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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간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예의상 기다렸다. 그런데 8월 말 통합한다고 했다가 진보신당 당대회가 9월 4일로 미뤄졌다. 마냥 늘어지는 지금 상황이 답답하다. 진보정당에게 제안한다. 이제 까놓고 '끝장 토론' 해보자."

 

문성근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유쾌한 민란(이하 백만민란)' 대표가 25일 저녁 서울 종로 YMCA 대강당에서 열린 백만민란 1주년 기념 토크콘서트에서 진보정당에게 끝장토론을 제안했다. 문 대표는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 민주당 전당대회 등을 고려할 때 늦어도 10월 말까지는 (야권단일정당의) 윤곽이 잡혀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문 대표는 "진보정당에게 야권연대는 어떻게 할 것인지, 원내교섭단체를 이루고 나면 무엇을 할 것인지, 총선에서 (민주진보진영이) 지고 난 뒤에 원내교섭단체를 이뤄서 무엇을 할 것인지 묻고 싶다"며 진보정당을 압박했다.

 

'끝장 토론' 제안이 향한 곳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였다.

 

문 대표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는 최근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에서 통합과 관련해 논쟁을 하지 않았냐"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질문에 "유 대표와는 워낙 여러 번 얘기했다, 그동안 했던 얘기를 서로 다 알면서도 반복했던 것"이라며 "참여당보다는 민노당과 끝장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노당과 참여당의 통합 논의, 긍정적이지만..."

 

그는 "진보정당은 통합 가능성을 아예 닫고 연대만 얘기하고 있는 상태"라면서도 통합에 대한 진보정당의 내부 관점이 변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문 대표는 "진보정당 관계자들은 초반에 통합을 얘기할 땐 대꾸도 안 하려고 했지만 좀 지나선 이념이 달라서 못하겠다고 했고 이제는 민주당을 못 믿어서, 민주당의 구조가 비민주적이라서 못하겠다고 한다"며 "그 부분은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비정당 인사들로 꾸려진 '혁신과 통합'이 해결할 수 있지 않겠냐"라고 강조했다. 즉, 진보정당이 민주당을 통합 불가 대상으로 꼽은 원인을 당 외곽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할 테니 통합 테이블에 나와 달라는 호소였다.

 

실제로 문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남윤인순·김기식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준비위원장 등이 모인 '혁신과 통합'은 지난 17일 발족 기자회견에서 "(통합을 위해서) 민주당은 누구보다도 기득권을 버리고 자기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문 대표는 또 "영원히 같이 살자는 게 아니다"며 "선거법이나 정당법 등을 다당제·연립정부가 가능한 사태로 개정하는 것을 공동공약으로 걸고 정권교체하자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숨 막혀 죽겠으니 정권교체부터 하자는 것"이라며 "연합정당 모델로 각 정당의 정체성을 보장한다면 진보세력이 독자정당으로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월등하게 진보적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대표가 자신감을 가지셨으면 좋겠다"며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이명박 정권의 터무니 없는 짓거리로 국민 전체가 진보적으로 옮겨가고 있고 진보적 토양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진보정당이 민주당과 통합하더라도 '흡수·소멸' 되지 않고 당당히 통합정당의 중심축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문 대표는 "진보정당은 지난 20년 동안 주장한 정책들을 집권연합정당 안에서 실천하면 된다"며 "오히려 그 실천과정을 거쳐서 더욱 진보정치세력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가까워지는 것이 통합운동 흐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나"라는 질문에는 "민노당과 참여당 사이에서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민노당이 활동가 정당에서 대중정당화되고 있다는 뜻이고 참여정부 시절 생겼던 '감정의 골'이 메꿔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며 "긍정적인 면을 더 크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문 대표는 "왜 굳이 (참여당과 민노당이) 몸을 합치려고 하는지, 한 방을 쓰려고 하는지 안타깝다"며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이미 이혼했다가 재결합하려고 하니 따질 것이 많은데 참여당이라는 제3자가 나타나 더욱 헷갈리는 상황"이라고 부언했다. 차이점이 분명 존재하는 당들이 하나의 당으로 재구성되려다 보니, 서로에게 여러 가지 요구해야 할 게 생겨났다는 얘기였다.

 

그는 "백만민란의 연합정당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정당"이라며 "이런 점 때문에 통합진보정당보다 대통합정당이 더 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넉넉한 통합 방안 못 내놓거나 소극적으로 응하면 야당 '습격'하겠다"

 

문 대표는 "맨땅에 헤딩하기" 방식의 백만민란 운동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년간 길거리에서 25일 현재 16만9768명의 회원을 모았고 그 덕분에 통합추진기구 '혁신과 통합'을 발족시킬 수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백만민란 회원들은 현재 정당 간 통합 논의 때문에 행동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정말 답답해 한다"며 "'혁신과 통합'이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를 오가면서 중재 역할을 한다면 백만민란은 적절한 시점에 '(당사) 습격사건' 등 정당들을 압박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통합을 위한 넉넉한 방안을 만들지 못한다면 민주당을, 진보정당이 통합에 소극적이라면 진보정당을 압박할 것"이라며 "우리는 꾸준히 계속 거리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닫지 않았다. 그는 "(정권 교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다 하겠다"며 "야권통합정당이 만들어지면 당연히 당원으로 가입할 것이고 당이 총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나의 쓰임새'를 정해주고 동의된다면 그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마지막으로 "87년 6월 항쟁 당시 직선제 쟁취를 일궈냈던 시민들이 양김의 분열로 낙담했던 것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처럼 무식하기 짝이 없고 원시적인 운동을 1년 간 해왔다"며 "하지만 시민이 직접 참여해서 이만큼 밀고 왔기 때문에 시민사회와 정당들이 동의하고 움직이고 있다, 야권통합이 성공하기 전까지 계속 길거리에서 노력하고 압박하자"고 말했다.

 

"길거리 나섰는데 20대가 몰라봐.. 나, 이렇게 망가졌나?"

[이모저모] 영화배우 문성근의 굴욕 고백에 청중 박장대소

문성근 백만민란 대표는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지난 1년간 야권통합운동에 대한 소회를 솔직하게 풀어냈다. 참여정부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던 이창동 영화감독은 이날 '세계적인 특별게스트'로 참여해 백만민란 제안 당시 상황과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도 했다. 기사 안에 담지 못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문 대표의 대담, 이 감독의 발언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직접 길거리에 나서 '야권통합운동'을 호소했던 건 배우이기 때문에 가능했을까.(오연호 대표)

"배우이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20~30대가 나를 전혀 모르는 거다. 당황했다. 그 정도로 내가 망가졌는지 몰랐다. (웃음) 2002년 당시만 해도 내가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를 진행할 때다. 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그것이 알고 싶다>의 동시간대 점유율이 평균 40%에 육박했다. 그만하면 내 인지도가 90% 정도.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나 엄기영 전 MBC 사장 만큼 됐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일보>가 참 똑똑한 거다. <조선일보>는 당시 집요하게 공격해서 날 방송에서 떨어뜨렸다."

 

- 아버지 문익환 목사가 아들 문성근의 지난 1년을 보고 어떻게 평가할까(오연호 대표)   

"뭐 그 정도로 벌써 지치냐고 하실 것 같다. 이제야 아버지의 '된다, 됐다' 어법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유신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던 때였다. 젊은 목사가 그런 시대 분위기 때문에 우울하게 계실 때면 아버지가 그 분의 등짝을 살벌하게 때리면서 '젊은 놈이 말야'라고 꾸짖으셨다. 난 그 때 옆에서 '왜 저러실까'하며 민망해했다. 그런데 지금 보면, 내가 '통합은 된다, 아니 됐어' 이렇게 말하고 있다."

 

- 문 대표는 얼마 전 트위터에 서울시장 보선 후보로 한명숙 전 총리가 좋을 것 같다고 상당히 단정적으로 썼다, 그 이유가 뭔가(오연호 대표)

"야권통합운동 차원에서 생각한 것이 아니다. 이 문제는 누가 후보로 좋겠다는 문제가 아니다. 무엇이 정의인가라는 문제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뒤 당시 기소됐던 사건(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뇌물공여 혐의)에서 무죄를 받았다. 검찰이 한 전 총리를 흠집 내고 낙선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다. 무죄 판결 당시에도 서울시장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한 전 총리가 지금 공판을 받고 있는 사건(한만호 전 한신건영 불법정치자금 제공 혐의)은 그 때보다 더 어처구니가 없다. 한 전 총리는 그렇게 검찰로부터 1년 반이 넘도록 시달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하는 건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명박 정권과 검찰의 반역사적·반민주적 행태가 드러났으니 이를 바로 세우는 것은 시민들이 할 일 아니겠나."

 

- 이창동 감독은 백만민란 최초 제안자 중 한 명이다, 어떻게 함께 하게 됐나(백만민란 '켄로치')

"(이창동) 이름은 올라가 있지만 그동안 한 역할도 없고, 자격이 없다. 솔직히 문 대표가 1년여 전 이런 것을 해야겠다고 얘기했을 때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나는 솔직히 통합이 절박하긴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도 없고 야당들 사정도 굉장히 복잡한데 저 양반이 혼자 나선다고 되겠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호응하고 결국 해내더라. 어느 순간부터는 저도 스스로 반성했다. 사람의 의지가 무섭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백만민란은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라 생각한다. 기존의 고정관념, 정치지형 위에서 체념하고 있는 것들을 뒤바꿀 수 있는 힘이 됐다. 현실적으로 야권통합은 어렵다는 얘기도 있지만 통합 자체를 대의로, 사회적 합의처럼 만들어냈다. 사실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통합은 지난 10년 간 말 꺼내기도 어려운 것 아니었나. 그런데 지금은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87년 이후 고착화돼 있던 민주진보진영의 분열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백만민란은 충분히 성공했다.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태그:#백만민란, #문성근, #이정희, #혁신과 통합, #진보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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