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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8월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인터넷회선 감청 등 국정원 감청 실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곽동기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정책위원이 피해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 2009년 8월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인터넷회선 감청 등 국정원 감청 실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곽동기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정책위원이 피해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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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구글 지메일, 마이크로소프트 핫메일 등 외국계 이메일까지 감청해온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외국계 이메일은 서버가 해외에 있어 국내 수사기관 영향력을 벗어난 데다 보안도 철저해 국내 누리꾼들의 '사이버 망명지'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국정원 "사이버 망명 등 대처 위해 패킷 감청 불가피"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진보넷, 참여연대 등이 참여한 공안기구감시네트워크는 16일 오전 논평('국가정보원의 지메일 감청 충격적이다')을 통해 국정원이 패킷 감청(인터넷 회선 감청)을 통해 지메일 감청도 해왔음을 사실상 시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 3월 29일 '패킷 감청'에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청구인에게 최근 보낸 답변서에서 "(감청 대상자들이) 우리나라의 수사권이 미치지 않는 외국계 이메일(Gmail, Hotmail)이나 비밀 게시판 등을 사용하는 등 소위 '사이버 망명'을 조직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메신저나 블로그·미니홈피 등을 이용한 전기통신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포워딩 방식에 의한 감청 집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처를 위해서도 인터넷회선 감청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수사 기관의 인터넷 감청 방식은 포털 등 사업자들에게 복제 계정을 요구해 감청 대상자 이메일을 직접 포워딩하는 방식과 인터넷 회선을 통해 오가는 광범위한 통신 정보를 감청하는 패킷 감청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 포털과 달리 메일 서버가 외국에 있는 지메일, 핫메일 등은 압수 수색이 불가능하지만 패킷 감청을 이용하면 굳이 사업자를 통하지 않고도 이메일 내용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범죄 수사에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원 영장을 발급받도록 하고 있지만 패킷 감청은 집이나 직장 단위로 감시가 이뤄지기 때문에 감청 당사자뿐 아니라 같은 회선을 이용하는 제3자의 개인 정보까지 노출될 수 있어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무제한' 패킷 감청에 지메일도 안전지대 아냐

구글 지메일은 외부 해킹을 막으려고 보안을 강화한 HTTPS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구글 지메일은 외부 해킹을 막으려고 보안을 강화한 HTTPS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진행된 패킷감청 시연에선 인터넷에 많이 퍼져있는 패킷 분석기만 있어도 송수신자간의 다음, 네이버 메일뿐 아니라 MSN 같은 실시간 메신저를 이용한 대화 내용까지 훔쳐 볼 수 있었다. 다만 당시 'HTTPS'라는 보안 연결(SSL) 기술을 적용한 지메일은 송수신 내용을 당사자만 볼 수 있도록 암호화해 감청이 불가능했다.

이호웅 안철수연구소 시큐리티대응센터장은 "HTTPS 방식은 서버만 인증하는 방식과 클라이언트와 서버 모두 인증하는 방식이 있는데 후자의 경우엔 암호화 키 값을 모르면 암호화된 데이터를 풀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구글에서 지메일 암호화 키를 내주지 않는 한 푸는 방법은 없다"면서도 "(국정원에서) 암호화를 깨는 도구를 개발하고 사용자의 암호가 허술하다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가 강화되는 한편 미네르바 수사, 이메일 감시 등으로 자유로운 언로가 막힌 누리꾼들 사이에 '사이버 망명'이 유행처럼 번졌다. 특히 지난 2009년 검찰이 주경복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들의 이메일을 7년치나 압수수색하고 MBC 'PD수첩' 제작진 개인 이메일 내용까지 공개하면서 지메일-핫메일 등 외국계 이메일 사용자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패킷 감청'이 무제한 허용되는 한 지메일, 핫메일 등 외국계 이메일 역시 인터넷 감청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번에 밝혀진 셈이다.

'패킷 감청' 위헌 소송을 지원해온 장정욱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는 "일반적으로 지메일은 (인터넷 감청에서) 안전하다고 알려졌지만 국정원이 '사이버 망명'까지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수사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수사 기관이 패킷 감청한 내용을 법원에 증거로 제시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사회 전방위적인 사찰에 이용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태그:#지메일, #국정원, #핫메일, #패킷감청, #사이버 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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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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