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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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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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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최병성 씀, 오월의봄 펴냄, 2011년 9월, 436쪽, 1만6500원

그의 글에서는 발냄새가 난다. 그는 남이 써놓은 기사, 남이 찍어놓은 사진만 보고 글을 쓰지 않고, 직접 바짓단을 걷고 카메라를 메고 강물로 들어갔다. 목사라는 직함보다 '4대강 사업저격수'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사람, 최병성. '살리기'라는 이름 아래 온 나라의 강이 헤집어진 지난 2년 동안 그 삽질의 그림자를 '불독'처럼 쫓아온 그의 치열한 기록을 책으로 묶어냈다.

홍수 예방? 일자리 창출? 물 부족 해결? 수질 개선? 그 어떤 명분도 채우지 못한 거짓말 투성이 4대강 '죽이기' 사업의 충격적인 맨얼굴을 보여준다. 4대강 사업이 요란한 준공식을 앞두고 있지만, 4대강 지키기 싸움은 끝날 수 없는 까닭을 뼈저리게 깨닫게 한다.

<산 위의 신부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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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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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의 신부님>
박기호 씀, 휴 펴냄, 2011년 10월, 324쪽, 1만3000원

존경할 만한 종교인을 찾기 참 어려운 세상이다. 신의 뜻을 더럽히지 않으며 사람의 삶을 보듬는 '참 종교인'들을 발견할 때마다, 반갑고 고마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이 책은 무소유와 농업노동의 공동체인 '산 위의 마을'을 만들고 사는 박기호 신부의 좌충우돌 체험기다.

<노동의 새벽>의 시인 박노해의 형이기도 한 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일원으로 언제나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를 향해 살던 그가 소백산 산골마을의 농부가 된 지 6년째다. 40년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인간답게 태어나 인간답게 노동하다 인간답게 마무리하는 삶을 배우고 실천해나가는 농사꾼 신부의 솔직담백한 일기가 무겁지 않게 담겨 있다.

<새로운 바보를 기다리며> 표지
 <새로운 바보를 기다리며> 표지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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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바보를 기다리며>
손석춘 씀, 21세기북스 펴냄, 2011년 9월, 368쪽, 1만5000원

정말 부지런하다. 전작 <박근혜의 거울>이 나온 지 넉 달 만에 나온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 이사장의 평론집. 그가 새사연 원장직을 내려놓았을 때 왜 그랬나 싶었는데, 총선과 대선이 연거푸 치러지는 내년을 내다보며 '작심하고' 글을 쓰기 위해서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책의 부제도 역시 "2012년 그날이 오기 전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대한민국 이야기"다. "이명박씨에게 띄우는 편지"로 시작하는 이 책은 우리 사회를 감싼 어두운 힘의 정체는 재벌과 언론, 한나라당의 '3각동맹'임을 구체적 예를 들어 보여준다. 그가 3각동맹을 깨뜨릴 수 있는 '이 시대의 영웅'으로 표현한 '새로운 바보'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경제의 숨겨진 법칙>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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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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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숨겨진 법칙>
정태인 씀, 상상너머 펴냄, 2011년 9월, 184년, 1만1200원

손석춘 이사장의 뒤를 이어 새사연의 원장이 된 정태인 교수가 '착한 경제학'을 들고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가정교사.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경제전문가인 그가 롤러코스터 같은 위기를 겪고 있는 불안의 시대에 내놓은 답안이 '착한 경제학'이라니, 너무 순진한 얘기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쉽고 단순한 예를 통해 '착하게' 설명해주는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그의 답안에 동그라미를 쳐가며 읽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의 근원적 딜레마들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을 통해 공포와 탐욕이 아니라 신뢰와 협력을 새로운 경제의 질서로 제시한다.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인간의 경제'에 대한 희망을 깨워주는 책.

<오래된 새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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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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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새 책>
박균호 씀, 바이북스 펴냄, 2011년 9월, 268쪽, 1만3000원

오늘 하루 몇 권의 책이 서점에 나왔을까. 새 책의 유통기한은 요구르트의 그것보다 짧다고 할 정도로 홍수처럼 쏟아지는 새 책. 독자들을 만날 기회도 얻지 못하고 아깝게 사라진 책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이제는 더 생산되지도 않는 '절판'된 책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니, 참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다.

이 책은 저자의 서명까지 흠으로 여기던 '새책주의자'가 헌책을 구하기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전 주인의 흔적마저 사랑하게 된 사연을 모은 책이다. 헌책방을 뒤지며 절판본과 희귀본을 '사냥'하는 이야기와 그 책에 대한 감상들이 어우러진 이 책을 읽다보면, 재활용쓰레기로 버린 내 헌책들을 다시 주우러 가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 4대강, 토건국가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최병성 지음, 오월의봄(2011)


태그:#새책, #신간, #책소개, #최병성, #박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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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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