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이 오는 13일 개막한다. 현재 KBL 홈페이지는 대대적인 사이트 개편 중이다. 2011-2012 시즌은 농구계의 르네상스 시대다. 그만큼 눈여겨 볼 것이 많다. 2011-2012 시즌을 더 흥미롭게 하는 키워드 7개를 꼽아봤다.

1.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

가장 큰 변화는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다. 2011-2012 시즌을 맞아 1인 보유 1인 출전으로 바뀌었다. 선수 선발 방식도 기존 트라이아웃 제도에서 자유계약 제도로 변했다. 연봉 상한선은 7개월 40만 달러(인센티브 포함)다. 외국인 선수 교체 횟수는 2회인데 전치 8주 이상의 진단이 나오면 교체 횟수 차감 없이 대체 가능하다. 구단이 원하면 부상이 나을 때까지 임시교체 선수 영입도 가능하다. 실제 창원 LG가 지난 달 28일 매그넘 롤 대신 올루미데 오예데지를 영입했다. 매그넘 롤이 발바닥 부상으로 지난달 16일 전치 8주가 나왔다. 따라서 LG는 외국인 선수 교체 횟수가 그대로 2회다.

피터 존 라모스

▲ 피터 존 라모스 ⓒ 삼성 썬더스 구단


정규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의 화려한 '스펙'이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자유계약제도에서는 당연한 결과다. 221cm에 달하는 피터 존 라모스(삼성)의 신장, NBA 출신 로드니 화이트(KGC 인삼공사), 잭슨 브로만(전자랜드), KBL을 평정했던 크리스 윌리엄스(오리온스) 등 모든 구단의 외국인 선수 이력은 상향평준화 됐다. 국내 빅맨들 활약이 기대된다는 의견, 아직 시기상조며 '외국인 선수 농사'를 잘못 지으면 팀 성적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아마추어 농구 꿈나무들의 센터 포지션 기피 현상을 줄이는 시발점이다.

2. 07학번 황금 세대 등장

올 해 1월 31일 열린 2011 KBL 드래프트는 '황금어장' 드래프트로 불렸다. 오세근(KGC 인삼공사), 김선형(SK), 최진수(오리온스), 함누리(전자랜드) 등 07학번이 주축인 이들은 황금라인으로 불렸다. 몇 해 전부터 기대되던 선수들이었다. 1라운드 1순위에 꼽힌 선수들은 다른 해 같으면 전체 1순위로 꼽혀도 손색없는 잠재력을 가졌다. 특히, KGC 인삼공사는 오세근 영입에 성공했다. 그토록 염원하던 리빌딩 마지막 조각을 맞췄다. 또한 임상욱은 3라운드에서 울산 모비스에 지명돼 상명대 농구부 사상 최초로 1군 무대에서 뛰게 됐다. 드래프트 장에서 자신을 지도한 대학 은사님께 큰절 하며 역대 최고령(28) 신인이 됐다.

오세근

▲ 오세근 ⓒ 안양 KGC 인삼공사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서였을까. 전태풍, 이승준, 문태영의 FA를 고려했을까. 국내 신인 드래프트에 앞서 열리는 귀화 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는 단 한명도 지명되지 않았다. 2009년 시작한 귀화 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3. 예비 FA 전태풍, 이승준, 문태영

수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귀화 혼혈 선수들 중 전태풍(KCC), 이승준(삼성), 문태영(LG)은 소속팀 마지막 시즌이 된다. 현재 KBL은 귀화혼혈 선수 계약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고 있고 이들은 FA가 되면 반드시 소속팀을 떠나야한다. 때문에, 구단에서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선수들의 의지가 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준이 "우승 후 동생(이동준)과 같은 팀에서 뛰고 싶다"고 밝힌 것은 이루어질 수도 있는 바람이다.

전태풍

▲ 전태풍 ⓒ KBL


이들 귀화 선수들이 2011-2012 시즌을 마치면 동부, 모비스, 오리온스, SK, KT, KGC 인삼공사가 영입의향서를 제출할 수 있다. 단, KT와 KGC 인삼공사는 2009 드래프트에서 지명권을 사용했기에 나머지 네 팀보다 순위에서 밀린다. 구단들은 희망순위와 보수 총액을 적어 KBL에 제출하고 한 선수를 복수의 팀이 지명하면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구단이 우선협상권을 가진다. 계약 기간은 이전과 같이 3년이다. 귀화 혼혈선수를 영입한 팀은 다음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이 소멸된다. 국내 선수 FA규정과 달라 원 소속 구단에 영입한 구단이 해야 하는 보상은 없다.

또한 여섯 팀 모두에게 제안을 받지 못한 귀화 혼혈선수는 원 소속팀과 협상 기회를 갖고 이 또한 이뤄지지 않으면 전체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전태풍, 이승준, 문태영이 이 단계까지 올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4. 한선교 총재

한선교 총재는 지난 6월 3일 제7대 KBL 총재 경선에서 10개 구단 중 7개 구단의 지지를 얻었다. 전육 전 총재와 경선에서 이겼다. 9월 1일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취임식을 갖고 KBL 역사상 첫 현역 국회의원 총재가 됐다. 농구 전용체육관 마련, 컵대회 신설, 리그 제도 개선, 중계권료 수입과 광고 수익 극대화, 국제경쟁력 확보 등을 약속하며 첫발을 내딛었다. 또한 취임식에 드는 비용을 KBL 이름으로 '소년의 집'에 기부했다. 총재 임기를 3년 후 8월까지에서 KBL 사업 년도에 맞춘 6월30일까지로 줄이는 개정안도 내놨다.

한선교 총재

▲ 한선교 총재 ⓒ 임정혁


국회의원이 총재에 당선된 것을 두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총재가 속한 정당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 총재는 아나운서 시절 농구대잔치 중계를 맡았고, 프로 원년 1997시즌에 대우제우스(현 전자랜드) 장내 아나운서로 활약했다. 정치인 입문 이전에는 1주일에 3회 이상 농구장을 찾을 정도로 열성적인 농구팬으로 알려졌다. 2002년~2003년 약 1년 동안 동아일보에 농구 칼럼을 기고했다. 당시 인연으로 지금도 현역 선수 및 농구인들과 친분이 두텁다. 국회의원인지 KBL 총재인지 애매한가? 이 기회에 확실하게 정하자. KBL 관련해서는 무조건 KBL 총재다.

5. 여성 심판 위원장

KBL은 지난 19일 제 17기 3차 이사회에서 강현숙 전 여자농구대표팀 단장을 KBL 심판 위원장에 임명했다. 1997년 이래로 KBL 첫 여성 심판위원장 탄생이다.

"어머니가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잘 할 때는 칭찬하고 못 할 때는 따끔하게 질책 하겠다"는 강 위원장은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다. 1973년 외환은행에 입단한 뒤, 1980년까지 국가대표를 지냈다.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 1979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이끌었다. 1979~1980년 2년 연속 세계 여자농구 베스트 5에 오르기도 했다.

2004년에는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를 지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지난 8월 아시아선수권대회 여자대표팀 단장을 맡았다. KBL은 여자 농구계 확실한 '일꾼'으로 알려진 강현숙 위원을 선택했다. 그동안 끊이지 않던 판정 논란을 종식시킬 첫 단추를 꿴 셈이다.

6. 비디오 판독제 변화

심판진 수장을 바꾼데 이어 2011-2012시즌에는 비디오 판독제도를 확대 실시한다. 그동안 포스트시즌에만 실시하던 비디오 판독을 정규시즌까지 넓힌다. 비디오 판독은 매 쿼터 종료 시점과 연장전 종료 상황에 발생한 득점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경우 가능하다. 또한 4쿼터 혹은 연장전 종료 2분전, 3심 합의 후에도 판정이 어려우면 주심이 요청할 수 있다.

2010-2011시즌 문태영(오른쪽)과 강은식

▲ 2010-2011시즌 문태영(오른쪽)과 강은식 ⓒ KBL


최근 여자 농구에서 비디오 판독 남발로 경기 막판 흐름을 끊는다는 여론이 있었다. 중계방송을 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 짜증나는 일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운영의 묘가 더욱 필요해졌다.

7. 오리온스 연고지 이전

오리온스가 기어이 연고지 이전을 감행했다. 추일승 감독을 선임하고 구단 로고를 바꿨다.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팬들과 함께 하는 출정식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32연패와 '전국구 구단'의 신명나는 농구를 동시에 지켜보던 대구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오리온스

▲ 오리온스 ⓒ 고양 오리온스


내 고향 '고양'에 프로구단이, 그것도 농구단이 생긴 것은 큰 반가움이지만 이런 식의 연고 이전은 어쩐지 찝찝하다. 가끔 경기를 보러 갈 수는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바라볼 뿐, 응원하지는 못할 것 같다. 다행이다. 고향에 농구팀이 생겼어도 여전히 좋아하는 구단 없이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단, 팬들은 애꿎은 선수들을 미워하면 안 되겠다.

덧붙이는 글 blog.naver.com/komsy
KBL개막 2011-2012KBL 프로농구개막 오리온스 오세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