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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사태가 쉽게 잊혀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유성기업 사태는 '야간노동 문제'를 진지하게 제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밤에는 자고 싶다"는 것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절박한 바람입니다. 유성기업 사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기 위해 <오마이뉴스>는 전국금속노조 유성지회와 함께 '야간노동 철폐' 릴레이 기고를 진행합니다. [편집자말]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이 7월 18일 오후 충남 아산시 둔포면 운용리 유성기업의 굳게 잠긴 정문 앞에서 '사측은 직장폐쇄를 풀고, 조합원들의 일괄복귀를 허용하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이 7월 18일 오후 충남 아산시 둔포면 운용리 유성기업의 굳게 잠긴 정문 앞에서 '사측은 직장폐쇄를 풀고, 조합원들의 일괄복귀를 허용하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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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을 위한 교섭을 무산시킬 목적으로 유성기업이 개시한 직장폐쇄가 약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18일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이하 유성지회)는 파업 찬반투표를 마치고 2시간가량 조합원 간담회를 연 뒤 정상업무로 복귀했다. 그럼에도 유성기업은 곧바로 직장폐쇄 공고문을 게시했다. 같은 날 20시께 용역 경비인력을 동원하여 정문을 봉쇄하고 조합원의 공장출입을 저지하는 직장폐쇄를 단행하였다.

현대차가 개입해 공격적으로 이뤄진 직장폐쇄

여러 언론을 통해 알려졌듯이 유성기업의 직장폐쇄는 처음부터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 인해 가해지는 현저히 불리한 압력에 대해 수동적·방어적 수단으로 시작된 게 아니다.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을 무산시킬 목적으로 원청회사인 현대차 개입 하에 단행된 공격적 직장폐쇄로서 노동법상 허용되지 않는 불법쟁의행위라는 지적이 일었다.

위 직장폐쇄는 2009년에 합의한 주간 2교대제 시행을 앞두고 유성지회가 세부 사항을 위한 교섭을 요구하자, 유성기업은 합의를 파기할 목적으로 교섭을 게을리하다가 부분파업을 빌미로 단행한 것이다. 

더욱이 지난 6월 13일 유성지회 노동조합에서는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여 '현장복귀'를 결정하고, 회사에 파업 조합원의 업무복귀를 정식으로 통보했다. 더불어 조합원 개인들도 모두 업무복귀 통지서를 10여 차례 이상 내용증명으로 전달하여 직장복귀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그러나 2개월이 경과한 지금까지 회사는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의 노무수령을 거부하며 파업참가 조합원과 비조합원, 복귀 조합원들을 분리하여 비조합원이나 복귀조합원들만의 근무만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노동조합의 단결권 자체를 위협하는 전형적인 공격적 직장폐쇄다. 

유성기업 사용자가 노사 간 세력 균형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 헌법상 권리인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파괴하는 공격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 합의 파기에 이어 한발 더 나아가 노동조합의 와해를 의도하는 유성기업 사용자의 공격적 직장폐쇄는 우리 헌법과 노동법이 결코 허용하지 않는(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7도5204 판결 등) 헌법질서 유린행위이다. 그럼에도 노동부·검찰·법원 모두 사용자가 자행하는 헌법 유린 행위를 방관하고 있다. 아니 용인하고 있다.

용역경비, 통제받지 않는 현대판 사병

용역경비의 폭력 문제는 이제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다. 용산 철거민 참사사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 현장, 재개발·재건축의 철거현장 등에는 어김없이 시설물 경비라는 명목으로 고용되어 통제받지 않는 폭력을 벌이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있었다.

신분사회에서 귀족이나 호족들이 사병을 거느리듯 이제 자본은 돈으로 물리력 행사를 위한 인력을 고용한다. 그리고 고용된 그들은 주인의 지시에 따라 폭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현대판 사병이라 부르는 게 그리 틀리지 않는 이유다.

유성기업 또한 수백 명의 용역경비을 고용하여 사실상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을 묵인 내지 사주하고 있다. 지난 5월 19일 직장폐쇄를 위해 고용한 용역경비들이 조합원들의 동태를 감시하다 발각되자 자신들이 타고 있던 '대포차'를 조합원들에게 돌진시켜 13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6월 22일 오전 충남 아산시 유성기업에서 헬멧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방패를 든 회사측 용역업체 직원들이 출근을 시도하는 노조원들 2백여 명에게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고 소화기를 던지는 등 폭력을 휘둘러 20여 명이 병원으로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헬멧, 방패, 몽둥이, 가슴 팔 보호대 등으로 완전무장해 마치 진압경찰로 보이는 회사측 용역업체 직원들이 노조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6월 22일 오전 충남 아산시 유성기업에서 헬멧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방패를 든 회사측 용역업체 직원들이 출근을 시도하는 노조원들 2백여 명에게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고 소화기를 던지는 등 폭력을 휘둘러 20여 명이 병원으로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헬멧, 방패, 몽둥이, 가슴 팔 보호대 등으로 완전무장해 마치 진압경찰로 보이는 회사측 용역업체 직원들이 노조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 금속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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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 경찰이 조합원들의 공장점거를 빌미로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여 조합원 전원을 연행했다. 유성기업은 바로 정문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문 위에 철조망을 치는 등 용역경비에게 공장을 지키게 했다. 조합원은 물론 노조 간부들의 노동조합 사무실 출입조차 봉쇄하는 위법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5월 27일 유성지회 조합원들이 노조사무실 출입보장을 요구하며 변호사와 함께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용역경비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조합원들을 집단 폭행해 6명이 중상을 입는 등 모두 9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속되거나 기소된 용역경비는 없다

6월 15일 노동조합의 업무복귀 결정에 따라 조합원들이 출근을 위해 정문 앞에 모여 있던 중 공장 안쪽의 용역경비들이 집단적으로 나와 조합원을 폭행하여 코뼈에 금이 가는 상해를 입었다. 6월 18일 민주노총 충북본부의 합법적 집회에서도 용역경비들이 생수병, 벽돌 조각을 던지고 소화기를 뿌려 조합원 3명이 부상을 당했다.

특히 6월 22일 오전 7시께에는 쇠파이프, 방패, 소화기 등으로 무장한 150~200여 명의 용역경비가 갑자기 정문 앞 도로로 돌진하여 조합원들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방패로 찍고 소화기를 난사하여 조합원들의 두개골과 광대뼈가 함몰되고 입술과 눈이 찢어지는 중상을 입는 등 총 25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무법천지가 전개되었다.

경비업법에 따르면 경비업자는 허가받은 경비업무 외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해서는 안 되며(제7조), 경비원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제15조의 2 제1항) 또 누구든지 경비원으로 하여금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안 된다. (같은 조 제2항). 위반 시에는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즉 경비업법에 따라 경비업무를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은 흉기를 들고 집단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용역경비나 그 책임자들을 구속하거나 조사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유성기업 공장 앞에서의 모든 집회를 불허하는 매우 편파적이고 비상식적인 결정을 내렸다.

쇠파이프를 들고 폭력을 행사한 경비용역들과 그들을 사용하고 있는 유성기업 책임자 중 그 누구도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아 기소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 없다.

고용노동부는 장기간 지속하고 있는 위법한 공격적 직장폐쇄, 이미 합의된 주간 2교대제의 시행을 위한 세부교섭을 거부하는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어떠한 시정조치를 취하거나 처벌을 시도한 적이 없다. 

반면 유성기업 사용자의 위법한 직장폐쇄와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청사건물에서 기다렸다는 이유로 조합원 전원을 건조물침입 등으로 고소하였다.

경찰과 검찰은 용역경비들이 대포차 돌진으로 조합원 13명에게 상해를 가하고 도주하였으나 흉기를 사용한 범죄로 처리하는 대신 단순 교통사고로 불구속기소했다. 경비용역 투입 시에는 반드시 경찰에 배치 신고를 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신고하지 않아도 어떠한 시정명령도 내린 바 없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조합원 머리뼈가 함몰되는 등 중상자를 포함 25명의 조합원이 상해를 입는 중대한 폭력범죄가 발생하였음에도 용역경비들을 고용한 유성기업 책임자나 폭력행위 당사자들에 대해 어떠한 수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바로 옆에서 용역경비들이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여도 이를 제지하거나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지 않았다. 반면 유성기업 사용자의 위법한 교섭거부와 직장폐쇄에 맞서 야간노동 폐지를 통한 근로조건의 개선을 주장하는 500여 조합원들의 파업에 대해서는 농성 7일 만에 대규모 경찰병력을 투입하여 전 조합원을 연행했다.

6월 22일 용역경비들의 일방적 폭력행위에도 파업 조합원들을 수사할 목적으로 127명의 수사관으로 구성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여 조합원 70여 명을 소환해 그 중 7명을 구속하였고, 유성공장 앞 모든 집회를 불허하였다.

직장폐쇄가 일주일째 지속되고 있는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5월 24일 오후 경찰이 투입돼 공장 점거 중인 노조원들을 연행하고 있다.
▲ 유성기업 아산공장 경찰 투입 직장폐쇄가 일주일째 지속되고 있는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5월 24일 오후 경찰이 투입돼 공장 점거 중인 노조원들을 연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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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죽이기에 혈안이 된 대한민국

법원은 유성기업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한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두 차례에 걸쳐 재판당사자인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심리 없이 업무방해가처분 인용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대포차를 몰고 조합원들에게 돌진해 13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용역경비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는 기각하였다.

대통령과 지식경제부장관 그리고 보수언론들은 근거도 없이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연봉 7000만 원 받는 귀족노동자로 매도하고 야간노동 폐지를 위한 교섭요구와 사용자의 주간연속 2교대제 합의 파기에 맞선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는 국가 경제를 뒤흔드는 국가 사범으로 둔갑시켜 버렸다. 반면 유성기업의 교섭거부와 위법한 공격적 직장폐쇄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였다.   

노동부·경찰·검찰·법원·보수언론 심지어 대통령까지 노동조합 '죽이기'에 나섰다. 반면 유성기업의 불법적인 직장폐쇄와 용역경비들의 폭력은 두둔하고 있다.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로 야간노동 폐지를 합의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그 합의를 깬 유성기업 사용자의 약속위반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대신 공권력은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노동자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 얼마나 부끄럽고 참담한 일인가?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입니다. 이 릴레이 기고는 <프레시안><레디앙><민중의 소리><참세상>에 동시 연재됩니다.



태그:#유성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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