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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명 게이들의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영화 <종로의 기적>. 왼쪽부터 장병권, 소준문, 정욜, 이혁상 감독
 네 명 게이들의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영화 <종로의 기적>. 왼쪽부터 장병권, 소준문, 정욜, 이혁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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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커밍아웃한 게이가 출연하는 영화 <종로의 기적>에서 네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HIV/AIDS 감염인이 파트너다. 영화상에서는 주인공이 파트너와의 1000일을 맞아 주위 친구들과 이 날을 축하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 감독이 '감염인과의 사랑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는지' 넌지시 묻자, 비감염인 주인공은 "우리가 섹스만 하고 사나? 난 애인이 통통하고 귀엽고 수다스러운 것이 좋아서 대시했다"고 답한다.

사실 에이즈를 잘 몰라 무지하고 편견이 많은 사람들은 감염인과의 성관계뿐만이 아니라 함께 일상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불편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하지만 HIV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는 제한적이다. 우선 침이나 땀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기에 이를 통해선 에이즈가 감염되지 않는다. 상대방을 감염시킬 수 있는 체액은 혈액, 정액, 질분비액, 모유다. 그래서 감염인과의 성관계나 수혈 또는 감염된 산모를 통하거나 모유 수유 등으로만 에이즈가 전염된다. 따라서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파트너로 함께 지낸다 하더라도 가벼운 스킨십은 전혀 걱정될 게 없으며 콘돔 등을 사용한다면 성관계를 통한 전염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HIV/AIDS에 무지한 사람들은 에이즈에 대한 과장된 공포가 너무 강해 감염인과 피부가 맞닿거나 감염인과 함께 포옹한다는 것만으로도 놀라 망설이기도 한다. 이러한 에이즈에 대한 편견은 곧 에이즈에 대한 차별과 낙인으로 이어져 HIV/AIDS 감염인을 이 땅에 존재하지 않아야 할 사람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면 그럴수록 감염인들은 더욱 심한 자기 모멸감과 불안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들이 삶을 이어가기엔 너무나도 버거운 현실이 되는 것이다. '비감염인이 감염인과 함께 사랑하는 파트너로서 산다는 것'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이런 편견에서 비롯된 일일 것이다.

1990년 미국 영화 <오랜 친구>는 에이즈가 알려진 뒤인 1980년대 초부터 미국의 게이 커뮤니티에서 게이친구들이 에이즈에 걸려 죽는 10년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다. 영화 속 그들 곁에는 항상 친구들이 함께 했다. 내 주위에도 영화에서처럼 자기 자신을 감염인으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친구들이 몇몇 있다. 함께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술도 같이 하는, 항상 함께 하고픈 친구들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부분 감염인들은 자신의 감염여부를 쉽게 알릴 수 없다.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말하지 못하는 감염인을 탓할 게 아니라 비감염인들이 감염인들의 삶이 어떤지 알고,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하는 대목이다. 

지난 8월 24일부터 3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는 제10회 부산 아시아 태평양 에이즈 대회가 열렸다. 수많은 HIV/AIDS 감염인들이 해외에서 방문, 참가했고 성소수자와 성노동자(이 대회에서는 'Sex Worker'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한다), 마약 사용자, 이주노동자, 여성 및 관련 NGO 단체들이 참가했다. 전세계적으로 HIV/AIDS의 문제는 HIV/AIDS의 취약그룹에 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빈곤의 문제, 에이즈 치료제 접근권의 문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HIV/AIDS가 단순히 감염인 혼자 고통 받고 아파야 할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심 가져야 하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역시 감염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버리고 무지로 인한 에이즈 공포를 떨쳐내야 한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그들 역시 몸이 조금 아픈 것 빼고는 크게 다를 것 없는 나의 친구이자 직장동료, 가족이기 때문이다.

[상담가] 이종걸  친구사이 사무국장
▲ [상담가] 이종걸 친구사이 사무국장
ⓒ 이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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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활동하는 이종걸 입니다. 성소수자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이 공간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