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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석투성이 여름보충 출석부 'ㄱ고교' 방학보충 출석부. 아이들이 돈을 내고 듣는 수업이지만, 강제로 수강하게 하는 것이 이러한 부작용을 낳는다. 학교의 강압에 못이겨 억지로 수강신청을 하지만, 돈은 돈대로 없어지고, 학생들은 수업에 안 나오는 경쟁교육의 악순환.

우리는 흔히 '의도'와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경험한다. 교육정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가령 부모와의 반목으로 탈선한 청소년이 그 부모가 의도한 교육의 결과는 아닐 것이다. 또 카이스트의 과도한 경쟁체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지만 그 체제를 만든 사람이 일부 학생들의 우울증과 자살을 의도했겠는가. 그래서 정책 결정자들은 의도의 순수함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결과가 그 의도와 달리 나타날 수 있음을 아울러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한국교육의 고질적 병폐인 이른바 '보충', '야자(야간자율학습)' 등 방과후 학습에 대한 논란의 해법도 이러한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 공부를 시키려는 의도가 아무리 강해도 학생들의 학습효율이 그에 미치지 못하기에 학습 동기를 높이고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래서 보충이나 야자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동기 및 의욕을 높여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참여를 원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배움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여 사회적으론 문화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정규교육과정 외 방과후학습을 학생들에게 강제로는 실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인천 학습선택권보장 조례'를 둘러싼 담론화는 주목할 만하다. 인천지역언론은 물론, 중앙언론에서도 이를 보도하기 시작했는데, 인천시의회에 발의되어 오는 9월 중순에 시의회에서 제정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이는 조례안답게 인천 시의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활발하다. 인천일보에 기고된 시의원들의 주장을 보자.

 

가령 "성적으로 명문대학 가는 것만을 좋은 교육이라 생각하는 우리 교육의 아픈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거나 "밤늦게까지 대학입시에만 매몰돼 다양한 삶의 가치관을 상실"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 시의원의 주장은 철학적으로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해 "자녀교육에 관심을 둘 수 없는 부모를 둔 학생들은 길거리, 놀이터, 공원 등지를 배회하거나 아무도 지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사교육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을 늦은 밤까지 학교가 데리고 공부를 시키는 것"이기에 조례제정에 반대한다는 또다른 의원의 주장도 현실로부터 출발한 고민이기에 경청할 만하다.


야간도적학습? A학교 학급 교실에 붙어있었던 시정표 하단. 어떤 학생이 일부분을 수정액으로 지웠음직한 게시판 글을 보고 있으니, 한국의 경쟁교육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오면서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원래 내용은 '야간 자기주도적학습'.

문제는 학교현장에서 나타나는 결과는 이 두 의원들의 현실분석과 정책의도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학교현장에선 학생들이 체력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긴 학습노동으로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효율이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학생들의 선택에 맡기면 누가 공부하겠냐는 이분법적 시각이 있지만 학생들이 공부를 자기주도적으로 하게 하는 것 또한 교육자가 감당해야 할 책무가 아닐까.

 

다만 아이들이 사교육시장이나 유흥가로 내몰릴 가능성은 확실히 커진다. 그렇다면 조례 제정 후 인천시와 교육청은 인천의 청소년 교육·문화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 것이며 유해문화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에 대해 생산적으로 고민하고 해답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그 고민과 해답찾기 대신 학생들을 밤늦게까지 학교에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견해는 전인교육 측면에서도, 학습효율 측면에서도 동의하기 어렵다.

 

한편,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는데 이 조례가 '학원 교습시간 조례'와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이 조례 제정을 통해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사교육이 완화되기 위해서는 학원수업도 일찍 끝나게 하는 등 사교육 경감 해결에 대한 의지와 정책이 있어야 하는데 시의회 교육상임위에서 학원 교습시간을 상대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는가. 조례 제정의 의도가 '공교육 정상화'라면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다. 시의회는 입시경쟁이 온존하는 상황에서 사교육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점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학습선택권을 존중하는 조례제정은 시대적 요구다. 다만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교육 문제나 학벌사회는 조례 하나로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 점은 교육계가 더욱 섬세하게 후속 정책을 준비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 인천일보에 실린 내용을 보완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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