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활 영화 포스터

▲ 최종병기 활 영화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활이라는 시퀀스를 통해 감독은 '活'을 이야기하고자 했지만 일단 감독의 처음 의도는 빗나간 듯 보인다. 영화 내내 붉은 피가 스크린에 낭자했고 동시에 죽이려는 자의 불길한 눈빛과 살아남으려는 자의 불안한 눈빛이 내내 교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메라 워킹과 배우들의 달리기 그리고 화살의 속도 때문에 영화적 긴장도는 최근의 영화들 중 최고였던 것 같다.

역모 그리고 병자호란

조선시대의 역모는 최근의 유행가처럼 시시껄렁하다. 이 영화에도 역모로 인한 피해자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 역모의 파노라마 끝에 조선은 이민족의 침략으로 위기를 자초한다. 조선을 괴롭힌 이민족은 딱 두 민족이다. 왜적과 만주족이다. 왜적이 일으킨 임진왜란으로 거의 쓰러져가는 조선에게 치명타를 날린 민족이 바로 만주족이다. 국가의 위기는 민중의 위기다. 말할 필요도 없이 민중의 삶은 뿌리째 흔들렸고 그 참상이 이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긴장감과 스피드 그리고 몇 개의 장치들

영화 내내 배우들은 달리고 또 달린다. 그것도 평지가 아니라 언덕과 산을 달린다. 이에 맞춰 카메라도 달린다. 거친 화면이 주는 불쾌함도 없지는 않았지만 속도감과 긴장감은 대단했다. 여기에다가 활이라는 무기가 주는 속도와 날카로움은 영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적당한 특수효과가 가미되어 활이라는 무기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 후금(만주)의 군인들이 쓰는 언어가 정확히는 몰라도 중국어가 아니었는데 이것은 이 영화를 실감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장치로 느껴졌다. 더욱이 주인공인 남이(박해일 분)와 자인(문채원 분)이 조선인임에도 이 말을 알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영화에서 만주족과 원활한 의사교환이 이루어졌고, 이것은 관객들에게 서로 다른 언어로 인한 흐름의 단절을 주지 않아 좀 더 영화의 스피드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장치였다고 보여 진다. 

느슨한 이야기

남이와 자인의 성장과정이 시간상 생략되었는데 저렇게 목숨을 걸고 누이를 구하러 가는 남이의 행동을 설명하는 장치는 유일하게 역모로 죽은 아버지의 유언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서군(김무열 분)의 자인에 대한 애정은 뜬금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역시 목숨을 걸고 지켜내야 할 사랑에 대한 설명이 영화에는 없다. 그냥 그렇게 이해하라는 감독의 억지가 참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야기의 중심이 단지 '활'이라는 무기인지 아니면 '활'을 통한 비극적 남매에 대한 이야기인지 분명하지 않다. 감독의 욕심은 둘 다를 노린 듯보이지만 영화는 '활' 이야기에 남매 이야기를 끼워 넣어 두 개의 이야기가 서로를 떠받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사족

'활' 시위를 당길 때 나는 독특한 음향효과를 과장해서 활 쏘는 장면마다 덧입힌 것은 이 영화를 그나마 살리는 중요한 장치로 보여졌다. 배우 이경영의 카리스마는 이 영화에서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 듯해서 안타까웠다. 추격 장면 중 갑용(이한위 분)과 강두(김구택 분)의 갑작스런 용기는 몹시 의아했다.

호랑이를 이용한 주인공의 위기 모면은 완전히 엉터리다. 생리적으로 호랑이는 조심스런 동물이라 시끄러우면 도망가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남이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호랑이를 초청한다.

최종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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