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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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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북한 추종세력이 있다면 이는 마땅히 응징되고 제거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통일 기반을 마련하는 첩경인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공안역량을 정비하고, 일사불란한 수사체제를 구축하여 적극적인 수사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입니다. 종북주의자들과의 싸움에서는 결코 외면하거나 물러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전쟁이라도 난 것일까?  '응징', '제거', '일사불란', '싸움' 등의 키워드에 담긴 메시지는 마치 전쟁이라도 곧 일어날 것처럼 일촉즉발의 전운을 예고하고 있다. 표현들이 섬뜩하다. 거센 '공안정국 회오리'가 곧 몰아닥칠 태세다.

이 정도 강한 톤의 메시지를 국민 앞에 내놓은 발언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초점이 모아질 법도 하다. 누구이기에 곧 다가올 총선과 대선을 앞둔 중대한 시점에서 '공안'을 강조한 것일까? 대통령도, 국방부 장관도, 군 야전 사령관도 아니다. 그렇다고 통일부 장관이나 국정원장 취임사도 아니다.

한상대 검창총장 취임사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선포"... 왜?

얼마 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병역면제와 위장전입 문제 등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깨끗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범죄를 수사하고 법을 집행하는 임무를 수행한다"던 대한민국 검찰조직의 총책임자에 임명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뱉은 그의 일성이 예사롭지 않다.

소름이 돋을 정도다. 차갑고 무거운 취임사엔 오만까지 가득하다. 민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됐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것일까? 그가 12일 취임사에서 드러낸 의지는 단호했다. 그동안 MB정부의 비판·견제언론 및 진보세력을 '중북세력'으로 매도해 왔던 보수언론·세력 주장과도 같은 맥락이라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념적 색채가 짙게 묻은 그의 취임사는 오버한 표현들로 가득하다. 그는 "오늘 검찰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이 땅에 3대 전쟁을 선포하고자 한다"며 "하나는 부정부패와의 전쟁이고, 둘째는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이며, 마지막으로는 우리 내부의 적과의 전쟁"이라고 '전쟁'이란 표현을 연거푸 사용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첫째, 우리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부정부패와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 뒤 "둘째, 종북좌익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북한을 추종하며 찬양하고 이롭게 하는 집단을 방치하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라고 덧붙였다.

"시대착오적인 위선과 기만을 외면하고 용인하는 것은 체제수호자가 할 일이 아니다"며 "이 땅에 북한 추종세력이 있다면 이는 마땅히 응징되고 제거되어야 한다. 다시 한 번 공안역량을 정비하고, 일사불란한 수사체제를 구축하여 적극적인 수사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에선 과거 유신정권과 군사정권 시절로 회귀한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MB 정부 들어 중단된 '국가보안법 폐지'인데...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을 서슬 퍼런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악용했던 공포시절의 악몽을 재연해 보이기라도 한다는 것일까? 애꿎은 많은 희생자와 피해자 가족들,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해 왔다. MB 정권 들어서 논의가 거의 중단돼 버렸지만,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은 지난 정권들에서 논의가 활발했다.

과거 정부로 거슬로 올라가 보면, 199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 개정을 언급해 논쟁의 불씨가 커졌다. 또 같은 해 11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보안법의 점진적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이어 2004년 초 국가보안법 개정 또는 폐지를 지지하는 여론이 활발히 형성됐으며, 8월에는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했다.

그해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MBC의 모 프로그램에 출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기에 이른다. 당시 애매한 규정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이 이 법률의 폐지·개정안을 논의했지만, 반대 의견으로 유보됐다. 이듬해 5월 여야의 국가보안법 폐지·개정안이 각각 상정됐으나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현재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2008년 5월에는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미국 대표가 국가보안법의 남용을 막기 위한 개정을 권고했고, 2011년 6월 프랭크 라 뤼 유엔 의사 및 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대한민국의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했지만 논의조차 할 수 없는 처지다.  

신임 검찰총장이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종북주의자들과의 싸움에서는 결코 외면하거나 물러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이는 같은날 취임사에서 강조한 "검찰이 사정기관의 역할을 넘어서 국가의 모든 일을 해야 한다거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만"이라고 강조한 표현과 등치하는 난센스를 초래한 결과다.

게다가 그는 취임사 초반부터 그토록 '전쟁'과 '싸움'을 강조해 놓고 취임사 후반에선 갑자기 "검찰이 국민들께 오만하게 비쳐질 때 우리는 설 땅을 잃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검찰상은 요원해진다"고 했다. 국민을 겁박하고 돌아올 부메랑이 무서워 그 책임을 조직 전체에 돌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서 진행되는 수사, 의미없다" vs. "신은 진실 알지만 때를 기다린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4일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와 SK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4일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와 SK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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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며칠 전 그는 검찰총장 후보자로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특히 병역면제와 위장전입 문제로 혼쭐이 났다. 2차례나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검찰총장을 국민이 수용할 것인가의 여론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했다. 국민과 여론을 무시한 '막가파식 코드인사' 또는 '회전문인사' 소릴 들어온 'MB인사'는 정권 말까지 진행되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눈물로 호소하며 한 검찰총장 후보를 질타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미리 읽은 듯하다. 박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울음을 터뜨려 눈길을 끌었다.

박 의원이 미국 연방검찰에서 김경준씨와 에리카 김씨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며 "에리카 김씨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이 적절한가"라고 추궁하자 한  후보자는 "미국에서 진행되는 수사는 의미가 없다"고 답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하지만 박 의원이 누구인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BBK 사건 연루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BBK 저격수'로 불려온 인물이다.

 5일 오전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진표 원내대표의 인사청문회 관련 발언을 듣던 박영선 위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5일 오전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진표 원내대표의 인사청문회 관련 발언을 듣던 박영선 위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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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날 청문회장에서 그는 많은 눈물을 보였다. '과연 한상대란 인물이 적격한 검찰총장 후보일까?'란 물음에 많은 동조를 얻어냈다. 박 의원은 "이 사건으로 민주당에 피눈물 나는 사람이 많은데 검찰총장 후보란 사람이 어떻게 그런 대답을 하느냐. 이 사건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사람도 있고 감옥에 간 사람도 있다"면서 눈물을 참지 못했다.

지켜보는 많은 국민의 눈물샘까지 자극시킨 박 의원의 말은 그러면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신은 진실을 알지만 때를 기다린다는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외우고 다닌다"며 격앙된 감정을 참지 못했다. 그는 한 검찰총장 후보자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등 서울고검장·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의 판결과 수사 결과를 거론하며 "세상을 쉽게 보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

"검찰총장 후보자가 되려고 그렇게 수사했느냐"란 질문이 지금도 가슴에 와 닿는다. 이날 박 의원이 던진 "국민들로부터 박수받은 사건, 억울한 사람 가슴이 뚫어졌다는 사건이 있느냐"라고 한 질문에 대한 답은 끝내 듣지 못한 채 그는 검찰 총수 자리에 급히 앉고 말았다.

'강압적 수사어'는 '강압적 수사' 예고... 국민에 '서늘한 공포' 선사

짜여진 각본대로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고 취임한 첫 공식자리에서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응징', '제거', '뿌리 뽑아야 한다' 등의 강압적 수사어를 내뱉은 것은 강압적 수사를 예고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국민들 가슴에 서늘한 공포감을 선사한 것이다. 근래 검찰총장 취임사에서 없던 격한 표현들이다.

아직 '검사와 스폰서' 의혹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게다가 정권 말기, 온갖 부정부패가 극성을 부릴 조짐이다. 그가 취임사에 밝힌 의지는 '부정부패와 검찰 내부의 적과의 전쟁'만으로 충분했다. 지금 검찰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들이기 때문이다.

굳이 "종북세력을 뿌리 뽑으라"는 윗선의 주문이 있었더라도 '전쟁 선포'가 아닌 '관계부처 등과의 협의를 거쳐 이 분야에 적극 협조해 나갈 뜻'을 비추는 정도면 족했다. 그런데 선거 때면 곧잘 등장해 국민과 국가를 혼란과 공포에 빠뜨렸던 북풍과 안보위기론에 검찰총수가 직접 점화시킨 형국이다.

현행 검찰청법 제7조(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 1항에는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 검찰총장의 강한 공안의지가 앞으로 얼마나 큰 위력을 나타낼지 가늠해 주는 대목이다.      

검찰총장이 전쟁을 선포했으니 상명하복이 조직에 강하게 작용하는 검찰내부에 어떻게 작동할지 안 봐도 뻔하다. 게다가 검찰총장이 직접 "북한을 추종하며 찬양하고 이롭게 하는 집단을 방치하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다. 이 땅에 북한 추종세력이 있다면 이는 마땅히 응징되고 제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마당에 공안수사는 더욱 날개를 달 것이 자명하다.

더욱이 취임사는 한 총장이 직접 쓴 것으로 알려져 발언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느껴졌을 것이다. '종북좌익'이 엄밀한 법적 개념이 아니라 이념적 수사, 강압적 수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MB정부, 국가보안법 입건 2배 증가, 기소율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또?

 검찰청 홈페이지에 공지된 '검찰의 역할'과 '검찰의 사명'
 검찰청 홈페이지에 공지된 '검찰의 역할'과 '검찰의 사명'
ⓒ 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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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최근 3년간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중의소리>가 현 정부 출범 이후 국가보안법 관련 입건 및 처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11일 보도한 '국가보안법 입건 2배 증가, 기소율은 절반에도 못미쳐'란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국가보안법 관련 입건 및 처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입건수가 증가한 반면 기소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는 이어 "특히 작년의 경우 입건 수는 전년도에 비해 거의 배 수준으로 급속히 증가한 데 반해 기소율은 오히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검찰이 무리하게 입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작년 입건된 94건 중 단 20건만이 유죄로 인정되었으며, 이 중 13건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는 기사는 "20%에도 못미치는 유죄율과 대다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현행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더라도 죄질이 크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조사하기 위해 '입건'한다. '입건'은 법적으로 하나의 사건이 성립된다는 뜻이다. '입건'이 되고 나면 담당 검사는 이 사건의 위법 여부에 대해서 더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경우 '기소'를, 판단 여부를 유예할 경우 '기소 유예'를, 위법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을 경우 '기소 중지'를 선택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사건에서 찬양고무건의 비율이 절반을 넘길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중의소리>는 기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의 조항별 현황을 살펴보면 2008년 찬양고무건의 비율이 32.6%에 그치는 반면 2009년에는 40.5%로, 2010년에는 62.7%로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사에 밝힌 전쟁선포 발언을 놓고 국민들 사이에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둔 것 같아 걱정스럽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발 이 같은 우려와 걱정이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범죄를 처벌하는 사회적 정의의 수호자로서, 또한 범죄에 취약한 어린이와 여성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법적 울타리로서, 검찰은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데 전력한다"는 '검찰의 역할'을 부디 망각하지 말기를 간곡히 주문한다.

한 신임 총장은 대검찰청 홈페이지 '검찰이란?', '검찰의 역할' 등에 새겨진 "검찰은 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듦으로써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문구들을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기며 사사로운 감정이나 권력의 편에 서기 보다 공익의 대표자로 국민과 약자를 먼저 생각하며 진정한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거듭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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