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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콘서트'의 시대다. 젊은이들의 표현을 빌자면 2011년은 한마디로 콘서트 '돋는'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사콘서트, 북콘서트, 과학콘서트처럼 대놓고 콘서트를 표방하는 경우부터, 테드(TED), 이그나이트(Ignite) 같이 이름만으로는 쉽게 짐작할 수 없는 행사들까지 다양하다.

이런 행사들의 공통점은, 주로 공연예술 중심의 퍼포먼스를 펼치는 행사들을 가리키는 기존의 콘서트 개념을 차용한 대중강연회라는 사실이다. 이미 언론은 토크콘서트의 열풍에 대한 사회적 의미 더 나아가 정치적 의미까지 뽑아냈다. 그럼에도 그들이 놓친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젊은이, 20대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다.

'불안' 한 켠의 '열정'이 그들 부른다

지난 9월 22일에 열린 '이그나이트 유스'의 웹 포스터
 지난 9월 22일에 열린 '이그나이트 유스'의 웹 포스터
ⓒ 이그나이트 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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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나는 '이그나이트 유스(Ignite Youth)'라는 프리젠테이션 파티에 연사로 초청을 받아 5분짜리 발표를 했다. '이그나이트 유스' 행사는 '커션 핫(CautionːHot)'이라는 대학생 동아리에서 청춘을 주제로 9명의 연사를 초청하여 강연과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기자 정신이 발동한 나, 이들의 적극적 참여가 궁금하던 차에 질문을 던져보았다.

"학교에만 있으면 쫓기는 것 같고, 지치고, 이게 맞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잖아요? 이런 행사에 오면 에너지를 얻어 가는 거죠.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나도 돌아가서 잘 해야지 하는 결심도 서고." (정영선, 21세)

"이제 졸업인데, 나는 못 해 본 것들을 해 본 사람들 이야기 들으면 좋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하면서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좋아서 왔어요." (박상건, 24세)

이그나이트 유스 행사에서 만난 이들과 나눈 대화만으로 내 의문이 속시원히 풀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청춘콘서트'를 움직인 '청춘'들을 만나다

지난 9월 2일 서울 서대문구청 강당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서 강연한 안철수 씨와 박경철 씨.
 지난 9월 2일 서울 서대문구청 강당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서 강연한 안철수 씨와 박경철 씨.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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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공감 청춘콘서트'. 청춘콘서트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과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전국을 돌며 27회에 걸쳐 4만 명 가까운 청중을 만났던 자리다.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로 여론이 들썩거릴 때, 그 태풍의 중심에 있었다.

비슷한 종류의 콘서트가 한 두 차례 단발성으로, 또 상대적으로 수도권 중심의 소규모 강연회 형식을 빌렸던 것과 달리 행사가 거듭될수록 입소문을 타면서 가는 곳마다 성황을 이루었다. 안 원장의 출마설이 불거진 이후에는 취재진까지 몰려들면서 애초 예정이었던 35개 도시 순회 계획을 포기하고 대구를 끝으로 막을 내려야 했다.

지난 26일, 청춘콘서트의 실무담당자 두 명을 만났다. 이준길(30), 이효상(30) 두 사람은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원장으로 있는 평화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27차례 열린 청춘콘서트 행사에 이준길씨는 25회, 이효상씨는 27회 전 강연을 참석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이들은 '스펙을 쌓느라 엉덩이가 무거운' 20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환호가 어디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있을까?

청춘콘서트는 처음부터 장기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지난 5월 22일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4000석이 넘는 객석을 가득 채우며 첫 스타트를 끊은 뒤, 부산 KBS홀에서 두 번째 행사를 가진 게 그 출발이었다. 첫 번째 청춘콘서트 행사가 끝나고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 스님과 원장 윤여준씨가 이참에 전국을 돌며 더 많은 젊은이들과 만나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진심어린 제안을 했다. 그 이전부터 대학 강연회 등을 통해 젊은이들과 호흡을 맞춰오고 있었던 안철수, 박경철씨는 그 취지에 공감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전국 30만 이상의 모든 도시들을 아우르는 순회강연을 시작한다.

안 교수와 박 원장이 강연에서 청중을 감동시킬 수 있었던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 이준길씨는 강연자들의 '진정성'을 꼽았다.

"마지막 대구 강연회 때 박경철씨가 해주신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기성세대로서 이런 녹록지 않은 환경을 물려주어서 미안하다고. 젊은 세대에게 이런 말을 해 주는 사람들은 잘 없어요."

젊은이들에게 열정과 꿈을 '주입'시키려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거기서 좌절하지 말자고 함께 토닥이는 진정성이 청중들을 감동시켰다는 것이다.

"창원 강연회에서는 안철수 교수님 목이 나갔어요. 박경철씨가 거의 다 이야기하고, 안 교수님은 맞장구만 치는 정도였어요. 돈도 안 주는 강연회를 그렇게 몸이 버티기 힘들 정도까지 강행군으로 밀어붙였던 거죠."

청춘콘서트는 그야말로 '대성황'이었다. 6월 29일 대전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서는 객석에 오르지 못한 청중들이 무대에 올라 두 멘토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다.
 청춘콘서트는 그야말로 '대성황'이었다. 6월 29일 대전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서는 객석에 오르지 못한 청중들이 무대에 올라 두 멘토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다.
ⓒ 평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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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료'였다. 입장료 없이 선착순으로 강연 접수를 받았고, 박경철 안철수 두 강연자와 중간중간 게스트로 초대받은 김어준, 박웅현, 윤여준, 김종인씨 등 모든 이들은 강연료를 받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콘서트 행사장 역시 무료 대관이었고, 바로 직전 콘서트에서 청중들로부터 모금한 금액으로 다음 콘서트 진행에 소요된 경비를 충당했다.

행사를 준비하고, 수만 명이 넘는 청중들을 안내하고 뒷정리를 하는 데 필요한 행사 인력은 2000여 명이 넘는 서포터들에 의해 채워졌다. 아무런 활동비도 주지 않고, 강연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던 이 서포터들 가운데 다수가 20대 대학생이었다. 주는 것이라고는 점심 때 먹을 김밥과 서포터즈용 티셔츠였다.

티셔츠조차 쓰고 나면 수거해서 다시 빨아서 다음 행사 서포터들에게 넘겨졌다. 그럼에도 서포터들은 열정적으로 행사 준비와 진행, 뒷정리에 임했다. 이효상씨는 청중은 물론 서포터즈 활동에서 나타난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대해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젊은 사람들의 강한 에너지와 바람이 표출된 것으로 보았다.

"정치적 각성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오히려 아닌 것 같아요. 다들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하고 그게 뭔지 알고 있어요. 청춘콘서트가 이걸 이끌어낼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봐요."

청춘콘서트 강연장에 모인 사람들, 그리고 서포터즈로 활동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두 명사에게 거는 기대 또한 그들을 움직인 직접적인 계기였다. 이효상씨는 출마설이 불거졌을 때 서포터즈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안 원장님 출마한다고 했을때, 그쪽(정계)으로 가지 말고 멘토로 남아계시길 바라는 젊은 친구들이 많았어요. 기본적인 거부감이 있고 그분에게 바라는 역할도 그런 것이죠."

'쿨한' 그들, '찌질한' 20대를 대변하다

이효상씨의 이야기에 이어 이준길씨가 말을 보탰다.

"젊은이들이 롤모델로 바라볼 만한 사람이 우리나라에 그만큼 없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안철수씨와 박경철씨 모두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요. 본받고 싶은 거죠."

안철수 교수와 박경철 원장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의사 출신이면서 한편으로 각각 IT와 경제분야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고 그 정도는 다르지만 그 결과물을 개인의 이익으로 돌리지 않고 다수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창업과 벤처 열풍이 거세어지고, 많은 젊은이들이 최고 경영인을 꿈꾸는 시대에 그들은 비유하자면 등대와 같은 이들이다.

젊은이들 입장에서 그들과 똑같이 될 수는 없을지언정, 그러한 방향성을 갖고 살고 싶은 마음은 나 역시 같다. 그런 그들이 청년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사회를 향해 대신 이야기해준다. 이런 '쿨한' 어른들은 없었다. 그들은 어른, 기성세대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 젊은이들을 대변하는 새 세대다.

20대들이 느끼는 갑갑함과 분노를 대변해 주고 자신이 지향해야 할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인물에 대한 갈망 그리고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보유했음에도 자신이 가진 에너지와 능력을 어디에 쓸지 모르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고픈 열망이 이른바 콘서트를 통해 터져나오고 있다. 물론 강연회라는 형식은 이 에너지를 좀 더 창조적이고 조직적인 힘으로 전환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청춘콘서트 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이준길씨가 말한다.

"청춘콘서트 2.0을 기획중이에요. 강연회는 일방적으로 듣는 것이 전부잖아요. 이런 것을 넘어서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걸 통해서 어떤 힘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간다는 방향으로 구상하고 있어요. 근데 아직 구상 중이고 아이디어를 모으는 단계예요. 좀 어렵네요."

세상을 들썩이는 고요한 콘서트들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굳이 역사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무언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젊은 세대의 참여를 통해 읽어내야 하지 않을까. 누가? 나이 지긋하신 높으신 분들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김정현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기자단 '오마이 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안철수, #콘서트,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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