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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총파업 사흘째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 하는 언론자유 문화제'에서 배우 김여진(사진 왼쪽부터)과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영화감독 여균동, 시사평론가 김용민 전 교수가 '소셜테이너 언론을 말하다(문제적 소셜테이너들이 바라보는 언론)'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언론노조 총파업 사흘째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 하는 언론자유 문화제'에서 배우 김여진(사진 왼쪽부터)과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영화감독 여균동, 시사평론가 김용민 전 교수가 '소셜테이너 언론을 말하다(문제적 소셜테이너들이 바라보는 언론)'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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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압승이다. KBS가 도청 파문을 일으키며 분투했으나 최근 소셜테이너 출연금지 조항을 만든 MBC의 벽을 넘지 못했다. 총파업 투쟁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의 문화제 토크쇼에 출연한 인사들이 3대 1의 압도적 표차로 '지금 최악의 방송'에 MBC를 꼽은 것.

25일 오후 8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마당에서 열린 언론노조 문화제에서 진행된 토크쇼에는 배우 김여진씨를 비롯해 여균동 영화감독, 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등이 손님으로 참여했다.

토크쇼 진행을 맡은 KBS 새노조 조직국장 이재후 아나운서의 "공중파 방송 3사 가운데 지금 현재 최악의 방송은 어디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배우 김여진씨였다.

"얼마 전에 남편(김진민 MBC PD)이 '나는 피디다'라는 행사를 나갔는데 사회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MBC, KBS 사장 중에 누가 더 바보냐'라는 질문을 했다. 남편이 남의 사장을 바보라고 할 수 없어서 MBC라고 했는데, 그것 때문에 회사에서 혼이 났다. 그래서 MBC가 최악의 방송이다."

김씨의 말에 문화제에 모인 조합원과 시민 500여 명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서 김창남 교수도 "이런 상황을 두고 '난형난제'라고 하는데, 굳이 한 곳을 뽑아야 한다면 소셜테이너들을 출연금지시킨 MBC에 한 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김용민 평론가도 역시 "지금 출연금지 조항에 항의해 지금 MBC에 출연을 거부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경제적 출혈이 크지만 그래도 MBC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김재철 사장이 있는 동안만"이라고 한정했다.

출연자 가운데 여균동 감독만 KBS를 지목했는데 그 이유는 "처제가 MBC에 다니기 때문에 그 회사를 거들먹거리면 집안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란다.

"MBC 소셜테이너 출연금지, 나를 겨냥했다고 생각"

언론노조 총파업 사흘째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 하는 언론자유 문화제'에서 언론노조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조중동방송이 직접 광고영업 금지를 포함하는 미디어렙 제정을 촉구하며 '광고는 미디어렙으로', '조중동방송은 반칙왕'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언론노조 총파업 사흘째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 하는 언론자유 문화제'에서 언론노조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조중동방송이 직접 광고영업 금지를 포함하는 미디어렙 제정을 촉구하며 '광고는 미디어렙으로', '조중동방송은 반칙왕'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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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여진씨가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 하는 언론자유 문화제'에서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이 끌려나가던 바로 그 순간 현장에서 접한 언론의 '한진중공업 노사 극적타결' 보도를 보고 살의를 느꼈다"며 언론인들을 향해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당부하며 흐르는 눈물을 참고 있다.
 배우 김여진씨가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 하는 언론자유 문화제'에서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이 끌려나가던 바로 그 순간 현장에서 접한 언론의 '한진중공업 노사 극적타결' 보도를 보고 살의를 느꼈다"며 언론인들을 향해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당부하며 흐르는 눈물을 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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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시민문화제 - 신문과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좋겠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문화제는 1부 '언론인 세상을 말하다', 2부 '소셜테이너 언론을 말하다'라는 두 개의 토크쇼로 구성됐다.

언론노조 각 지부에서 참여한 조합원들과 시민들은 '조중동 방송은 반칙왕', '광고는 미디어렙으로'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행사장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도 잠시 멈춰서 토크쇼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이날 행사는 '공정방송 복원과 조중동방송 광고직거래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언론노조가 시민들과 직접 만나 종편방송의 광고 직접영업을 막기 위한 '미디어렙 법안'을 알리려는 취지로 개최됐다.

미디어렙은 현재 방송 광고를 공급하고 있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광고 독점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으면서 대안으로 제시된 정책이다. 몇 개의 광고대행사를 세워 각 방송국에 광고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방송의 공공성을 위해 각 방송국이 광고수입을 위한 영업을 하는 것을 막자는 목적으로 마련되는 '미디어렙 법안'은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종합편성체널에 선정된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 등의 언론사들이 최근 광고 직접영업을 요구해 특혜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법안의 통과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2부에 토크쇼의 출연한 네 명의 출연진들은 현 언론계의 문제점과 종합편성체널 도입에 관한 각자의 생각들을 털어 놓았다. 특히 김여진씨는 소셜테이너 출연금지로 인해 출연이 예정돼 있던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갈 수 없게 된 이후 자신의 의견을 처음 구체적으로 밝혔다.

"소셜테이너 출연금지 조치에 크게 피해를 받았거나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보수 측의 전원책 변호사와 토론을 하는 코너였는데, 명확히 진보-보수가 나눠진 토론이었다. 그런데 중립이 아니기 때문에 안 된다며 출연을 금지 시켰다. 실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중립만 출연할 수 있다면 토론을 어떻게 할 수 있냐. 정말 나를 겨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반응은 '영광입니다'라는 거였다. 당시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한 발언들을 하고 있었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무렵이었다. (MBC는) 그 모든 게 위험해 보였고, 근거 없는 겁을 먹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김씨는 또 한진중공업 사태 관련 보도로 인해 갖게 된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을 털어놓았다. 그는 당시 "살의를 느꼈다"고 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고, 말하는 중간 울먹이며 현장에 모인 언론인들을 향해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언론자유의 중요성을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한진중공업 앞에서다. 노동자들이 용역들에게 끌려나오는 순간 언론에는 '노사합의 극적타결'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거짓이었다. 그때 크레인 농성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은 정말 죽음 가까이에 이르렀다. 나도 정말 사실 살의를 느꼈다. 언론의 힘이 어떤 무기보다 무섭고 어떤 투쟁보다 큰 힘을 가진다는 걸 현장에서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KBS <추적60분>에서 한진중공업 문제를 정말 세세하게 사실 위주로 보도를 했다. 김 지도위원도 그걸 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언론인이 가진 힘이 얼마나 큰지 여러분이 알아야 한다.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그런 책임감을 가져달라."

영화감독 여균동.
 영화감독 여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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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여균동 감독은 "조중동 방송이 광고를 직접영업 하겠다는 것은 조폭이 길거리 장사꾼들에게 자릿세를 걷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그렇게 된다면 제작, 배급, 극장까지 독점돼 있는 영화시장에서 다양성을 갖춘 영화가 소수의 영화로 간 것처럼 언론과 방송도 그렇게 몰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민 평론가는 "언론민주화는 달성하는 가치가 아니라 지키는 가치"라며 "얼마 남지 않은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과 같은 심판 받지 않는 권력들을 세게 들이 받고 부당하고 잘못된 것을 바꾸는 투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창남 교수 또한 "언론자유의 핵심은 이제 언론사의 자유가 아니고 '기존 수구 언론으로부터 시민들이 얼마나 자유를 얻을 수 있는가'이다"라며 "여러분이 그 일을 해낼 것으로 믿는다"라고 언론노조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한선교 의원, 법안소위 위원장 사퇴 예정

언론노조 총파업 사흘째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 하는 언론자유 문화제'에서 탁현민 공연기획자 겸 성공회대 겸임교수(사진 왼쪽부터) 사회로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 정혜윤 CBS PD, 노종면 전 YTN 지부장, 박대용 춘천MBC 기자와 함께 '언론인 세상을 말하다(문제적 PD와 기자들의 고백)'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언론노조 총파업 사흘째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 하는 언론자유 문화제'에서 탁현민 공연기획자 겸 성공회대 겸임교수(사진 왼쪽부터) 사회로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 정혜윤 CBS PD, 노종면 전 YTN 지부장, 박대용 춘천MBC 기자와 함께 '언론인 세상을 말하다(문제적 PD와 기자들의 고백)'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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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가 진행한 1부 토그쇼에는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노종면 전 YTN노조위원장, 정혜윤 CBS PD, 박대용 춘천MBC 기자 등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이강택 위원장은 "언론이, 특히 방송이 광고 유치를 대행사를 통해 한다는 것은 세계적인 상식"이라며 "언론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조중동 방송은 안하겠다고 한다, 결국 '찌라시'가 되겠다는 것이고 다른 언론도 그렇게 만들겠다는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이어 "우리 언론노조의 파업투쟁이 그걸 막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도청파문을 일으킨 한선교 의원이 국회 문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에서 물러나고 여야가 미디어렙 관련 법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행사 참가자들은 "이제 파업 그만해도 되겠다"라며 "언론노조 파업 투쟁이 조중동 방송의 광고 직접영업을 막아내고 있다"며 자축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대로 여야는 25일 한선교 의원의 위원장 사퇴에 합의하고 26일 문방위 전체회의를 열어 이를 처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방위 소속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26일 오전에 문방위 2010년 예산 결산소위원회를 개최하고 오후에 전체회의를 열어 한 의원장의 사퇴를 처리할 것"이라며 "여야가 합의만 한다면 8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렙 법안 통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노조는 이날 행사 이후 26일에도 '총파업 조합원 행동의 날'을 상정해 놓고 각 사업장에서 파업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태그:#김여진, #언론노조, #미디어렙, #한선교, #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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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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