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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성나라당사' 주민들과 MB씨, 그리고 형호, 혀니 형님들께

대학생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2010년 7월 20일 오후 국회에서 "성적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하며 진땀을 흘리고 있다.
 대학생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2010년 7월 20일 오후 국회에서 "성적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하며 진땀을 흘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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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파르스름한 립스틱을 바른 서늘한 입술을 들이밀며 뜨겁게 달아오른 여름의 입술을 더듬는군요. 이내 가을이 여름의 무릎을 베고 아양을 떠네요. 잠시 후에 '다 주는' 일이 일어나겠지요? 뭐 다른 거 있습니까. 세상의 이치가 다 그런 걸요. 남녀상열지사! 하하하. 잠시 후 여름이 옷을 벗고 떠난 자리에 가을이 알몸으로 누워 우릴 유혹하겠지요.

이번에 우리 국회에서 보여주신 '성나라당사' 주민 여러분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거기에 더하여, 이미 오래 전부터 사돈이신 MB씨께서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신 사랑도 잊지 않고 감사드립니다. 사돈께서도 전력이 있으시잖아요. "못 생긴 여자가 서비스가 좋다" 얼마나 명언입니까. 좀 됐죠? 후보 시절이시니까. 하여튼 그런 것이 다 밑거름이 되어 이번에 제가 살아난 거죠. 감사드립니다.

형님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형호 형님의 변호는 정말 제가 형님을 잘 두었구나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짠합니다. 형호 형님은 직접 저를 두둔해 주신 분입니다. "여러분, 강용석 의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요?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예, 성경을 유효적절하게 사용하신 형님은 멋쟁이! 예수님도 울고 갈 정도였어요.

아마 예수 골수분자도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예수의 가르침을 이용하여 절 두둔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형호 형님은 신앙심이 두터우시다 보니, 용서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신 거죠. 형님은 김영삼 전 대통령 일까지 거명하셨다면서요.

"김영삼 총재 징계의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실 것입니까? 이 정도 일로 제명한다면 우리 중에 남아있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침묵하는 다수 또는 소수의 목소리를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면 선배로서 해야 합니다. 저를 위한, 여러분을 위한 변명이기도 합니다."

'이 정도 일' 맞아요. 아니 이 정도 일로 성희롱 공화국에서 국회의원을 자를 수 있나요? 암요. 아니죠. 제가 뭐라 했습니까? 지난해 7월에 아나운서를 하겠다고 야무진 뜻을 품고 있는 여대생들과 술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질문과 답이 오갔고,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몇 마디 던졌거든요. 생각해 보세요. 그때 제가 한 말이 뭐 그리 잘못되었는지.

"남자는 다 똑같다. 그날 대통령도 너만 쳐다보더라. 옆에 사모님만 없었으면 네 번호 따갔을 것이다.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남자는 다 성희롱 좋아하잖아요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던 최연희 의원.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던 최연희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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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제가 틀린 말했어요? MB씨도 이미 전력이 있고 해서 걸고 들어간 거죠. 반반한 여학생에게 한 말이거든요. 아나운서뿐 아니라 여성들이 예뻐야 출세하잖아요. 그래서 요새 성형이 얼마나 유행해요. 그런데 그 여학생은 참 섹시하더라고요. 그래서 남자다운 발언 한 번 했는데, 성나라당사에서 방 빼라고 하더라고요.

혀니 형님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성나라당사 사무총장으로 일하실 때였죠? 2006년이었으니까. 원래 언론계가 그렇잖아요. 반반한 애들이 많아요. 혀니 형님은 일간지 여기자를 성추행하셨죠. 저보다 백배 더 추앙받으실 분이에요. 전 그저 성희롱 발언인데, 혀니 형님은 그 연륜에 걸맞게 성추행이었으니 말예요.

그때 혀니 형님은 방 빼랄 때까지 기다리시지 않고 용감하게 먼저 숙소에서 뛰쳐나가셨죠. 정말 그때 전 감동 먹었어요. 어찌 그리 용감한 행동을 하실 수 있는지. 제가 아직 일 년 차니까. 배울 게 많아요. 비록 제게 방을 빼라고 하셨지만 성나라당사 주민들과 형님들 은혜는 잊지 못할 겁니다.

또 지섭 형님, 성나라당사 주민 대표시절 일간지 연재소설에 대한 발언, 성수 형님도 전 주민대표 시절 '자연산' 발언, 참 우리 성나라당사 출신들은 이런 면에서는 탁월한 귀재들이예요. 저도 잠깐이긴 하지만 성나라당사에서 살았던 시절이 행복했어요. 성나라당사 출신인 게 자랑스럽고요. 다 형님들 보고 배워 그런 건데 국민들은 그걸 몰라주더라고요. 하지만 다 과거입니다.

우리나라는 야한 성희롱 공화국이잖아요. 이번에 유감없이 우리 공화국의 면모를 만천하에 드러낸 국회의원 여러분, 특별히 제가 예전에 숙소로 사용했던 성나라당사의 주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그 숙소에서 쫓겨날 때는 이런 날이 올 것이란 생각을 전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성나라당사 주민들을 오해하고 원망하기도 했거든요.

국민 여론을 의식하여 그땐 그러셨던 것이란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때 속상해 하고 불만을 터뜨렸던 거 용서해 주세요. 이제 일 년 차다 보니까 그 물에서 닳고 닳은 형님들의 속 깊은 생각을 미처 몰라 날뛰며 불만을 날렸던 거죠.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성나라당사 주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번에 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도록 백방으로 힘써 주신 것에 대하여 은혜를 잊지 않고 앞으로 성나라당사의 주민 여러분과 형님들의 뜻을 잘 받들어 열심히 살겠습니다.

우리 성희롱공화국의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지탄과 뭇매도 이번 일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우리 국회의 특징이 국민 뜻은 무시하고 가는 거잖아요. 제가 국회에 들어 온 지 얼마 안 됐어도 그건 벌써 눈치 챘습니다. 제가 하버드 출신 아닙니까. 눈치 하난 9단이죠.

국민들이 뭇매를 들고 매스컴이 연일 때릴 때부터 이미 깨달았습니다. 아, 이러다가 내가 이름 날리고, 멋진 국회의원으로 거듭나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역시 그렇게 되고 보니 감개무량합니다. 예쁘고 섹시한 여자를 보고 그런 말 했다고 절 죽일 놈처럼 대하는데 그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이젠 다 과거가 되었네요.

아직 사법부 아이들이 이 사건을 가지고 왈가왈부합니다만 그것도 성나라당사 주민들과 MB씨, 그리고 든든한 형님들 계시니 잘 될 것이라 봅니다.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선고해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지만 계속 든든한 형님들 믿고 열심히 싸우다 보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월 30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성희롱 국회의원 퇴출·강용석 의원 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아나운서연합회, 민언련, 여성단체연합, 성폭력상담소 등  언론·여성단체 회원들이 강 의원 사진에 '레드카드'를 붙이며 '국회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5월 30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성희롱 국회의원 퇴출·강용석 의원 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아나운서연합회, 민언련, 여성단체연합, 성폭력상담소 등 언론·여성단체 회원들이 강 의원 사진에 '레드카드'를 붙이며 '국회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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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국회에서 보여 준 의리도 있고 한데 사법부 아이들도 다시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찬성 112표, 반대 134표, 기권 6표, 무효 8표가 어디 가겠어요? 가결 요건인 재적의원 3분의 2(198명)에 못 미쳐 부결됐는데 알아서 기겠지요. '방탄 국회', '제 식구 감싸기', '대통령 사돈 지키기' 예, 전 믿어요. 그러다 보면 세상 사람들도 알아 줄 날이 온다는 것을.

하도 국민들이 떠들썩하니까 '30일 국회 출석정지'라는 카드를 내밀어 저를 지켜 주신 성희롱공화국 국회의원들의 센스를 높이 치하하는 바입니다. 다 사돈어른과 성나라당사 주민 여러분 그리고 형님들 계시니 그런 거죠. 한 달 간 국회에 들어갈 수 없는 거야 이미 국회에 잘 안 갔었으니까 괜찮고요.

수당이나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등을 절반만 받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제가 변호사로 번 돈이 있으니까 한 달 견디는 거야 식은 죽 먹기입니다. 일 년이라도 넉넉히 버틸 수 있는데요. 뭐.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사과며 밤, 포도 등도 익어가는 가을입니다. 좀 있으면 그들도 '다 주는' 때가 오겠지요. 추석도 얼마 안 남았고요. 저는 결코 다 줄 수 없지만 형님들이 저에게 이미 '다 주셔서' 좋은 결과가 온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성희롱 발언에 앞장 설 저를 기대하고 밀어주세요.

안녕히 계세요.

성희롱공화국 국회 마스코트 강성희롱 올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말 그대로 풍자입니다. 해학으로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태그:#강용석,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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