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이 최상의 칭찬이다."

그레고리 웨이드 RIM(리서치 인 모션) 동아시아 총괄 사장이 5일 삼성전자에서 최근 발표한 모바일 메신저 '챗온'을 겨냥해 한 말이다. RIM은 이날 오전 서울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최신 스마트폰인 '블랙베리 볼드 9900' 발표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 웨이드 사장은 "그동안 '블랙베리 메신저 서비스(BBM)'가 강점이었는데 삼성이 자체 메신저를 개발해 경쟁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BBM 외에도 차별화할 것 많다"면서 오히려 "모방이 최상의 칭찬이다, BBM이 창의적 메신저여서 모방이 나온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삼성 메신저를 사실상 '모방 제품'으로 깎아내린 셈이다.

RIM은 지난 2003년부터 블랙베리 사용자끼리 문자 메시지나 파일 등을 무료로 주고받을 수 있는 메신저 서비스를 해 왔다. 지난 2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2011(국제가전전시회)에서 '챗온'을 처음 공개한 삼성은 블랙베리 메신저와 카카오톡 같은 범용 메신저를 토대로 자체 메신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다만 챗온은 BBM과 달리 삼성 스마트폰이나 피처폰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는 타사 스마트폰이나 애플 아이폰, 블랙베리 등 경쟁사 제품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블랙베리 역대 최강"... 오바마폰 명성 되살릴까

한때 '오바마폰'이라 불렸던 블랙베리는 업무용으로 최적화된 독자 운영체제(OS)와 자체 메일, 메신저, 캘린더 서비스로 인기를 끌어 전 세계 가입자가 6700만 명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기업인을 중심으로 일부 마니아층을 확보했지만 국내용 애플리케이션 부족, BIS(블랙베리 인터넷 서비스) 추가 요금 부담 때문에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에 웨이드 사장은 "한국 시장에서 블랙베리가 성공 못했다는 건 가설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이날 국내에 처음 공개한 블랙베리 볼드 9900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블랙베리 제품 중 가장 우수하다"며 한국 시장 판매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는 19일 출시 예정인 볼드 9900은 키보드뿐 아니라 화면 터치 기능도 제공해 쿼티 자판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 입맛에 맞췄고 두께 역시 10.5mm로 지금까지 나온 블랙베리 중 가장 얇다. 또 테두리를 아이폰4처럼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사용해 고급화했고 1.2GHz 프로세서를 사용해 페이지 로딩 속도가 40% 이상 빨라졌다고 한다. 

프랑스와 마히우 RIM　동아시아 제품 총괄 이사는 "한국에 기술이 뛰어난 경쟁사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볼드9900은 RIM에서 내놓은 어떤 제품보다 탁월하다고 단언한다"면서 "한국 시장에서 선두를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밝혔다.

국내에 블랙베리를 독점 공급해온 SK텔레콤 역시 이번엔 소셜커머스업체인 티켓몬스터와 함께 예약 판매를 진행하는 등 평소보다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눈치다. 해외 출시 시점과 수개 월씩 격차를 보였던 지금까지와 달리 볼드 9900은 해외와 마찬가지로 올 여름 시즌에 맞췄다. 

다만 1만2000원에서 절반 이상 떨어지긴 했지만 블랙베리 사용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BIS(블랙베리 인터넷 서비스) 요금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더구나 이날 티켓몬스터에 게시된 볼드 9900 출고 가격은 번호 이동시 77만 원(기변 보상시 80만3천원)으로 갤럭시S2 같은 프리미엄급과 큰 차이가 없다. 월 4만5000원 요금제 가입시 24개월 동안 매달 기기값 1만2000원 정도를 내야 하는데다 BIS 요금도 월 5500원씩 추가 부담해야 한다. 

독자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블랙베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공세에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에 웨이드 사장은 "연구 개발과 디자인에 많은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기초가 튼튼해 내부적으로 오히려 굉장한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애플리케이션 숫자 열세에 대해서도 "앱 개수는 3만5000개 정도지만 하루 300만 건씩 내려 받고 있고 총 다운로드 건수가 10억 건에 달할 정도로 사용빈도가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