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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등판할 선발투수 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후보를 찾고 있는 한나라당의 사정을 빗댄 이야기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2008년 18대 총선 압승 이후 열린 재보선에서 연패를 거듭했다. 2009년 4·29 재보선에서 국회의원 5곳을 모두 졌다. 같은해 10·28 재보선에서도 한나라당은 경남 양산과 강원 강릉 등 텃밭에서만 승리했을 뿐 수도권과 충청에서 참패했다.

급기야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는 16개 광역단체장 중 10곳을 야권에 내줬고, 서울지역 구청장은 25곳 중 21곳을 민주당에게 내주고 말았다. 연달아 치러진 7·28 재보선에서는 서울 은평을에 출마한 이재오 특임장관이 당선되는 등 잠시 숨을 돌렸지만 2011년 4·27 재보선에서는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성남 분당을에서도 무릎을 꿇었다.

재보선 연전연패 한나라당, 연패 끊을 후보 어디 없나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안철수 돌풍'과 관련해 최고위원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안철수 돌풍'과 관련해 최고위원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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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치러지게 된 오는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 전망도 밝지 않다. 50%가 넘는 지지를 받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출마 포기로 한시름 놓는가 싶었지만 안 원장이 자리를 양보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을 대부분 흡수하면서 지지율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가 6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상임이사는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양자 대결에서 49.9%를 얻어 33.5%에 그친 나 최고위원을 크게 앞섰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도 박 상임이사는 51.1%의 지지를 얻어 32.5%에 그친 나 최고위원을 크게 따돌렸다.

박 상임이사 뿐 아니라 야권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단일후보로 나올 경우에도 한나라당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한 전 총리는 나 최고위원과 양자대결에서 <동아일보> 조사 결과 44.5%, <조선일보> 조사 결과 46.5%를 얻어 각각 38.1%와 40.5%를 얻은 나경원 최고위원에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 핵심 당직자는 "안철수라는 강적을 피한 것은 다행이지만 사실 야권에서 누가 후보로 나오더라도 1:1 구도가 되면 이번 보선은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한나라당에서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할 경우 재보선 연전연패의 분위기가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당 내에서 중량감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해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는 이번 선거에서 지더라도 참패는 피해야 내년 총선과 대선을 기약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서울시장 지면 내년 선거도 불투명..."김황식 총리 출마해주세요"

당내 쇄신파와 친박(친박근혜)계에서는 '김황식 총리 차출론'을 적극 제기하고 있다. 김 총리가 호남 출신인데다 총리로서 안정적인 행정 능력을 보여줘 '안풍'(안철수 바람)을 저지할 적임자라는 것이다.

친박계인 구상찬 의원은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황식 총리를 만나 "안된다고만 하지말고 당을 위해 몸을 던져달라"고 요청했다. 구 의원은 8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계속 권유해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야권의 후보가 박원순 상임이사로 굳어지고 있는데 박 이사의 약점은 행정을 실제로 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라며 "당 여론조사에서도 서울시민의 72.5%가 서울시장의 자질로 행정능력을 꼽은 만큼 그에 부합하는 인물을 내세워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쇄신그룹에 속해 있는 한 서울지역 의원도 "김 총리가 안정감 있는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줬고 호남 출신에다 조직장악 능력까지 갖춰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와 원만한 관계설정을 통해 시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적임자"라며 "상당한 본선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때는 홍준표 대표의 의중도 김 총리 영입에 무게가 실려있는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의 결단만 남았다는 예측도 나왔다. 

하지만 김 총리 출마가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우선 김 총리 스스로가 출마 의사가 없다. 김 총리는 8일 국회 본회의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장 차출설은) 적절치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김 총리 본인이 선출직에 나설 여건이 안된다고 고사하고 있는데 존중해줘야 한다고 본다"며 "김 총리 출마는 현실화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7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총리 차출설에 대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아이디어"라고 일축했다.

외부인사 영입 난항, 후보군 난립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주목을 받고 있는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연설을 경청한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주목을 받고 있는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연설을 경청한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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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리 차출이 난항을 겪으면서 정운찬 전 총리,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 기존 후보군은 물론, 이석현 전 법제처장,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을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등 기업인을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공조직과 기업조직의 성격이 다른 만큼 검증 안된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위험하다는 반대 기류가 강하다.

당 내에서는 쇄신파의 리더격인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이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고 재선의 김충환 의원은 경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외부영입도 난항을 겪는데다 당내 주자군 중 뚜렷한 본선 경쟁력을 보여주는 인물이 거의 없어 현재 여권 후보들 중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 있는 나경원 최고위원에 돌아가는 눈길도 많다.

한 핵심 당직자는 "'제2의 안철수'를 찾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지만 안되면 결국 나경원 최고위원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여권 후보군 중 현재 가장 당선권에 가까이 가 있는 인물이 나 최고위원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선 외부인사 후 당내 인사'라는 당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도 만만치 않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분당을 패배 원인 중 하나가 외부인사 영입론으로 멀쩡한 당내 후보를 흠집낸 것"(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김 부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여론조사를 보면 당내에도 경쟁력 있는 분들이 많다"며 "외부인사를 찾다가 안되니까, 마치 대안이 없어서 당내 후보를 세우는 것처럼 비쳐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안에 좋은 분들이 많은데 매번 선거 때마다 당 바깥에서 사람을 찾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실지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나경원 비토론과 대안론의 사이

나 최고위원측도 불만이 많다. 외부 인사 영입이 경쟁력 있는 후보를 찾는 과정이 아니라 당내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인상을 주고 있는 상황은 문제라는 것이다.

나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당 내외를 막론하고 더 경쟁력 있는 후보를 찾자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탤런트, 아바타는 안된다', "여성시장이 되면 박근혜 전 대표 대권에 걸림돌이 된다'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외부영입을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라며 "최선의 카드를 찾자는 것과 당내 특정인에 꼬리표를 붙여 배제하기 위해 영입하자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반면 '나경원 비토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지역의 한 소장파 의원은 "당이 지금까지 재보선에서 처참한 성적을 받은 이유,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나타난 민심, 안철수 현상에 담겨 있는 국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보지 않고 그냥 당내 경선을 하자는 것은 결국 당이 망하는 길"이라며 "당의 변화를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재보선기획단을 중심으로 추석 이후 여론 점검 등을 통해 '안풍'을 저지할 후보군의 가닥을 잡아나간다는 계획이다. '제 2의 안철수'를 찾는 작업이 가시화 될수록 서울시장 후보 선정을 둘러싼 당안팎의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태그:#안철수, #서울시장, #나경원, #김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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