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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예비후보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장 범야권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야4당-시민사회 협약식'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예비후보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장 범야권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야4당-시민사회 협약식'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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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피땀으로 흥건히 젖어서 링에 오르고 상대편은 꽃단장한 모습으로 등장한다면, 관중들은 어느 선수를 응원하고 싶어 할까. 야권과 한나라당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표선수 선출과정이 꼭 이같은 모양새가 되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야권단일후보가 되려면 박원순 변호사와의 단일화라는 '고산준령'을 넘어야 한다. 그는 이미 당내 경선에서 (17대 의원 시절) 한미FTA 찬성 입장 사과 요구, 남편과 아들의 국적 문제 등에 대해 천정배 의원의 거센 공격을 받으면서 당 후보가 됐다.

박원순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지도 5% 수준에서 본선 가도에서 최대 관문일 수 있는 안철수 교수와의 후보단일화라는 고비를 넘었다. 이제 그는 허수가 적지 않지만 서울당원 31만 명을 기반으로 서울 25개 구청 중 19개 구청과 시의원의 75%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과 맞서야 한다. 여론조사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로 앞서고 있지만, 조직이 없는 그가 당이라는 '선거 중심 조직'과 싸워야 한다는 점에서 혈투일 수밖에 없다.

"이석연 10월 5일까지는 갔어야 했는데"...나경원, '춘풍에 돛달고' 본선 도착

반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본선행은 '춘풍에 돛단' 격이다. 당내에서는 경쟁자가 없었다. 거론되던 유력 후보들은 모두 접었고, 김충환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하기는 했지만 '여론조사 경선'으로 후보를 정하겠다는 방침에 반발하면서 사퇴했다.

외부인사를 영입하려는 시도도 잠깐 반짝하다가 꺼져 버렸다. 이석연 변호사(전 법제처장)를 입당 시켜 경쟁구도를 만들어 보려 했으나 이 변호사가 입당을 거부했다. 인위적인 '경선 불쏘시개'를 만들려는 의도가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야권후보 단일화에 맞서는 '나경원-이석연 범여권후보 단일화' 이벤트를 만들려 했다. 애초 조직과 지지도 모든 면에서 나 후보가 이 변호사를 압도한다는 점에서 흥행성이 약했지만 그래도 퍼포먼스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석연 변호사의 '불출마 결심'으로 사실상 무산되고 말았다.

"왜 이렇게 빨리 그만두나? 10월 5일까지는 갔어야 했는데…."

이 변호사의 불출마 결심 소식에 대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한 측근인사가 한 말이다. 선관위의 본선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0월 6일 직전으로 잡고 있던 후보 단일화 이벤트가 사라진 데 대한 아쉬움이다.

2007년 MB 대승, 박근혜와의 치열한 경선 효과 커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자 추천장 수여식에서 홍준표 대표에게 운동화를 선물받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자 추천장 수여식에서 홍준표 대표에게 운동화를 선물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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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경선도, 후보 단일화도 없어진 '무혈입성'은 우선은 편하긴 하지만 후보로서의 단련에는 큰 문제가 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대승을 한 데는 앞서 당내 경선에서의 '예방주사'가 큰 기여를 했었다.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서는 이 대통령의 대표공약이었던 대운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고, 2007년 대선의 최대 이슈였던 BBK 문제도 이미 그때 단초가 나왔다.

도덕성뿐 아니라 정책 검증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에서는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불과 0.6% 차이로 패배한 한명숙 전 총리도 당내 경선이 치열했다면 승리할 수 있었다는 말이 지금까지도 나온다. 한 전 총리는 이계안 전 의원과의 당내 경쟁을 한 차례의 토론도 없이 '여론조사 경선'으로 끝내 버렸다. 그 결과 서울시정에 대한 학습이 덜 된 상태에서 오세훈 전 시장과 맞서면서 TV 토론에서 열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17대 총선 때는 비례대표로, 18대 때도 서울 중구에서 별 어려움 없이 당선된 나 후보는 박영선 후보나 박원순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검증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정책분야만 놓고 보면 당내에서도 나 후보는 콘텐츠보다는 이미지에 강한 정치인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많다. 반면, 상대가 될 박원순 변호사나 박영선 후보는 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물론 당장에 더 큰 문제는 흥행이다. 야권 후보들이 서로 경선 룰을 양보했다며 단일화 협약식을 하는 등 언론의 주목을 받은 28일, 한나라당이 만들어낸 장면은 나경원 후보 추천식에서 홍준표 대표가 '선거 필수품'이라며 운동화와 알람 시계를 전달하는 사진 정도였다.

"'경선쇼' 안 해도 충분"... "야권에 한 수 밀려, 대선도 이러면"

"나 최고위원은 여권 내 최강 후보다. 대적할 사람이 없다. 우리는 야당처럼 '경션쇼'를 하는 데 익숙지 않다. 쇼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 <조선일보> 28일자 인터뷰

홍 대표는 "경선 없이 나경원 후보로 결정돼 흥행이 안 됐다"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으나, 힘이 실려 보이지는 않는다.

반면, 이석연 변호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했던 한 원로 보수인사는 현재의 한나라당 상황을 우려했다.

"우선 흥행이 돼야 하는데 한나라당이 전략적이지 못하다. 순진하게까지 보인다. 야권에 한 수 밀리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도 이렇게 될까봐 걱정이다. 아무도 안 나가고, 모두가 예측하던 사람이 혼자 후보가 되는 상황이 되는 거 아니냐."


태그:#나경원, #박원순, #박영선, #서울시장 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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