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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참으로 많은 '중독'의 유혹 아래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마약, 알콜, 약물, 니코틴, 게임, 쇼핑. 도박, 주식, 카페인, 인터넷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다양한 종류의 중독으로부터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간혹 중독이라는 무서운 유혹에 빠져 심지어 고귀한 생명을 잃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유혹에 빠지지 않아 다행인데 흠이 있다면 십수 년 전부터 나도 모르게 산행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그 정도가 날로 더 심해져  근래 들어선 매사를 거의 산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이런 나를 보고 친구들은 "죽을 고생하며 산에 올랐다 다시 내려올 것을 뭣 하러 산에 오르는지 알 수 없다"며 아무래도 내가 '산 중독'에 걸린 미친 사람인 것 같다고 놀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런 친구들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또 한 귀로 흘려보내며 "너희는 너희 잘난 맛에 살고 난 나 잘난 맛에 사는 거니 괜스레 더는 내 산행길에 대해 콩 나라 팥 나라 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 비학산(2011.8.13)에 다녀오고 이런저런 일로 산행을 못해 몸이 근질근질해 죽겠는데 친구들이라고 격려는 못 해줄망정 비아냥거리다니 에이! 나쁜 친구들….

 

속담에 "홧김에 서방질"한다고 친구들이 아무리 그래도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주(2011.9.4)는 산에 갈 것이란 생각으로 우리산내음 산행 공지 게시판을 살폈다. 마침 경기도 양평 용문산 맞은편에 있는 "중원산"으로 일요 번개산행을 떠난다는 공지글을 보고 옳지 잘됐다 무릎을 치며 참석 댓글을 달았다. 토요일 점심을 먹으며 아내에게 나 낼 산에 간다고 하니 뜻밖에 아내도 간다는 게 아닌가. 

 

 

 

▲ 가을 맞이 중원산 산행 경기 양평의 중원산 산행을 하며 만난 아름다운 풍경을 동영상에 담았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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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일행들이 아내를 보고싶어하던 터라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내가 갑자기 내일 큰아들이 근무를 해야 해서 집에 올 수 없다고 연락이 왔다며 그냥 나 혼자 다녀오라 한다. 모처럼 손자 아이와 함께 산행 기회가 아주 좋았는데….

 

그렇게 시작된 중원산 산행. 9월 4일(일) 용산역에서 7시 24분 출발하는 중앙선 전동 열차에 6명의 회원이 함께 탔다. 차창 밖으로 지난여름 지루했던 장마와 폭우로 몸살을 앓던 농촌 들녘이 불과 며칠 사이 따끈따끈하게 쏟아져 내리는 가을 햇볕을 맞고 있었다. 풍요로운 결실을 예감케 하는 들녘 모습이 얼마나 감동인지…. 그 풍경을 보고만 있어도 흥이 나는 듯했다.   

 

악몽 같았던 태풍과 폭우 피해 기억을 떠올리면 올가을 풍요로운 결실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으로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 가는 농촌 풍경은 생각했던 것 보다는 안심해도 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는 사이 2시간여 달린 기차가 용문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인근 버스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20여 분 달려 상현리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뜻밖에 이곳 중원산은 일요일인데도 인파가 많지 않아 우리들은 모처럼 속보 산행이 아닌 느림보 거북이 산행을 했다. 일행은 "중원리 산촌생태마을과 수영장" 등을 돌아보고 민박 촌지나서 부터 이날의 중원산 산행을 시작했다.

 

 

신기한 것은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또 여름이 오는가 싶었는데 뜻밖에 이날은 선들선들 선들바람이 불고 햇살도 엊그제 그 불볕과 확연하게 다른 것 아닌가.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게다가 하늘이 저만큼 높고 쪽빛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 오늘같이 좋은 날 아내와 손자 아이가 함께 왔으면 얼마나 좋았까…. 이렇게 아름다운 대자연의 풍경과 맑은 공기를 나 혼자 만끽하는 것이 미안해서 한편으로 '이 맑은 싱그러운 공기를 집에 가져가는 방안이 없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며 일행들 뒤를 따르는데 길가에 곱게 핀 야생화 달개비꽃이 발길을 잡았다. 숨죽이고 접사 촬영을 하는데 같은 달개비 꽃이라도 꽃 피는 장소에 따라 꽃이 달라 보였다. 어떤 꽃은 파란 잉크빛 모양을 보였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그러는 사이 일행들은 벌써 "중원폭포"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중원폭포"는 며칠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물줄기가 쇠해져  참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아쉬웠다. 

 

 

 

그래도 일행들은 좋다며 중원폭포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러는 사이 나는 갑장(동갑내기)인 바람 님과 선두에서  써리봉, 도일봉 가는길 삼거리에서 일행들을 기다렸다. 그런데 친구들이 아예 작정을 하고 너무 느린 거북이 산행을 하는 것 아닌가.

 

이어지는 중원산 등산로는 정상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너덜구간으로 이어진다. 어쩌다 간혹 거대 기암이 보이지만, 이곳 중원산 바위는 거의 다 자연스럽지 못하고 마치 채석장에서 발파작업으로 생긴 바위처럼 하나같이 볼품이 없다.

 

게다가 하늘을 가린 잡목 숲길로 이어지는 답답한 오르막길 등산로는 중원산, 중원폭포, 도일봉 싸릿재, 신점리 조개 골 방면 사거리를 지나 안부에서 잠시 하늘 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다시 중원산 방면으로 이어지는 로프지대를 오르내리며 삐죽뾰족 암릉 지대를 에돌아 저만큼 올려다보이는 암봉에서 가족 산행 일가족이 식사를 했다. 이후 바위에 오르니 그야말로 사방팔방 거침없는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진다.

 

멀리 용문산, 백운봉, 동방산, 중미산, 대부산, 청계산, 어비산, 봉미산, 소리산, 추읍산, 양자산, 도일봉, 용조봉등 일망무제로 한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불던지 오랜만에 산행하며 모자 끈을 조여야 할 정도로 시원함을 만끽했다. 도영 할아버지는 마치 어린 아이처럼 좋아한다.

 

 
이후 점차 더 험해지는 차돌 비슷한 거대 암릉구간을 몇 차례 반복해 에돌아 중원산 정상(800m)에 올랐다. 일행들과 함께 용문산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용계계곡(조계골계곡) 방면 하산로 그늘에 제비처럼 모여앉아 즐겁게 점심을 먹으며 모처럼 편안한 가을 산행 이야기를 나눴다. 하산길에 들어 "신점리 용문 주차장" 이정표(쉼터)까지 이어지는 밧줄 지대를 지나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용계계곡(조계골계곡) 하산구간 역시 더널길로 이어진다. 계곡에 물은 흐르지 않고 바위 속으로 시냇물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조금은 지루한 하산이 이어지다 조 계꼴 계곡 함수지점에 들어서서야 드디어 시원한 계곡물이 흘렀다. 일행들은 잠시 하산 멈추고 족탕을 즐기는데 나와 갑장인 바람 님은 내친김에 등목을 했다.
 
그렇게 등목을 즐기는데, 내 발을 내 한뼘 정도되는 산천어들이 자꾸 톡톡 건드리며 간질간질 입질을 해댔다. 하도 여러 마리 산천어가 쿡쿡 찔러대는 바람에 웃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신비스러운 산천어 체험을 하며 신접리 한옥 마을 지나 용문산 주차장에 도착하며 이날 중원산 산행을 마쳤다.   
 
그리고 용문산 방면 산행 때면 늘 들르는 "황해식당"에서 시원한 맥주에 파전시켜놓고 가벼운 저녁 식사했다. 황해식당 사장님께서 용문역까지 태워다 줘 서울행 출발 장에 서니 마침 전동 열차가 우리 일행을 기다린 것처럼 태우고 곧바로 출발했다. 싱그러운 농촌 들녘을 가로 질러 2시간여 달려 평소 산행 때보다 조금 이른 귀가를 했다.

 

 

 

중원산 (800m)

 

중원산은 경기 양평 용문면과 단월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주능선의 왼쪽에 용계계곡과 오른쪽에 중원폭포와 중원계곡을 끼고 있으며, 계곡에는 기암과 울창한 숲사이로 맑은 물이 흐른다.

 

중원산은 주변에 있는 용문산, 백운봉, 도일봉의 산세와 더불어 웅장한 절경을 이루어 경기의 금강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중원산은 소나무와 바위봉우리가 조화를 이루고 중원폭포계곡의 머루, 다래 밭이 유명하다.

 

산행은 주차장에서부터 시작한다. 계곡을 따라 10분쯤 오르면 중원폭포가, 40분쯤 더 가면 치마폭폭포가 있다. 정상에 서면 도일봉과 용문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교통편 : 중앙선 전철을 타고 용문역에 하차하여 >용문 버스터미널에서 1일 6회 운행하는 중원폭포행 시내버스 이용 (20분 소요) 종점에 하차하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 산행일시 : 2011년 9월 4일(일요일)

◉ 산행코스 : 상현리마을 주차장 = 중원폭포 = 4거리안부 = 중원산정상 = 용계계곡 = 신점리한옥마을

                  = 용문주차장             

◉ 산행인원 : 6명

◉ 산행시간 : 6시간 널널 산행

 


태그:#중원산, #중원계곡, #용문산, #백운봉 , #추읍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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