foolish(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는 명언을 담은 추모 로고를 달았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인 고윤환 캘커타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스티브 잡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열정을 불어넣어준 전도사, 별 볼 일 없는 깡통에 영혼을 불어넣어주는 디지털의 마법사, 사과 마크에 모든 사람들이 열광하게 만든 열정쟁이"라며 "아이폰, 아이패드 덕분에 내 삶의 커다란 전환을 하게 해준 그를 영영 볼 수 없다니 아쉽다"고 애도했다.       

"기술만으로 충분치 않다"... 한국 IT에 던진 화두는? 

애플의 아이패드2가 국내 출시된 지난 4월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사옥 올레스퀘어에서 KT관계자들이 휴대전화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애플의 아이패드2가 국내 출시된 지난 4월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사옥 올레스퀘어에서 KT관계자들이 휴대전화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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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스티브 잡스 이후다. 팀 쿡 애플 CEO가 "애플은 선지자이자 창의적인 천재를 잃었고 세계는 놀라운 인간 하나를 잃었다"고 밝혔듯 애플뿐 아니라 세계 IT업계도 큰 구심점을 잃었다.

정지훈 소장은 "지난 5일 애플 아이폰4S 발표에선 스티브 잡스 때처럼 혁신성이 보이지 않았다"면서 "새로운 것을 과감하게 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옛날 기업들처럼 안전하고 시장 중심의 선택을 한 것 같아 오늘 스티브 잡스 죽음과 확실히 대비가 됐다"고 팀 쿡 체제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만 정 소장은 "앞으로 스티브 잡스를 이은 새로운 스타들이 나올 것"이라면서 "최근 '킨들 화이어'를 발표한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에게서 스티브 잡스의 모습이 보였고 구글과 페이스북도 있다, 우리도 많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스티브 잡스는 지난 3월 2일 아이패드2 공개 행사에서 한 마지막 키노트 연설에서 "기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게 애플의 DNA"라면서 "포스트 PC는 기술과 인문학을 융합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는 하드웨어와 네트워크 분야에서 세계적 IT강국이면서도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여전히 열세인 한국 IT 산업에 던진 화두다. 

정지훈 소장은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의 영향을 받았고 한국 기업들도 애플을 모방하려 노력한 덕에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었다"면서도 "앞으로 새 제품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IT 영역과 새로운 산업의 융합이란 판도 변화를 잘 읽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태그:#스티브 잡스, #애플, #아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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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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