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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2011년 <오마이뉴스> 지역투어 '시민기자 1박2일'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기존 '찾아가는 편집국' '기사 합평회' 등에 더해 '시민-상근 공동 지역뉴스 파노라마' 기획도 펼쳐집니다. 맛집, 관광지 등은 물론이고 '핫 이슈'까지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지역의 희로애락을 낱낱이 보여드립니다. 8월 지역투어 지역은 강원도입니다. [편집자말]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8월 26일 오후 강원 평창군 방림면의 한 펜션에서 진행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박 2일 강원도 투어 행사에 참석해 시민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8월 26일 오후 강원 평창군 방림면의 한 펜션에서 진행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박 2일 강원도 투어 행사에 참석해 시민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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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서 평창까지 직접 오신다고요?"

깜짝 놀랐다. 8월 26일 오후 7시 강원 평창군 방림면의 한 펜션에 차량이 들어섰다. 차에서 내린 이는 최문순(55) 강원도지사였다. 금요일 밤 춘천시 도청 집무실에서 111km 떨어진 평창 산골까지 2시간을 달려온 것이다. 그것도 <오마이뉴스> 강원 지역투어 '시민기자 1박 2일'에 참가한 시민기자들에게 인터뷰 '당하러' 말이다.

최 지사는 소탈했다. 그는 시민기자들과 함께 딱딱한 나무 의자에서 앉아 저녁으로 곤드레나물밥을 먹었다. "이런 자리에 술이 빠지면 안 된다"며 직접 막걸리병을 들고 다니며 시민기자들의 잔에 일일이 술을 따랐다. 기자 지망생 대학생 시민기자들이 앉은 자리로 직접 옮겨 가서는 "학교 선배" "언론사 선배"라며 즉석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최 지사는 솔직했다. 김병기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본부장(편집국장)이 진행한 약 세 시간 동안의 인터뷰. 최 지사는 강원도 현안과 각종 이슈에 대한 시민기자들의 질문에 에둘러 가지 않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활강경기장 설치로 인한 가리왕산 훼손 문제나 알펜시아 리조트 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안을 찾기가 힘들다"고 솔직히 말했다.

"오세훈 대선 불출마, 누가 물어봤나?"

1984년 문화방송(MBC) 기자로 입사한 최문순 지사는 이후 언론노조 위원장, MBC 사장, 국회의원, 강원도지사 등으로 파격 변신을 했다. 그는 "평범한 기자로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며 "내가 나서서 어떤 자리를 먼저 하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 언론 탄압이 진행되면서 (당초의) 인생을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선거 때 자기자랑을 못해서 참모들한테 엄청 혼났다는 말을 들었다. 지사직에 당선된 지 4개월정도 지났는 데 이제 자기자랑 울렁증은 완화됐나?
"지금도 못하겠다. 정치를 잘하면 국민들이 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선거는 짧은 기간 자기를 알려야 하고, 엄기영 후보처럼 인지도가 막강한 사람들과 붙다보니까 자기자랑을 해야 했다. 앞으로 제가 도정을 잘 이끌고 정치를 잘 하면, 도민들이 잘 알아줄 거라고 생각한다."

- 다음 변신은 무엇인가?
"은퇴다. 임기 3년을 채우면 나이가 58세다. 정년퇴직할 나이다."

- 혹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생각은 없나?
"도지사직을 수행하기도 급급하다. 쩔쩔매고 있다. (웃음)"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8월 26일 오후 강원 평창군 방림면의 한 펜션에서 진행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박 2일 강원도 투어 행사에 참석해 시민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8월 26일 오후 강원 평창군 방림면의 한 펜션에서 진행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박 2일 강원도 투어 행사에 참석해 시민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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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무상급식 주민주표 결과와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최문순 지사는 "투표할 때부터 잘못됐다, 첫 단추가 잘못 채워져서 계속 어긋나버렸고, 자신의 정치적 위기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오세훈 시장의 대선 욕심이 표출된 것 같다. 대선 나가고, 안 나가고는 사실 이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없다. (대선 출마 여부를) 누가 물어봤나? 본인 대선 불출마와 무상급식은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런데 대선 생각 때문에 주민투표를 한다는 게 드러나 버렸다. 이로써 본인까지 정당성을 잃고, 아까운 인재가 여러 가지 문제로 낙마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문순 지사는 "사실상 오세훈 시장의 승리"라고 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과 관련, "승자는 서울시민이고, 패자는 오세훈 시장"이라며 "시민의 뜻이 반영된 주민투표를 두고 다른 정치적 해석을 통해 자꾸 비뚤어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강원도 곳곳에서는 이미 무상급식이 진행되고 있다.
"강원 정선군에서는 고등학교까지 전면 무상급식이 아무 문제없이 시행되고 있다. 학생들이 좋아한다. (경제적 기준으로) 학생들을 가를 필요가 없어 선생님이 좋아하고, 급식비를 안 내는 학부모도 좋아한다. 게다가 지역사회 전체적으로 경기가 좋아졌다. 양구군에서도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무상급식이 잘 되고 있는데, 주민투표를 하고 자신의 진퇴까지 걸면 안 된다."

최문순 지사는 "스웨덴에서는 '국가는 국민의 집'이라는 철학을 갖고 모든 국민을 가족처럼 여기고 차별하지 않는다, 서구에서는 완전한 평등과 보편 복지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며 "우리나라 무상급식 논란에서는 정치인들의 철학 부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복지는 계급 타협과 국민통합적 성격이 있는 '보편복지'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26일에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많은 눈길이 쏠린 상황. 최문순 지사에게 누가 서울시장으로 적합한지 물었다. 대답하기가 다소 곤란한 질문. 그는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을 거론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09년 7월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 당시 의원직 사퇴서를 함께 제출하기도 했다. 그의 말이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민주당에서 가장 강직하게 이명박 정부에 대항했다. 민주당 내에서 진보적 색깔이 가장 강한 사람으로, 개혁적이고 원칙적인 부분이 나와 가깝다. 보수 쪽으로 가서 중도층을 안으려 하지 말고, 국민 요구를 명확하게 대변했으면 좋겠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다른 좋은 분들도 많다. 공정한 경선이 이뤄져, 본선에서 한나라당을 꺾었으면 한다."

"가리왕산 경기장 안 지으면, 올림픽 못 한다"

인터뷰는 강원도 현안 문제로 이어졌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 최문순 지사는 "겉만 화려한 개발 논리가 아닌, 진보적 가치를 가지고 올림픽을 치르겠다"며 "평화·흑자·환경·민생·균형 올림픽 등 5가지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매서운 시민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 정선 가리왕산 훼손 문제는 환경 올림픽이라는 원칙과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880m 높이의 3.4㎞ 활강코스가 나오는 곳이 가리왕산 딱 한 곳뿐이다. 답이 없다. 이곳에 활강 코스를 만들지 않으면 올림픽을 못한다. 연구에 따르면, 나무가 적은 쪽으로 코스를 만드는 게 최선이라고 한다. 환경단체와 함께 훼손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

- 어떻게 흑자 올림픽을 달성하고 민생 올림픽을 치를 것인가?
"건물만 화려하게 지어놓고, 올림픽 이후 건물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상황을 막겠다. 시설 투자를 줄이기 위해 쇼핑센터 등이 들어선 상암 월드컵경기장처럼 다목적으로 지을 수 있고, 아니면 기존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 가건물로 짓는 방법도 있다. 또한 올림픽 산업단지를 만들어서 주민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

- 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올림픽 개최 지역의 부동산 거래가 과열되고 있다.
"땅값이 오른 평창군 등 올림픽 개최지 일대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주민들한테 엄청 혼났다. 땅값 올라봐야 주민들한테 해가 되고, 투기 세력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설명했다. 이제 주민들도 이해한다. 투기에 단호히 대처하겠다."

최문순 지사는 알펜시아 리조트 부채 문제를 두고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이날 오전 알펜시아 리조트 분양 실적은 총 분양금액 1조1824억 원의 20%인 2369억 원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그는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돈 없는 강원도가 1조7000억 원 가량을 투자해 엄청난 시설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 하루 이자만 1억1100만 원이다.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개발 시대에 막차를 탄 후유증이다. 끈질기고 꾸준하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감사원 감사 청구, 자체 감사, 시민 감사 등을 통해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검증하겠다."

- 강원도는 마지막 남은 생태계의 보고다. 하지만 가장 많은 골프장이 건설되고 있다. 주민들 간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는데.
"더 이상 골프장 허가는 없다고 선언했다. 사실 환경 때문은 아니다. 이미 있는 많은 골프장도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강원도는 환경이 좋아서 겉으로 봤을 땐 살기 좋은 곳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민 자살률, 알코올 중독률, 호흡기 질환 사망자 비율이 전국에서 제일 높다. 또 고령화율은 높은 반면, 주민 소득은 매우 낮다. 취업도 잘 안 된다. 우리는 (개발보다는) 이런 문제 해결에 대해서 토론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의 삶이다."

8월 26일 오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박 2일 강원도 투어 행사에 참석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강원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8월 26일 오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박 2일 강원도 투어 행사에 참석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강원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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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강원도는 살기 힘들어... 함께 토론해야 한다"

학부모 시민기자들은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최 지사는 '교육의 질' 문제와 관련 "사람들이 강원도 넓은 땅 곳곳에 흩어져 살고 인구도 줄고 있다, 학생수가 5~10명이라는 이유로 학교를 통폐합하면 학생들이 학교 다니기가 더 어렵다"며 "교육 문제에 효율성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도록 민병희 강원도교육감과 많이 의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도지사 재임 기간 동안 번듯한 시설을 짓고 등 '공'을 세우고 싶지 않다, 투자 효과가 퇴임 후에 나타나더라도 문화와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하겠다"며 "핀란드식 자기주도학교와 같은 미래형 학교를 만들어볼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교 평준화·강원도립대 무상등록금·무상급식 확대 등에 대해서는 "쉽지 않겠지만, 반대하는 도의원 설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생 시민기자들은 취업 문제와 인구 유출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최 지사는 "고성군 공무원을 고성군 주민 중에서만 뽑으려고 한다, 배타적일 수 있지만 힘·사람·돈이 없는 강원도는 확 개방할 수도 없다"며 "강원도 마을공동체에서 태어나 사람이 죽을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최문순 지사가 도정에서 가장 우선시 일은 권력을 도민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그는 "권력을 하부로 내려서 권력 관계를 뒤집겠다, MBC 사장으로 있을 때도 조직표를 뒤집었더니 조직이 살아났다"며 "남은 임기 3년 동안 도민이 직접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고 모든 공은 도민에게 갈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날 인터뷰에는 김환희, 김기봉, 홍석진, 유미정, 이종득, 심상순, 김남권, 강기희, 최원석, 최세일, 민응식, 권태성, 김영수, 노학수, 김한솔, 용환준, 김민영 시민기자가 참여했습니다.



태그:#지역투어, #최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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