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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성과 흥미성', 매스컴 사전에서 말하는 뉴스가치(News value)를 구성하는 요소입니다. 독자들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와 어느만큼 흥미를 느끼냐에 따라 뉴스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이고, 이 모든 특징을 가진 현안이라면 보다 큰 뉴스가 될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어떤 독자를 중심에 두느냐에 따라 중요성과 흥미성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주요 독자가 국민 5%에 해당하는 힘 있는 권력층 또는 언론사 주요 광고주일 경우와 정직하게 세금내고 법대로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일 경우 뉴스의 방향이 달라지겠죠.

지역언론에서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사이버공간에서는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 아래 두 지 뉴스, 지역언론 데스크에서는 어떤 독자에 무게중심을 둔 것일까요?

영화 <도가니>, 정작 청각장애인은 못 본다 

9월 말에 개봉한 영화 <도가니>가 매일매일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관객수, 경찰의 재수사 천명, 복지부 장애인시설 인권침해 조사를 비롯해 여야가 입을 모아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하자고 주장합니다.

넘쳐나는 <도가니> 뉴스 속에서 다수 언론이 외면한 사안이 있습니다.

한국경제 2011년 9월 30일 28면
 한국경제 2011년 9월 30일 28면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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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반대했던 한나라당. 2007년 17대 국회에서 참여정부가 사회복지법인 이사회의 폐쇄적인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공익이사 선임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었죠. 이때 반대했던 한나라당 의원들 대다수가 아직도 국회의원으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입니다.

국민일보 2011년 9월 30일 6면
 국민일보 2011년 9월 30일 6면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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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정작 청각장애인들이 <도가니>를 제대로 보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30일 한국농아인협회는 <영화 '도가니'에 대한 한글자막 확대 상영요청>이라는 논평을 발표합니다. 이들은 "청각장애인들은 영화 '도가니' 관람에서 소외받고 있다"며 "'도가니'는 현재 전국 10여개 스크린에서 매일 1회 내지 2회만 한글자막이 제공되어 정작 영화 '도가니'를 보고 싶은 청각장애인들이 영화를 볼 수 없다"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도가니'공식 카페에는 <'도가니'한글자막 상영관(추가확대)>메뉴가 개설되어 있고,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2007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반대했던 한나라당 의원이 누구인지, 그들이 왜 입장을 바꾸었는지 궁금하고, 청각장애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자막 상영관 정보가 절실합니다. 하지만 이 두 현안에 언론은 주목하지 않습니다.

박근혜 의원 온다고, 공무원 동원한 경주 부시장

이것 만이 아닙니다. 유사사례가 또 있습니다.

9월 28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노총은 우병윤 경주시 부시장(이하 우 부시장)을 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합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경주 방문 당시 시 공무원들을 동원한 것과 관련해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 시민과 약속한 대로 고발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 경주포커스 김종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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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9월 3일, 박근혜 전 대표가 경주엑스포를 방문할 당시 우 부시장이 시청 산하 전 공무원에게 행사참여 지시를 내린 것입니다. 이를 보도한 경주포커스 기사에 따르면 "우 부시장은 시청 시정새마을과(옛 총무과) 직원을 통해 전 공무원들에게 행사장 집결을 지시"했고, "경주시 시정새마을과의 A씨(7급)는 이날 오후 2시 16분 경주시 산하 1400여 명의 공무원들에게 '부시장 긴급 지시사항'이라며 "엑스포 백결공연장으로 15시 20분까지 집결"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일제히 발송했다는 것입니다.

야당 및 민주노총의 주장은 이 행위가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정치운동 금지' 조항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요. 

우 부시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엑스포 측에서 바람이 많이 불고 사람이 적어 박 전 대표를 초청해놓고 체면이 말이 아니라며 협조를 요청해 왔다"며 "외부 인사가 오기 때문에 엑스포 홍보를 위해 한 것이지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사안을 바라보는 언론의 모습입니다. 9월 3일 대부분 언론은 차기 대선후보의 경주 방문을 대서특필했을 뿐, 우 부시장의 부적절한 행위 및 이에 항의하는 지역사회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했었습니다.

대선 후보의 지역방문에 지방자치단체 고위간부가 '공무원 동원령'을 내린 사안을 어떤 기준에서 외면한 것일까요? 이 뉴스를 선택하지 않을 때 데스크의 마음속에는 어떤 독자가 중요하게 와 닿았을까요?

노컷뉴스 2011년 9월 29일
 노컷뉴스 2011년 9월 29일
ⓒ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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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부 인터넷 언론을 통해 이 문제가 불거지고 지난 8일, 민주당,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경주지부 등에서 경주시청앞에서 우 부시장의 사과와 경주시의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개최되고, 29일 우 부시장을 경찰에 고발하는 과정까지 대다수 언론은 이 문제를 외면했습니다.

언론이 뉴스가치(News value)를 선택할 때 항상 약자나 사회소외계층을 우선 순위에 두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떤 독자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언론이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는 것인지 조금은 신중하게 고민해달라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오늘, 평화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www.chammal.org)사무국장입니다.



태그:#도가니, #박근혜, #청각장애인, #경주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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