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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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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나경원 의원이 어제(25일) 해병대 마라톤대회에서 "한강수중보 철거는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보를 철거하게 되면 서울시민의 식수원을 공급하는 취수원을 옮겨야 하고, 수조 원이 든다"는 것이다.

나 의원의 이러한 발언은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가 지난 23일 서울 암사동 생태습지공원을 방문해 "보는 물의 흐름을 막아 한강을 호수로 만든 것인데, 없애면 강 흐름이 되살아난다고 들었다. 없애도 괜찮겠냐"라고 한 것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 의원의 주장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실언이었다. 서울시의 취수원들은 이미 잠실수중보의 영향권을 벗어난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강북취수장과 강동구 암사동의 암사취수장 등으로 옮겨간 상태다. 과거엔 잠실수중보 바로 위에 자양취수장, 구의취수장이 있었으나, 현재는 수질이 나쁜 왕숙천의 영향을 피해 상류로 이전한 것이다.

취수원 이전 공사는 3년 전에 시작됐고, 지난 8월 마무리됐다. 이러한 내용은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고, 지난 9월 5일 서울시가 낸 보도자료에도 상세히 나와 있다.

나 의원의 발언은 24일자 <조선일보>의 기사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한강의 수량을 100이라고 봤을 때 여름엔 평균적으로 90 수준이 유지되지만 겨울엔 1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며 "보가 없으면 겨울철 한강엔 물이 없어 수질도 나빠지고 서울시민의 식수원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서울시 관계자의 말은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기사도 수리의 기본만 알아도 배꼽 잡을 오보였다.

한강 서울 구간은 갈수기에도 팔당댐으로부터 초당 132㎥의 물이 흘러오고, 인도교 지점은 초당 211.7㎥이 흘러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한강하천정비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이며, 상류의 시스템들은 이를 위해 작동한다.

이러한 유량은 국토부가 허가한 한강 하류지역 사용량(12,926,386㎥/일)의 2배, 실제 사용량(522만㎥/일)의 5배에 달할 정도로 넉넉하다. 그런데 '겨울철에 1/100로 줄어'들고 '서울시민들의 식수원 확보가 어려워'진다니, 그 취재원이 진짜 '서울시 관계자'인지 의아할 뿐이다.

서울시 취수원, 8월 말에 이미 강북 지역으로 이전 완료

잠실수중보 바로 상류에 있던 자양 및 구의취수장이 왕숙천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팔당댐 직하류인 강북정수장 취수탑에 통합되었다. 자양 및 구의취수장이 상류 강북으로 옮겨간 것을 보여준다.
▲ 자양 및 구의취수장의 취수원이 강북으로 연결된 사진 잠실수중보 바로 상류에 있던 자양 및 구의취수장이 왕숙천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팔당댐 직하류인 강북정수장 취수탑에 통합되었다. 자양 및 구의취수장이 상류 강북으로 옮겨간 것을 보여준다.
ⓒ 서울시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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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경원 의원은 "보를 없앨 경우 옹벽들도 다 철거해야 하는데, 서울시민의 식수문제뿐 아니라 또 다른 대규모 토목공사를 수반하자는 이야기"라며 "한강을 자연생태한강으로 복원한다는 미사여구 때문에" 수조 원을 낭비하고, "오히려 한강시민공원을 사용하기 어렵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나 의원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이라면 모를까, 4대강 사업을 비판했던 환경단체들이나 한강의 자연형 복원을 주장했던 박원순 변호사는 대형 토목 사업을 벌이자고 한 적이 없다.

23일 강서구 암사습지를 방문한 박원순 변호사는 큰돈을 들이지 않은 이곳이 한강 복원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암사습지는 공사를 마친 지 3년 만에, 방문자들에게 맹금류인 새홀리기를, 또 수많은 고라니와 너구리의 발자국을 보여줄 정도로 회복되어 있었다. 이용하는 시민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공원이고, 5월이면 산란을 위해 한강의 잉어와 붕어 떼들이 몰릴 만큼 복원 모델로 성공한 사례다.

콘크리트 축대가 헐린 자리가 자연 상태로 복원되어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가 되고 있다. 불과 3년 만에 이루어낸 자연의 복원력이 놀랍다.
▲ 암사동 습지공원 콘크리트 축대가 헐린 자리가 자연 상태로 복원되어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가 되고 있다. 불과 3년 만에 이루어낸 자연의 복원력이 놀랍다.
ⓒ 한봉호 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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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일부로, 기존의 콘크리트 축대를 뜯어내고 경관석을 앞에 붙여 새로 만든 호안.
▲ 오세훈표 자연형 호안 오세훈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일부로, 기존의 콘크리트 축대를 뜯어내고 경관석을 앞에 붙여 새로 만든 호안.
ⓒ 염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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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암사습지공원에 1.03㎞ 구간의 콘크리트 축대를 철거하고 16만2000㎡의 둔치를 조성하는 데 들인 예산은 38억 원이었다. 오세훈 한강 르네상스의 상징이자 비슷한 규모의 반포한강공원(세빛둥둥섬 포함)에 30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쓴 데 비하면 눈꼽만큼 들어간 셈이다.

암사공원 공사비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경석 공사나 인공하천 조성사업 역시 '오세훈식' 공사였음을 감안하다면, 정상적인 공사비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천정비 전문업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형과 조건을 감안해야 겠지만, 한강 습지 복원에는 10억 원 정도 많아야 20억 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또 반포공원이나 여의도공원처럼 관리비도 많이 들지 않으니 그것도 바람직하다.

또 콘크리트 호안 축대가 존재하지 않는 구간이 있고, 그냥 둬도 자연이 덮어줄 구간이 있고, 홍수 방어 등을 위해 철거해서는 안 되는 구간도 있으므로, 공사가 필요한 구간은 많아봐야 50㎞를 넘지 않는다. 결국 전체 구간을 공사한다 하더라도 공사비는 적게는 500억 원, 많아야 1000억 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강 습지 복원에 1000억, 한강르네상스 예산의 10분의 1

지난 여름 홍수로 반포공원은 억대의 피해를 입었다. 한강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사업은 접근성, 이용의 편의성 등이 부족해 타당성이 없다
▲ 홍수에 훼손된 반포한강공원 지난 여름 홍수로 반포공원은 억대의 피해를 입었다. 한강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사업은 접근성, 이용의 편의성 등이 부족해 타당성이 없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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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잡아서 1000억 원이라 하더라도, 이는 오세훈 시장이 5년간 한강르네상스를 위해 지출한 1조 원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반포한강공원처럼 들어가는 관리비도 없다. 게다가 공사를 한 번에 일괄 발주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자정능력을 활용해가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대규모 사업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나경원 의원은 24일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도 "수중보를 없애야 생태하천이 된다면 팔당댐을 없애자고 해야 맞는다"며 "특히 (취수장이 있는) 잠실보를 없애면 시민의 수돗물은 어떻게 공급하겠느냐"고 했다. 전형적인 왜곡이며 과장이다.

서울 한강에 수중보가 들어선 것은 겨우 25년 전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금 수중보가 하고 있는 역할은 기껏해야 유람선의 왕래를 위해 수위를 높이는 것밖에 없다. 그런데도 사실에 대한 연구 없이, 관성과 편견으로 주장을 쏟아놓는 것은 스스로를 변화와 창의를 두려워하는 낡은 정치인으로 비치게 할 뿐이다.

제발 나경원 의원은 눈을 크게 뜨고, 서울을 넓게 바라보시기 바란다. 40년 전 한강에서 10만의 인파가 물놀이를 했다. 독일 뮌헨은 훼손된 하천을 되살려 도심 속에 모래하천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왜 서울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 앞서 오마이뉴스와 한강복원을 기획으로 다뤘다. 많은 독자들과 야권의 유력후보들이 우호적인 반응을 보내 주었다. 그러나 오세훈씨의 당선으로 실현의 기회를 잃었는데, 나경원 의원 덕분에 또 다시 되살아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경원 의원에 고맙다.

염형철 기자는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태그:#나경원, #한강, #수중보, #서울환경운동연합, #한강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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