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세종대 학생식당에서는 생일상도 차려 준다.
 세종대 학생식당에서는 생일상도 차려 준다.
ⓒ 류소연

관련사진보기


개강이 눈앞에 다가왔다. 학교에 매일 다니려니 또 다시 생활비가 걱정이다. 매끼 밥을 사 먹어야 하고, 밥 먹은 후에는 커피도 한잔씩 마셔야 한다. 스타벅스, 탐앤탐스, 할리스, 이디야…. 학교 앞에는 커피전문점도 자꾸만 생겨난다. 이번에 새로 지어진 우리 학교 건물에는 더 많은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들어왔다고 한다. 친구들은 벌써부터 거기를 가보자고 난리다.

대부분의 대학교에는 이렇게 상업시설들이 들어와 있다.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사먹는 것은 학교 밖보다 더 저렴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은 많은 학생들이 한번쯤 품어봤음직한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저렴하고 질 좋은 복지 서비스가 제공되는 학교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보았다. 그곳은 바로 세종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이다. 8월 24일, 세종대 생활협동조합 기획관리팀 조직담당 손용구씨가 취재를 도와주었다.

세종대 학생복지의 사업주체가 대학본부에서 학생복지위원회로 넘어온 것은 1987년이다. 그 이후 2001년 5월에 생활협동조합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져 생협법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세종대 생협에서는 학교 안에 있는 복지시설 전반을 운영하고 있다. 상업시설이 들어선 신축 학생회관이 생기기까지는 학교 내 복지시설 전부를 운영했다고 볼 수 있다. 학교 안에 있는 식당 4곳, 매점 5곳, 카페 2곳을 운영하고 있고, 자판기 사업, 도서관 사물함, 학교 안의 물품대여사업도 진행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생활문화사업과 학교 안에 있는 여행사, 화장품점, 이발소 등 임대관리사업도 하고 있다.

 메뉴개발위원회, 사랑나눔위원회 등에서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메뉴개발위원회, 사랑나눔위원회 등에서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 류소연

관련사진보기


댓글로, 트위터로, 학생들이 참여해 만드는 학생복지

원래 생협법에 의하면 생협 조합원만 이 같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라는 공간의 특성상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개방하는 대신, 조합원에게는 다른 혜택을 준다. 예를 들면 이용금액을 적립해주거나 도서관 사물함 이용료를 할인해주는 식이다.

"(도서관 사물함 이용료가) 조합원은 5000원, 비조합원은 15000원입니다. 조합원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서 가격을 다르게 정했지요. 또 추석귀향버스를 이용할 때도 50% 할인하고 있구요."

전체 학생 중 조합원 수는 4500명 정도로 45% 정도 된다. 학교 캠퍼스 안에서 만난 몇몇 학생들은, 식사를 대부분 학교 안 식당에서 해결한다고 했다. 기자가 생각한 '값싸지만 맛없고 배부르지 않은 학교 식당'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기자가 알고 있는 다른 학교 학생들은 돈이 없을 때, 즉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 주로 학교 식당을 찾는다. 그러나 세종대 학생들에게 학교 식당은 그럴 때만 찾는 존재가 아닌 것 같았다.

이렇게 세종대 생협이 활성화된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손씨는 자율적인 조합원 활동이 많이 보장된다는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식당 출입구의 노트. 학생들의 의견과 그에 대한 생협 직원들의 댓글이 눈에 띈다.
 식당 출입구의 노트. 학생들의 의견과 그에 대한 생협 직원들의 댓글이 눈에 띈다.
ⓒ 류소연

관련사진보기


"저희 학교가 민주화되었을 당시, 학교가 운영에 개입을 안 하고, 수입만 높이려 하기보다는 학생들 전반의 복지나 여러 가지 생활문화 활동에 대한 영역들을 많이 개발하려 노력했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줄여야 하고 인력을 줄이다 보면 최소한의 관리 정도밖에 못하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생활문화 활동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있고, 매장 담당자, 식당 영양사 분들이 계셔서, 학생들과 함께 의논하고 기획하고 실천합니다. 이런 것들에 신경을 쓰고 노력하다 보니 그런 소리(운영이 잘된다는)를 많이 듣지 않나 생각합니다."

실제로 학교 곳곳에서 생협이 학생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또 실제로도 원만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식당 출입구에는 노트가 놓여져 있어 학생들의 느낌이나 요구사항을 적을 수 있다. "바베큐폭립 맛있어요", "김치가 500년 됐네요", "채식 맛있어요~ 건강해지는 느낌" 등 식사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세종대 식당에서는 채식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월요일마다 채식 메뉴를 제공한다).

이러한 학생들의 의견이나 느낌에 대해 생협 직원들은 일일이 '댓글'을 달아 준다. 직원들과 학생들 사이에 유대감과 소통이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한 남학생 A씨는 "게시판이나 SNS(트위터 등)로 가끔 생협에 의사타진을 해요. 생협에서 사물함도 하고 있거든요. 그런 시설 이용에 있어서 불편한 점을 말하면 바로 와서 고쳐줍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지적 사항도 바로바로 반영하기 때문에 질 좋은 식사가 만들어지고, 학생들의 만족도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었다.

교내 편의점 교내 편의점의 음료수 가격은 일반 편의점의 60% 수준이다.
▲ 교내 편의점 교내 편의점의 음료수 가격은 일반 편의점의 60% 수준이다.
ⓒ 류소연

관련사진보기


삐걱거리기 시작한 학교와 생협의 '공생관계'

생협에서 운영하는 식당과 편의점은 가격도 저렴하다. 일례로 일반 편의점과 교내 매점의 음료수 가격은 40% 정도 차이가 난다. 생협은 수익사업을 벌이는 기관이 아니라 학생복지의 실현을 돕는 기관이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다. 생협의 활동은 비싼 등록금을 낸 학생들이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게 하기 위한 활동이다.

생협에서 올린 수익은 복지기금으로 재투자된다. 예전에는 이것을 장학금으로 지급했으나, 낙후된 복지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복지환경개선기금을 적립하는 것도 학교 측과 협의되었던 사항이라고 한다. 이렇게 볼 때, 학생 복지라는 측면에서 대학 내에 상업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신축 학생회관에 상업시설이 들어선 후부터 세종대 생협은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

학생회관 세종대 정문에 있는 신축 학생회관에는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 학생회관이 생기고 나서 생협은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
▲ 학생회관 세종대 정문에 있는 신축 학생회관에는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 학생회관이 생기고 나서 생협은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
ⓒ 류소연

관련사진보기


학교 측과의 원만하던 관계가 깨지고 생협 활동이 위협받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였다. 2009년 주명건 전 이사장이 추천한 이사회가 구성되면서부터 생협과 학교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주명건 전 이사장은 2004년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에서 공금횡령 등의 비리가 드러나 물러났던 인물로, 지난 6월에 다시 정이사로 선임되었다.

2009년 10월 대학본부는 생협이 방만하다 하여 감사를 실시하였고, 이후 12월 교내 전체 복지시설에 대한 입찰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하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서명운동과 조직적 반발이 이어지자 대학본부는 생협이 운영하던 복지시설을 제외한, 신축 학생회관에 대해서만 입찰을 진행하였다(2009년 이전까지는 신축학생회관의 설계와 매장운영에 대해서 생협과 학생회, 대학이 함께 준비해왔다고 함).

대학본부는 2010년 7월 식당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에 대해 운영권을 넘기라고 요구하였으나 생협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학생회에서도 대학본부의 요구가 실질적인 '생협 죽이기'라고 반발하며 2차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후 대학본부는 11월 21일 생협에 약정해지를 통보하고, 2011년 4월 13일 생협을 상대로 시설을 넘기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손씨는 법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언급했다. 사립학교 운영 문제를 공공재 혹은 공적 영역에서 보지 않고 단순하게 재산권 문제로만 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것이다. 사립학교 운영에 대해 국가 지원도 받고 있지만 공공성에 대한 의무는 없다. 그리고 많은 부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지만 이를 학교법인의 재산권 행사로 보기 때문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1심 재판 판결을 앞두고, 손씨는 소송에 지더라도 앞으로 계속 싸워야 한다고 했다.

"생협은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학생들 자신도 자기의 복지 실현을 위해서 싸운 과정이 있었어요. 외부 업체에 식당을 내준 적이 있지만 밥도 비싸고 밥도 맛없으니 학생들이 가서 식판 엎고 불매운동하고 그랬던 거죠."

등록금 투쟁에 더해서 요구되어야 할 것이 복지

 세종대 정문에서는 매일 1인시위가 벌어진다.
 세종대 정문에서는 매일 1인시위가 벌어진다.
ⓒ 류소연

관련사진보기

세종대 생협을 지키려고 하는 이 싸움의 의미는 무엇일까. 세종대 생협이 없어지면 다른 학교에서도 수익사업을 위해 생협을 없애려 하는 움직임이 생길 것이다. 손씨도 "(세종대 생협이 사라지는 것이) 대학 복지가 쇠퇴하고 대학 상업화가 가속화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다"고 했다.

많은 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상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손씨는 학생들이 더 절박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복지를 실현하는 것은 결국 학생들의 힘이라는 것이다.

"굳이 '주인의식'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아주 극히 자본주의적 논리를 들 수 있잖아요. '내가 돈을 냈으니 내 것'이라는 의식 말입니다."

예를 들자면, 학생들이 쉴 수 있는 휴게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 학교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런 시설들을 갖추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복지 예산을 요구해야 한다. 등록금 투쟁을 통해 등록금을 낮추자는 요구가 일어났지만 거기에 더해서 요구되어야 할 것이 복지라는 것이다.

또 이는 대학 복지의 측면뿐 아니라 대학 내 민주적 의사결정체계를 정립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데도 의미가 있다. 대다수 학생들이 요구하고 있고 총회에서도 결의된 내용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 권력의 폐쇄성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과정으로서도 세종대의 싸움은 의미가 있다.

작년에 5185명이 생협을 살리기 위해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전체 학생의 절반이 넘는다. 학생들은 위원회 활동이나 아침 선전전 등에서도 생협과 연대하고 있다. 1학기 학생총회 때도 생협퇴출반대를 압도적인 찬성으로 의결하였다. 세종대 학생들에게는 생협을 지켜야 한다는 자발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생협이 없어지면 학생들이 손해를 본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생협이 없어지면 우선 밥값도 올라가겠지요. 그리고 생협이 학생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게 보이거든요. (그런 점 외에도) 학교에서 생협을 없애려는 이유도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생협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캠퍼스에서 만난 한 남학생의 말이다.

1심 판결 결과, 대학 승소
1심 판결 결과 학교 측이 승소하였다. 앞서 6월 24일에는 명도대상(생협 시설)에 대한 현장확인이 진행되었다. 7월 5일 법원은 대학본부와 생협에 조정의사가 있는지 확인하였고, 이때 생협은 조정할 의사가 있다고 하였으나 대학본부는 조정의사가 없다고 하여 합의조정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8월 11일 심리 후 9월 1일 판결선고가 이루어졌고, 대학본부 측이 승소하였다. 생협은 9월 8일 오후 6시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소집해 항소하기로 결정했다.

 세종대 학생식당 라운지.
 세종대 학생식당 라운지.
ⓒ 류소연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 류소연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