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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의 하늘은 더 맑고 깨끗하다고 했던가? 남해로 떠나는 지난 7월 2일 창밖은 초록과 파랑 그리고 흰색으로 뒤덮인 세상이 펼쳐진다.

땀으로 온몸을 적실 듯 폭염으로 기온은 후끈후끈 달아오르지만 차안에서 보는 세 가지
풍경이 만들어주는 풍경은 그 더위를 잠시 물러나게 한다. 아, 이게 여행이지...

맑은 하늘
▲ 비온뒤의 하늘 맑은 하늘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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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교각을 지나 드디어 남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섬이었던 남해에 가만히 앉아서 도착하니, 새삼스레 눈앞에 보이는 남해대교의 소중함을 느낀다. '옛날에는 파도의 영향을 받아 울렁이는 배를 타고 남해에 여행을 왔어야 했겠지?'라는 생각만으로 눈앞이 깜깜해진 것이다.

'배타는 게 머가 힘들다고 그러지?'라고 생각하며 웃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배멀미의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어느 만화의 표현을 빌리자면 등가교환이라고 했던가? 대교가 건설됨으로써 남해로의 접근성이 편해지고 그로인해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남해로 찾는 여행객들은 많아졌지만, 남해주민들은 줄어들었다. 대교건설 전 인구가 약 14만에 육박했던 것에 비해 지금 현재 남해의 인구는 약 5만까지 줄어든 것이다. 이렇게 전입인구에 비해 전출인구가 많아지면서 남해주민들 중 일부는 대교가 건설되지 않았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교로 인해 접근성이 편리해짐으로써 범죄가 늘었고, 자연파괴문제도 종종 발견된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남해대교가 추가적으로 하나 더 건설될 예정이고, 남해와 여수를 연결하는 대교도 건설된다고 하니, 남해에게 대교는 큰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듯하다. 대교가 완성되는 날이 오면 남해로의 접근성은 더 용이해질 것이고, 더 나아가 남도 여행을 가깝게 해줄 것이다. 단, 앞으로 남해가 섬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주는 사람은 점점 사라질 테지만...

남해주민들의 많은 것을 바뀌게 한 남해대교
▲ 남해대교 야경 남해주민들의 많은 것을 바뀌게 한 남해대교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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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다랭이 마을이 눈앞에 보인다. 다랭이 마을, 단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긴 풍경만으로 사나이의 가슴속에 설렘을 안겨주었던 그곳, 황금빛 다랭이논과 남해의 푸른 바다의 어우러짐은 뇌리 속에 박혀 잊히지 않았다. 그렇게 남해 가천 다랭이 마을을 만났다.

처음 만난 다랭이 마을의 느낌은 화려했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다랭이논과 남해바다의 곳곳에 관광지로 변해버린 마을에 미친 손길이 보인다고 할까? 예전에 비해서 많이 변해버린
마을의 모습으로 인해 함께 여행한 사람들의 아쉬운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인위적인 느낌이 약간 더해졌지만 다랭이 마을의 풍경은 아름답다고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그 풍경을 조금 더 가까이서 만나기 위해 폭염에 땀을 뻘뻘 흘리며 45도 가까이 되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스레 걷는다. 꽃과 나무, 풀이 하나가 되어 다랭이 마을로 구석구석 아름다운 모습이 가득하다. 그 가득한 아름다운 중 가장 빛나는 곳은 해안절경산책로가 아닐까?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가 마주선 커다란 바위, 그 곳에서 만나는 풍경... 왼쪽으로는 폭포와 함께 다랭이논들이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시원한 해안의 절경이 펼쳐진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푸른빛에 반해버리지 않을까?

다랭이 마을 09년도 사진
▲ 다랭이 마을 09년도 사진 다랭이 마을 09년도 사진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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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랭이 마을 사진
▲ 최근 다랭이 마을 사진 최근 다랭이 마을 사진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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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닥 투닥 투닥, 여기저기 뜀박질 하는 아이들의 발소리가 다랭이마을 전체에 울린다.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이 바위 저 바위를 아장아장 뛰며 시원한 바다를 향해 달린다. 무더위를 잊으려는 듯 바위 주변에서 물을 향해 뜀박질을 할까 말까? 망설이며 천천히 바다로
다가간다.

그러다가 위를 보며 "엄마, 여기, 여기가 예뻐"라며 부모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자연 그대
로의 아름다움을 직접 느끼는 것은 아이들이 최고인 것 같다. 꾸며짐도 특별한 의미도 없이 그대로 보이는 것을 받아드리니 그런 것 아닐까?

한 치의 과장도 꾸며짐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행을 하는 것, 그것이 내 여행의 로망이다.

다랭이마을
▲ 다랭이마을 다랭이마을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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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랭이마을
▲ 다랭이마을 다랭이마을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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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랭이논과 푸른바다를 뒤로하고 이제 다음 여행지인 남해 독일마을로 향한다. <환상의 커플>, 그리고 <1박2일>로 더 유명해진 독일마을, 그 유명세로 인해 이름은 자주 들어봤지만 대중교통으로 접근성의 어려움으로 인해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드디어 간다는 생각에 몸은 절로 들뜬다.

독일마을로 도착하니 주황색 지붕에 하얀 벽을 가진 집들이 마을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남해의 절경과 어우러지며 독일의 분위기는 이렇다며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원래 독일마을은 독일거주 교포들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삶의 터전을 제공해주고, 독일의 이국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관광지로 개발되어 조성된 공간이라고 한다.

숙박지와 독일문화 체험이라고 하지만 도착해서 본 독일마을의 모습은 너무 많은 숙박지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독일풍의 펜션들이 독일마을 곳곳을
꾸미고 있었으며 마을을 걷는 내내 더 많은 펜션이 만들어 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현상은 <1박2일> 남해여행 편에서 독일마을의 모습이 티비에 방영된 후라고 한다. 역시 대한민국의 관광을 이끄는 선두주자라서 그런 걸까? 방영 후 수많은 사람들이 남해독일마을을 찾았고 그로 인해 많은 펜션들이 건설되고 있다.

하지만 '펜션들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저마다 특이하고 개성을 살린 컨셉으로 인해 본연의
독일 마을 모습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단, 발아래로 보이는 바다와 어우러진 이국적인 독일마을의 분위기는 참 매력적으로 유럽여행을 꿈꾸는 여행자들이 유럽분위기를 스케치해보기에 좋은 곳인 것 같다.

독일마을
▲ 독일마을 독일마을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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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마을
▲ 독일마을 독일마을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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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남해여행을 하면서 문득 느낀 것이 있다. 하나의 여행지가 개발되어 유명해지면 그 여행지로 많은 사람들이 찾기 때문에 겪게 되는 변화가 많다는 것이다. 깔끔하게 정돈하고 꾸미는 것이 정답은 아닌데, 너무 현대적으로 화려하게 외향만을 바꾸어 허울만 좋게 만드는 곳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느낌은 없애버린 채...

이번 여행에서 다랭이 마을의 줄어든 다랭이 논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고, 남해 독일마을의 수많은 펜션들을 보며 약간의 우려를 하듯 무분별한 개발이 아닌 특징은 보호하고 유지 하는 그런 여행지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그 여행지의 본연의 분위기를 보호하고 유지시켜간다면 '점점 더 매력적인 여행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기재된 글입니다.



태그:#남해여행, #독일마을, #다랭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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