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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6일) 우체국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집배원이었다.

 

"등기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우체국에 놓으면 제가 찾으러 갈게요."

 

오후 점심을 먹고 우편물을 찾아 들어간 우체국. 등기우편물 수령을 위한 절차를 밟고 우체국 직원이 건넨 등기우편물 겉봉에는 '천안서북경찰서장'이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천안서북경찰서? 도대체 뭐지?'

 

궁금증을 찾지 못해 곧바로 편지봉투 입구의 테이프를 단숨에 뜯고는 내용물을 유심있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우편조서? 피의자 박아무개에 대한 주민등록법위반 등 사건에 대해 우편조서를 작성해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경찰서에서 보낸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천안서북경찰서 수사과 사이버팀에서 주민등록법 위반 등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박아무개씨를 조사하던 중 나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인터넷 그루폰 사이트에 회원가입 후 회원 가입 당시 지급되는 상품권을 교부받아 재산상 이득을 취한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하여 우편조서를 직접 작성해 우편이나 팩스로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경찰서는 첨부문서에 나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그루폰 사이트의 회원 상세정보를 첨부했다. 하지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일치할 뿐 아이디나 휴대폰번호, 이메일 등은 전혀 생소한 것들이었다.

 

또, 상세정보에는 1건의 구매내역과 적립금 5000원, 스탬프 1개, 회원가입일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으며, 눈여겨 볼 것은 탈퇴여부로 "예"라고 적힌 것으로 보아 적립금을 받은 뒤 탈퇴한 것으로 보였다.

 

우편물을 꼼꼼히 살핀 난 곧바로 천안서북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담당 형사를 찾았고, 담당 형사로부터 우편물에 대한 진위 여부와 사건의 진행경과 등을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사건을 맡은 천안서북경찰서 사이버 수사팀 이아무개 경장은 "이번 사건의 경우 단순히 홈페이지 가입으로 인해 가입자에게 적립금을 충전해 주는 방식이어서 피해자들의 신용도나 금융에는 피해가 없다"며 "현재 40여 명의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피의자는 조사를 마친 상태로 모두 혐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 경장은 덧붙여 "현재 피의자는 불구속상태이며, 피해자들에게 조서를 받는 것은 만약 피의자가 또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를 경우 구속하기 위한 절차이니 협조해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 경장의 말을 전해들은 난 곧바로 우편조서를 작성하기 시작했고, 작성하면서도 황당함을 금치 못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바란다는 말로 조서작성을 마쳤다.

 

사실 최근 네이트와 싸이월드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얼마전 개인정보 유출여부를 확인한 결과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습니다'라는 결과를 보고 찝찝함을 감출 수 없었는데 실제로 내가 피해 당사자가 되어 보니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서 좀처럼 도용하기 어려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설정한다고 해도 이를 관리하는 서버가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면 어느 누가 마음놓고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겠는가.

 

혹시나 모를 제2의 도용방지를 위해서 가입한 전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다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바꾸고 있지만 바꾸는 이 순간도 씁쓸하고 찝찝한 마음이 든다.


태그:#정보유출, #네이트, #싸이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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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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